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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지 Oct 09. 2019

당신은 왜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는가?

아프리카를 사랑하는 그 청년, 개발 세계로 발을 들이다

당신은 왜 프로그래밍을 공부하시나요?


“왜 개발을 배우세요?”
비 전공자로서 프로그래밍을 배운다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아닐까 싶다. 다른 분야에 비해 비전공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진출해있는 이 분야에는 제각기 다른 이유로 오늘도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며 울고 웃는 이들이 가득하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있다면, 당신은 어떤 이유에서 프로그래밍을 만나 이곳까지 오게 되었나?



저는 아프리카를 사랑하는 평범한 시민입니다.


이 블로그의 소개글에서 이미 여러번 비춰냈듯, 나는 아프리카를 참 사랑한다.
대학생활을 끝무렵, 우연히 들었던 강좌와 스터디, 축제 등을 통해 아프리카의 새로운 매력을 알게 되었고, 뉴스 기사나 NGO의 후원광고를 통해 만나는 아프리카가 아닌, 진짜 아프리카를 만나고 싶었다. 안정적인 회사로의 취업과 가슴뛰는 아프리카행을 사이에 두고 나는 결국 아프리카를 택했고, 그 곳에서 370여일간을 지내며 나의 세상을 한층 더 넓히게 되었다.

TMI : 이방인으로서 바라본 케냐의 모습들을 담은 브런치 매거진 by 흑염소




IT 기술이 아프리카에 미친 영향들, 그것을 바로 옆에서 목격할 수 있다는 것


모바일머니, M-PESA

아프리카 케냐에서 지내는 동안 나는 국내의 작은 NGO의 케냐 지부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다. 규모가 작은 단체였다보니 재정관리부터 온갖 문서작업, 직원채용, 정부 관계자 미팅, 콘텐츠 제작, 정부사업 진행 및 관리까지 상당히 넓은 분야를 혼자서 감당해야했다. (오늘도 열심히 일하시는 NGO 종사자분들 화이팅ㅠㅠ)
물론 일은 힘들었지만, 그만큼 그 곳의 사람들과 더욱 가까이 지내며 가족처럼, 친구처럼 지낼 수 있었다. (지나고 나서야 하는 말이지만 그 때의 기억이 힘들긴 했지만 후회되지는 않는다!) 


케냐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내가 주목하게된 것은 바로 IT 기술이 이 곳 사람들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력이었다. 그 중에서도 M-PESA라는 모바일 머니는 정말 혁명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케냐에서는 도시에 살고 있지 않은 많은 인구가 아직 은행 계좌가 없거나 금융 시스템을 이용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엠페사가 나오기 이전의 사람들은 도시에서 일하고 난 뒤 시골에 있는 가족에게 돈을 보낼 때, 시골까지가는 마타투 기사(or 버스기사)에게 소정의 이동료를 지불하며 돈의 전달을 부탁하거나 자신이 직접 시골에 가서 전달하는 방법을 이용했다고 한다. 이런 방법들이 많이 쓰이다보니 마타투 기사들은 길 위의 무장강도들에게 생명을 위협당하기 쉬웠고, 힘들게 모은 돈은 너무도 쉽게 빼앗길 수 밖에 없었다. 현금이다보니 추적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고, 당연히 보상은 불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의 이동동신사와 케냐의 이동통신사 Safaricom 이 손을 잡고 개발하게 된 것이 M-PESA 모바일머니이다. 엠페사는 쉽게 말하자면 핸드폰의 전화시간을 현금을 주고 사고 팔게 되는 것인데, 자신의 핸드폰 번호가 일종의 계좌번호가 되는 것이다. 내가 알기론 금액의 상한선도 없어서 큰 금액의 돈을 상대방의 핸드폰 번호만 알면 손쉽게 전달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아직 정보통신기술이 많이 발달하지 않은 케냐에서 이처럼 모바일 머니가 널리 쓰일 수 있었던 이유는  

기존 금융권 인프라의 부족 + 은행이용가능 인구수 낮음

편의점보다 더 많은 M-PESA 충전소

일반 전화 단말기에서도 ARS서비스처럼 서비스 번호 입력을 통해 이용 가능

스마트 폰 어플도 있어서 케냐인은 물론 외국인들도 손 쉽게 이용 가능

등의 요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그곳에서 1년 넘게 살면서 케냐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봐왔기에, 이 서비스가 그들의 삶에 미쳤던 긍정적인 영향이 더욱 인상깊었고 마음에 와 닿았다.


