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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장준 Apr 15. 2017

회사 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

고객의 거절보다 회사 내부의 거절이 더 문제다.

어딜 가나 적은 내부에 있다. 고객의 거절에 대응하는 것은 문제도 아니다. 그나마 고객이 거절하면 다행이다. 문제는 회사 내부에서 거절당할 때가 더 문제다. 고객이 거절하면 이를 깊이 경청하고 개선책을 마련해서 다시 제안하라고는 하지만, 이게 쉽지가 않다.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은 영업 담당자 혼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령 모바일 앱을 서비스한다면 고객은 아마도 이 기능 저 기능이 없다고 불만을 가질 것이다. 경쟁사에는 있는 기능인데 왜 없냐고 따질 것이다. 하드웨어 제품의 경우 1년 워런티(warranty) 정책이 너무 짧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 정도면 표준적인 기간이지만 어떤 회사는 평생 무상 A/S를 내걸기도 하니 미칠 노릇이다. 다짜고짜 우리의 견적 금액이 높다고 주장할 수 있다. 마진과 비용을 생각하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지만 예상 밖으로 훨씬 저렴한 가격을 요구한다. 그런데 경쟁사들이 희한하게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충격을 받는다. 고객사 만을 위한 고유한 디자인을 요구하기도 하고 결제 조건을 더 길게 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계약서가 상호 호혜적이지 않고 고객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고쳐달라고 요구를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사업을 하다 보면 이렇게 다양한 고객의 이견과 불만들이 매우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다. 허투루 그냥 넘어가지를 않는다. 그래서 비즈니스가 어렵다는 것이지 딴 데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원래 상상하던 대로 내가 하나의 플랫폼을 만들면 사람들은 내가 만든 플랫폼 위에서 열심히 돈을 쓰고 가는 모델. 모델 자체는 그런 식으로 설명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실제 업무 상에서는 생각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회사에는 이를 책임지고 관리할 누군가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런 것을 잘 다루는 것이 비즈니스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스타트업의 제품이 처음부터 훌륭할 리가 없기 때문에 고객의 불만을 수용하여 제품을 개선해야 한다는 말은 백번 맞는 말이지만, 많은 회사들이 너무 일찍 문을 걸어 잠근다. 고객의 피드백은 평생 지속될 텐데 창업 후 잠시라도 수많은 고객의 불만을 감내하다 보면 금방 지쳐 버리기 때문이다. 결국 더 이상 고객의 피드백을 듣지 않게 된다. 그때부터는 소위 효율성이라는 명분을 들먹이며 고객의 불만을 너무 잘 해결해 주다 보면 오히려 우리 회사가 중심을 잃을 수 있다고 합리화하기 시작한다. 심하게 말해 이런 직원들이 바로 조직의 적폐다. 이런 직원이 혹시 C-레벨 이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대책 없다. 따라서 조직은 유연한 사람들로 꾸리는 것이 정말 중요하며, 그들이 고객의 거절을 덤덤하게 받아들여야 비로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바람직하지 않은 조직의 영업 담당자는 두 번의 거절을 당한다. 고객의 거절에 이어 사내(社內)에서의 거절이 이어진다. 고객의 거절을 회사로 들고 와서 개선책을 마련하려 하면 갖가지 장애물에 부딪친다. 개발팀이 반대하고 재무팀이 반대하고 법무팀이 반대한다. 모두가 반대한다. 대략 직원 수가 10명 이하라면 그다지 큰 반대가 없을지 몰라도 20명 정도만 넘어가면 한 마음 한 뜻이 되기가 어렵다. 반대의 이유는 모두 합당하다. 반대를 위한 반대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모두가 반대하니 개선책은 마련되지 못한다. 개선책은 중도에 파기되는 것이다. 즉 우리는 우리를 변화시키지 못한다. 과연 누가 변화해야 할까? 고객을 변화시켜야 할까 아니면 우리 회사를 변화시켜야 할까? 단언컨대 고객의 거절은 평생 존재할 것이며 그것은 상수(常數)라는 것이다. 그들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는 얘기다. 그러면 우리가 변해야 할 것이다. 많은 영업 전문가들은 고객의 거절을 대할 때 여러 가지 스킬을 동원하여 고객의 반대에 적극 대응하며 고객을 설득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상수를 어떻게 변화시킨단 말인가? 일상생활에서는 내가 변해야 한다면서 왜 영업 상황에서는 남을 변화시키려 할까? 모순적이다. 우리가 변해야 한다. 특히 아직 완벽하지 않은 스타트업은 더욱 그러하다. 작은 회사니까 알아서 굽히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더 좋은 회사가 되기 위해서다. 경험상 고객의 요구사항을 해결한 다음에 다시 들고 가면 대부분의 고객들은 더 좋아하고 지지해 주었다. 영업도 일상생활과 똑같지 않을까? 내가 변하면 상대도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창업을 하는 것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 볼까 조금 걱정이 된다. 그러나 도스토옙스키는 <카라마조프 형제들>에서 '아름다움은 신비로울 뿐 아니라 끔찍하기도 하다.'라고 하지 않았나. 아름다운 꽃에도 가시가 있듯이 우리가 추구하는 영광은 아름답기도 하고 동시에 추하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완벽하고 아름다운 모습만을 쫓지 않기를 바란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나중에 편하게 살려고 사업한다는 생각은 아예 접어두었으면 한다. 사업 자체가 기쁨 반 슬픔 반이다. 슬픔에 대해 무딘 성격으로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면 너무 좋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탄력 있는 회복력(Buoyancy)으로 빨리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청정한 무균실에서 키우는 꽃이 아름다운 게 아니라 거친 비바람이 불지만 어쨌든 꽃과 나무는 들판에 있어야 아름답다. 꽃의 입장에서는 내 몸의 일부, 즉 꽃가루를 떼어가는 꿀벌이 얄밉기는 해도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꽃은 번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고객의 불만에 대한 내부의 바람직한 모습은 다음과 같다.


