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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Jan 16. 2019

취업과 죄수의 딜레마

친구와 취업에 관해 이야기를 하던 중, 공기업에 들어가려면 가지고 있어야 하는 자격증들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대표적인 것은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 아니, 요즘 컴퓨터 못 다루는 사람도 있나? 모르는 건 조금만 찾아보면 다 나오는데 왜 자격증까지 필요하지. 이게 무슨 인생의 낭비인가. 


정확히 말하자면 필수는 아니고 이 자격증이 있을 경우 가산점을 준다. 가산점을 받기 위해 모두가 자격증을 딴다. 모두가 가지고 있으므로 나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결국 지원자 모두가 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자격증을 가지고 있음으로 인해 오는 우위 같은 것은 없다. 그렇다면 이 비효율적인 상황을 깨닫고 모두가 마음을 모아 자격증을 따지 않으면 모두가 행복해지지 않을까? 하지만 '죄수의 딜레마'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잘 알려진 '죄수의 딜레마'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공범으로 의심받고 있는 두 죄수 A, B는 자백을 조건으로 하는 사법거래를 제안받았다. 상대가 자백할지 하지 않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둘 모두 자백하는 경우 각각 10년형을 받는다. 한 명은 자백하고 한 명은 자백하지 않을 경우 자백한 사람은 1년형을 받고 자백하지 않은 사람은 20년형을 받는다. 둘 모두 자백하지 않을 경우 함께 5년 형을 받는다.


이때 A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B가 자백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A가 함께 자백을 한다면 A는 10년형을 받고, 자백을 하지 않는다면 20년형을 받게 된다. B가 자백하지 않는다면? A가 혼자 자백을 한다면 1년형, 자백하지 않는다면 5년형을 받게 된다. 즉, B가 자백하든 자백하지 않든 A에게는 자백을 하는 것이 더 적은 형벌을 받는 방법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죄수의 딜레마'라고 한다. 냉전 중 미국과 소련 간의 군비 경쟁 또한 죄수의 딜레마 상황의 하나다. 미국과 소련이 마음을 모아 무기를 늘리지 않으면 모두가 행복하지만, 상대가 어떻게 행동할지(뒤통수 칠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무기를 늘리고 향상시키는 것이 상대를 이기기 위한 전략이었다.


취업시장에서의 상황에 다시 적용해보자. 모두가 자격증을 따는 경우, 내가 자격증이 없다면 나는 이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다. 따라서 자격증을 따야 한다. 모두가 자격증을 따지 않기로 약속한 경우에도, 만약 내가 자격증을 갖게 된다면 다른 지원자들보다 한 발 앞서게 된다. 따라서 자격증을 따야 한다.


경제학의 세부분야인 게임이론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균형'이라고 한다. 경제학자들은 이 균형에 관심을 가진다. 균형이 옳기 때문이 아니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경제학을 공부하며 관찰하게 되는 많은 균형을 보다 보면 암울해질 때가 많다. 세상에는 고쳐야 할 것들이 많고, 삶은 고단하다.


'죄수의 딜레마'를 해결하려면 틀을 바꿔야 한다. 서로를 무한 경쟁으로 몰아넣는 상황을 바꿔야 하는 것이다. 굳이 공기업에 가지 않아도 살만한 세상. 하고 싶은 것 하며 살아도 풍족하지는 않을지언정 그럭저럭 살만한 세상. 갈길이 멀다. 아, 그래서 경제학과 대학원생이 먹고 살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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