일자리 창출

엠페사의 경우는 나 역시 직접 서비스를 이용하며 그 편리함을 몸소 느끼고 글을 쓴 것이지만, 일자리 창출 같은 경우는 지난 1년간 케냐에서의 생활을 정리하며 나 스스로 마음 속에 품어왔던 문제의식이랄까. 2019년 현재를 살아가는 전 세계의 모든 젊은이들이 그러하겠지만, 일자리 문제는 아프리카에서도 예외가 없다. 내가 케냐에서 NGO 사업관리를 하며 1년을 지냈지만, 내가 직접 진행했던 사업보다도, 내가 일상에서 몸소 와닿았던 그 곳의 문제는 바로 일자리였다.


내가 있던 곳은 분명 국가 평균보다 소득수치가 낮았던 풍족하지 않은 곳이었지만, 그곳의 부모들은 높은 교육열로 아이들 교육에 말 그대로 온 힘을 다 썼었다. 한국에 비추어봐도 공교육 교육비는 비쌌음에도, 그 분들을 빚을 내고 젖소와 염소를 팔아서라도 매 학기 교육비를 채워나갔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게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시키고 마침내 대학교까지 졸업을 하더라도 청년들이 갈 수 있는 직장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아래의 부분은 나의 친구 마이크와 클레멘트를 비롯하여 내가 만났던 케냐의 많은 친구들을 통해 들은 바라서 정확한 팩트체크를 할 수는 없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린다.


우리 NGO에서 택시기사로서 근무를 했던 마이크는 본래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고 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면접을 볼 때마다 기업 측에서 뇌물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했다. 상대 지원자보다 큰 금액을 지불할 수 없다면, 그 면접에서 떨어지는 셈이다. 


마을에서 우연히 알게된 킵상은 4년제 대학교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전공했다고 한다. 하지만 졸업을 하고도 갈 수 있는 케냐 회사가 많지 않았다고 했다. 


마이크와 킵상 뿐만 아니라 내가 마을에 살면서 또 이곳 저곳 여행을 다니면서 만난 많은 케냐의 젊은이들은 이처럼 멀쩡히 대학교육을 받고 졸업을 하더라도 일자리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 곳의 상황을 보고 있자니 결국 수 많은 NGO들의 지역개발사업, 교육사업들도 그 사업의 수혜를 받은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한 가정을 부양할 수 있어야 진정으로 의미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맘때쯤, 정말 우연히도 매일 받아보고 있던 아프리카 뉴스 알리미에 미국의 한 스타트업이 소개되었다. 지금 그 스타트업의 이름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온라인 프로그래밍 교육을 진행하는 스타트업이었다. 그들은 아프리카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프로그래밍 교육을 진행하고, 그 청년들을 자기 회사에 채용하거나 다른 회사와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아프리카의 청년들은 일정 기간동안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이를 이용하여 원격근무를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실제 이 비즈니스 모델이 얼마나 수익을 창출해냈고, 일자리 문제 해소에 얼마만큼 도움이 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 아이디어 자체가 상당히 의미있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프로그래밍의 세계로 한 발을 딛다


꼭 위의 두 경우가 아니더라도, 케냐에서 지냈던 지난 370여일간 나는 IT기술이 그곳 사람들에게 미친 수많은 변화와 영향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러한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일하는 곳으로 가서 그들과 함께 일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한 발, 두 발 프로그래밍의 세계로 들어오게 되었고 지금도 그 세계를 탐험하는 중이다.


글을 마치기 전에,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있다해도 난 여전히 이야기와 글을 통해 이루어지는 소통들을 사랑하므로, 처음의 질문을 다시 건네볼까 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있다면, 당신은 어떤 이유에서 프로그래밍을 만나 이곳까지 오게 되었나? 당신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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