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기른 글들

여행기를 정리하기 시작하며

by Yogi Bear

비행기 타고 여행가기 참 쉬워진 시절이라고 늘 생각해 왔었는데, 그런 생각을 비웃듯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세계로 퍼지면서 온 유럽에 여행제한이 걸리고 비행기들이 단항을 하기 시작했다. 사람은 물을 건너지 못하고,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는 한 시간에 고작 4km 남짓이니, 시간과 돈을 들이고 장소를 옮겨 새로운 곳을 알고 겪으려는 일련의 의지와 행동은 생각해 보면 참 대단한 것이다. 부러 쏘다니는 데 대단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여행은 언제나 내가 마음을 쏟은 만큼의 그 이상을 돌려주곤 했다.


코로나 때문에 집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지난 10여년의 여행기를 한 번 정리해보기로 마음먹었다.그러지 않아도 여행기가 넘쳐나는 세상에 굳이 또 이래라 저래라 싶은 여행기를 더하는 것이 조심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러니까 나 하나쯤 그런 이야기를 보태어도 어떤가' 싶은 마음도 든다. 다만 글을 쓸 때마다 늘 생각하는 것인데... 읽는 사람의 시간이 아깝지는 않을 정도로 글을 써야 싶다는 생각이고, 유용한 정보가 되었거나 위로라거나 재미를 주고 싶다는 마음을 정리가 끝날 때까지 유지하고 싶다.


여행이란 참으로 사적인 것이어서, 새로운 장소에서의 단절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아마도 스스로의 본연의 모습에 가장 가까운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오래간만에 다양한 시간과 장소에서의 나를 만나며 스스로에 대해서도 새롭게 많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기를,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나와는 다른 각자의 모습으로 여행지와 사랑에 빠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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