1) 대(對) 고객 업무를 최우선시해야 한다. 너무 식상한 이야기로 느껴지면 지금 당장 아무 스타트업이나 골라 잡고 그 회사의 홈페이지에서 대표 이메일 주소를 찾아내서 문의사항을 한 번 접수시켜 보라. 내용은 무엇이든 상관없지만 그래도 의미가 있는 질문을 해 보자. 가격을 물어본다든가, 견적을 요청한다든가, 영업팀 미팅을 요청한다든가, 제품 상세 정보를 요청한다든가 약간 진지하게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답변을 기다려 보자. 하루, 이틀 그리고 사흘이 지나고 나흘을 지나도 답메일을 받을 수 있을까? 아마 영원히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필자가 예전에 몇 군데의 공유 오피스에 이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월 임대료와 보증금 여부, 사물함 제공, 주소지 등록 등에 관한 질문을 담아 보냈다. 모두 활발히 영업을 하고 있는 곳들이었다. 오직 한 군데 만이 다음 날 답메일을 받았고, 다른 한 곳에서는 일주일 만에 답이 왔다. 그리고 나머지들로부터는 어떠한 답변도 받지 못했다. 영업에 신경을 쓰지 않는 회사들이 의외로 많다. 영업이라는 게 무슨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게 아니다. 부르면 답하고 찾으면 만나는 것이 영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축하드린다. 이 글을 읽은 독자분들은 앞으로 무조건 24시간 안에 답을 할 테니 이미 비즈니스 성공 확률이 두 배는 높아졌다.


2) 업무 처리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 스타트업은 작은 규모인 만큼 속도가 빠르다는 말은 수도 없이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속도가 빠른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 회사는 작은 기업이니까 자동으로 기민하고 빠르게 움직인다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실제로 다른 회사들의 속도가 얼만큼인지 알아야 한다. 아무리 대기업이 골리앗처럼 비대하다고 해서 무조건 느리고 보수적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실제로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의 경우 정말 일이 많아 매우 빠르게 일한다. 엄청난 양의 일을 소화하느라 퇴근도 못하고 주말에도 출근한다. 더불어 의외로 유연하고 창의적이다. 욕먹을 각오로 말하자면, 아직 적자(赤字)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이 이만큼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스타트업이 속도가 느린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본다. 첫째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몰라서 망설이는 경우이다. 어느 정도 권위를 유지하면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는 것이다. 둘째는 일의 속도와 양에 대한 레퍼런스가 없기 때문에 본인이 얼마나 느리게 일하는 지를 모르는 경우이다. 이를 개선하는 위해서 주변에 많은 멘토를 두는 것을 추천한다. 멘토는 많을수록 좋다. 다소 고리타분하고 꼰대스러운 분이라도 어떤 분야에서 수십 년을 일한 사람이라면 일단 귀를 기울이자. 그들이 굉장히 앞서 가지는 않더라도 어떻게 하면 안 되는지는 경험적으로 잘 안다.


3) 의견이 비등하다면 일단 영업팀의 의견을 들어라. 편파적인 의견이 아니다. 고객의 피드백은 종종 회사의 비전과 맞지 않기도 하고, 너무 많은 리소스를 필요로 하기도 한다. 기업의 핵심 역량, 핵심 가지까지 건드리면 안 되겠지만, 영업팀과 다른 팀 사이에서 도무지 결정을 못 내리겠다면 즉 양측의 의견이 둘 다 맞거나 둘 다 가치가 있다면 웬만하면 영업팀의 의견을 반영하는 게 좋다. 말은 쉬운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영업 담당자를 나중에 합류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C-레벨 중에는 영업 책임자가 거의 없다. 조직에서의 위상도 낮고 경험도 상대적으로 적은 멤버들이 영업을 담당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의견이 밀리게 된다. 조직에서 정치적인 문제야 별 관심은 없지만 영업팀의 위상이 낮다는 것은 곧 고객의 위상도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에서, 마케팅 메시지에서 심지어 우리의 머리 속에서는 고객이 항상 우선이지만, 실제로 의사 결정을 할 때는 고객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모순이다. 무조건 영업팀 의견을 따르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양측의 의견이 비등하다면, 그렇다면 그때는 망설임 없이 영업팀의 의견을 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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