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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석 Aug 09. 2015

담양 호선당에서 만난 에어비앤비의 가치

공유경제의 셀링포인트...퀄리티+연결의 기회

"올해 여름 휴가는 국내로 가면 어떨까?"


아내가 두 달 전 이러한 말을 꺼냈습니다. 군산, 담양, 남해 등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를 아우르자는 계획을 보여줬죠.


그러면 운전은 누가 하지?라는 의문이 들긴 했는데...


너 님이!


네, 아무튼 국내 여행을 준비하게 됩니다. 대략 아래와 같은 경로였습니다.


머물 곳을 결정하고, 동선을 짜는데...담양에서 숙소를 정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담양은 죽녹원, 메타세쿼이아길, 국수거리, 떡갈비집 등 담양읍을 중심으로 관광객들이 북적이는데요. 조용한 숙소를 원하는 저희로서는 딱 맞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덕인관의 떡갈비와 진우네 국수의 비빔국수. 맛은 뭐 그럭저럭 괜찮긴 한데, 손님이 미어터져서인지 서비스를 기대하면 안됩니다. 기다려서 먹어야 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의문도 들고요.

마침, 여름휴가의 피크라고 할 수 있는 8월초인지라 남은 숙소마저 하나둘 없어지고 있던 상황이었죠.


그때 불현듯 떠오른 단어가 있었으니


온라인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였습니다. 요즘 핫(?)한 키워드인 공유경제 서비스인데요. 이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지난 5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구글 I/O 출장에서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를 밥먹듯 탄 경험이 있기에 나름 긍정적이었습니다.


이용하는 법은 간단합니다.


1. 에어비앤비 앱을 연다

2. 페이스북 ID 연동 가입

3. 결제할 카드 등록

4. 담양 검색 후 가격대 설정(저는 10~15만 원)

5. 숙소 사진, 이용자 후기, 위치 검색 후 결제


이렇게 하니 괜찮은 숙소가 바로 나오더군요.


관광객이 붐비는 담양읍 지역과는 조금 떨어져 있는(차량으로 15~20분 거리) 조용한 지역을 찾았더니 남쪽 창평면에 위치한 '호선당'이 나왔습니다. 이용 후기를 봐도 나쁜 반응이 없기에 결정했죠.


예약을 신청했더니 바로 집 주인의 메시지가 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펜션이나 호텔을 예약하면, 모든 과정이 끝나겠거니 생각을 했습니다. 우버를 이용했을 때도 목적지와 등록된 카드로 결제하면 바로 택시가 왔으니까요.


그런데 호선당에서는 단순히 숙박업체와 고객의 관계를 넘어서 사람 대 사람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자 하는 '소셜(Social)'이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에어비앤비의 모든 숙소가 그렇다는 건 아닐 수 있겠지만요. ^^;


시간이 흐르고 흘러...


호선당을 방문하는 날이 찾아왔습니다. 


진우네 국수에서 비빔국수를 먹고, 죽녹원과 메타세쿼이아길을 방문한 뒤 남쪽으로 20분쯤 차를 끈 결과 창평면에 도착했습니다.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담양읍과는 달리 사람(?)이 없었습니다.


눈 앞에는 높은 산이 보였고요. 유유히 산책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간간히 등장했죠. 그렇게 구불구불 산길을 지나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호선당은 여타 펜션과는 달리 숙박 전문 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네이버 지도나 내비게이션에서 검색되지 않습니다. 지역 명이 담겨 있는 상세 주소로 검색해야 합니다.

한옥 마을 사이에 있는 호선당을 발견했습니다. 부부가 운영하고 있는 집이었는데요. 호스트인 남편은 직장 일로 자리를 비웠고, 사모님께서 저희를 맞아주셨습니다. 


숙박 전문 사이트에서 검색이 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후에 아내는 그게 왜 궁금하냐고 저에게 되묻긴 했지만요 ^^;;


(호선당은) 원래 저희가 살려고 지은 집이었어요. 아이들이 커서 고등학생이 된 뒤 광주광역시로 집을 옮겼습니다. 저와 남편 모두 직업이 있기 때문에 숙박업을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주인 없이 비워놓을 수만은 없어서 지인들을 초대하는 용도로 사용했는데, 에어비앤비 덕분에 더 많은 분들과 연결될 수 있었죠. 돈을 받는 건 여전히 민망하긴 해요(웃음)

저희가 머물 방으로 안내해주셨는데요. 상상 초월이었습니다. 동영사응로 담은 집 전경부터 보시죠.


담양 호선당

이뿐만이 아닙니다. 숙소 내부에는 캡슐커피, 참치캔, 햇반, 조리도구 등이 완비돼 있었습니다. 호스트 가정이 살아온 집을 잠시 빌려 사용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죠.


이게 끝이 아닙니다. 텃밭에는 고추와 방울토마토가 자라고 있었는데요. 마음껏 먹어도 좋다고 하셔서... 다음 날 김치찌개에 넣었습니다. 토마토를 넣은 건 아니고요. 고추만...요.

호선당에서는 방문자와 호스트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숙소에는 방명록이 비치돼 있는데요. 다음과 같은 안내문이 적혀 있었습니다.

방명록을 찬찬히 읽어봤는데요. 부모님을 모시고 온 청년, 미국, 유럽인 등 다양한 국적,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었습니다.


에어비앤비는 우버를 이용했을 때와는 또 다른 가치를 갖고 있었습니다. 우버는 택시 기사와 이용자를 합리적인 시간, 금액으로 약간 느슨히 연결해준다면, 에어비앤비는 '머무는 공간'을 중심으로 호스트와 이용자를 더욱 끈끈하게 이어줬죠.


앞서 언급했듯 2015년의 세계적인 트렌드는 공유경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만 봐도 배달, 택시, 집 등을 공유하는 스타트업 서비스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용자의 관점에서 더 많은 혜택을 주니까요.

다만, 저는 이번 호선당 숙박을 통해 공유경제의 키워드를 하나 더 발견했습니다. '기존의 시스템에서는 경쟁할 수 없는 조건의 공급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마련해준다'는 점이었습니다.


호선당을 운영하는 주인 부부가 숙박업체를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각자 다른 직업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에어비앤비를 통해 자신들이 커버할 수 있는 범위에서 숙소를 공유하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충성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공급자에게 비즈니스 기회를, 이용자에게 더욱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는 기업고객간거래(B2B2C)의 이상적인 모델을 여기서 살짝 맛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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