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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석 Jan 09. 2016

'무도' 예능총회가 콘텐츠 제작자에게 충고한 것 3가지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지지만, 누구나에겐 아니다

오늘 무한도전 재미있게 보셨나요. 이제는 코미디계의 원로라고 해도 과장이 아닌 이경규 옹의 활약이 빛났던 1시간 20여분이었단 생각이 들더군요.


9일 MBC '무한도전'에선 촬영 소식만으로도 큰 화제였던 '예능총회' 편이 방송됐다. 이경규, 김구라, 김성주, 김영철, 윤종신, 김숙, 윤정수 등 대세 예능인들이 총출동해 2016년 예능계를 전망했는데, 베테랑들의 입담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 [MD리뷰] '무도', 이경규에 김구라까지 '전설의 레전드 편 탄생'


재미있고도 의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오간 시간이었는데요. 몇가지 와닿았던 멘트 3가지 정도를 추려볼까 합니다.


1. "올해는 쿡방, 먹방, 개인방송이 대세였다."


방송인 김구라가 2015년 화제의 예능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이같이 대답했습니다. 김성주는 이에 한 술 더 떠 "내년에도 확장된 쿡방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것 같습니다"라고 덧붙였죠.


이에 이경규가 길길이 날뛰었죠.


"저는 쿡방을 반대합니다. 남성들 37%가 비만입니다. 쿡방, 먹방 이런 것들이 나와서 계속 먹다 보니까 그런 건데요. 밤 11시 이후로 쿡방을 없애야 합니다."(라고 말하며 본격 하드캐리를 시작했습니다.)


집밥 김선생, 마리텔, 냉부 등 쿡방, 먹방이 인기를 끌었던 주요 배경에는 백종원, 최현석과 같이 외식업계 실무 종사자, 셰프 등의 전문가들의 활약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경규가 “제가 방송통신위원회에 배우들, 운동선수들, 요리사를 못 나오게 할 것”이라고 말하며 호통을 내지른 대상들이기도 하죠.


출처: MBC


과거 예능의 주인공은 개그맨들이었습니다. 텔레비전에 나와 사람들을 폭소하게 만드는 것이 이들의 주 역할이었죠. 그때에도 각계의 전문가들이 출연하긴 했으나, 자문을 해주는 조연에 그쳤습니다.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주 역할은 개그맨들에 있었습니다.


개그맨들은 제너럴리스트입니다. 요리를 예로 들면 전문적인 요리는 하지 못하더라도, 일반적인 요리 지식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붙잡아왔죠. 물론, 가끔 과도하게 전문성을 갖춰 김병만 같이 극한 영역의 '달인'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긴 했습니다만, 그건 특수한 상황이었죠.


하지만 전문가들이 무대에 본격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프로그램을 장악했습니다. 이들은 예능을 보조하는 역할에 머물지 않고 프로그램을 주도하는 '주연'의 자리에 올라섰습니다. 제너럴리스트보다는 버티컬한 영역의 스페셜리스트가 각광을 받게 됐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이경규, 김구라, 유재석과 같이 입담을 갖춘 개그맨, 혹은 진행자에 대한 수요가 줄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영역은 오랜 경력과 경륜을 갖춘 OB들의 영역으로 남을 뿐이겠죠.


2. "요즘 10대들은 프로그램 전체를 보지 않는다."


유재석이 MC그리(동현)에게 "요즘 10대들은 어떤 예능을 보나요?"라고 질문을 던지자, 김구라가 중간에 말을 끊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출처: MBC


비단 10대에 해당되는 이야기만은 아닌데요. 스마트폰이 도입되고, 모바일로 동영상을 소비할 수 있는 통신적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TV의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미국의 사례를 봐도 변화는 분명합니다.


미국 광고주들의 최우선 공략층으로 지목되는 18∼34세 연령대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모바일기기를 사용하는 사람은 올해 5월을 기준으로 분당 평균 850만명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수치는 1년 전인 지난해 5월 수치보다 26% 늘어난 것이라고 닐슨은 밝혔다. 이에 비해 같은 연령대에서 TV나 라디오, 컴퓨터 등 비교적 '전통적'인 기기를 이용하는 사람은 1분당 1천660만명으로 1년 전보다 8% 줄었다. TV 시청자 수만 따로 계산할 경우에는 분당 840만명으로 10% 감소했다. - 'TV 죽이는 스마트폰'…美 모바일 사용자 급증·TV는 감소


이제 더이상 텔레비전만이 유일한 영상 콘텐츠 플랫폼이 아닙니다. 광희가 "짧은 시간으로 쪼개어진 영상 콘텐츠들이 확대 재생산되는 것이 인기를 가늠하는 척도"라고 말했던 것처럼 폭풍 전야의 과도기라고 볼 수 있는 시점입니다.


3. "2016년 유망주는 이경규?"


김구라가 2016년 예능 유망주를 이경규로 꼽으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에 덧붙여 "웃기는 데엔 (이경규)가 최고, 올해는 패널을 해보는 게 어떠하느냐"고 반문까지 했죠.


이경규는 "복면가왕을 보면서 내가 저 자리에 앉아 패널을 하면 어떠할까 생각한 적이 있는데 아무도 부르지 않았다"며 "올해는 패널을 한 20개 정도 해야겠다.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고 말하며 하드캐리의 화룡점정을 찍었습니다.


출처: 이경규


영원한 강자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는 강자의 자리에서 내려온다고 하더라도 할 일은 더욱 많아졌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합니다. 예능 프로그램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면서 중심을 잡아줄 원로들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날 예능총회에서 보여준 게 아닐까요.


비단 예능의 변화만은 아닙니다. TV, 신문만이 유일한 콘텐츠 플랫폼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시청자의 니즈보다는 플랫폼 자체의 힘이 강했던 시기였습니다. 고급진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통로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플랫폼이 파편화되면서, 위치가 바뀌었습니다. 이용자는 TV나 신문 뿐만 아니라 포털, SNS, 메신저 등 수많은 통로를 통해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됐습니다. 방송 내용은 단순히 따라하기보다는 현실을 담는 이야기를 전달해야만 했습니다. 그게 전문성이든, 실전 버라이어티이든 상관없이 말이죠.


콘텐츠의 생명주기도 더욱 짧아졌습니다. 영상이든 글이든 전체 내용을 완독하는 사람보다는 간추린 이야기를 보는 경향이 더욱 커졌습니다. 어떻게하면 더욱 쉽고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지가 주요 이슈가 된 것입니다.(그런 측면에서 이 글도 참...길죠.)


예능총회 2016 중 저에게 다가온 키워드는 세 가지였습니다. 전문성, 신속&쉬움, 제너럴리스트의 역할론. 셋 중에 하나 이상은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이날 방송이 보여준 건 아닐까요.


기존 콘텐츠 제작자, 혹은 플랫폼 사업자라면 적어도 이날 이경규가 농반진반으로 "라스 규현 자리도 괜찮다"고 말한 절박함 정도는 갖고 있어야 할 겁니다. 조여오는 현실 속에서 스스로가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야겠죠.


"역시 입담은 이경규다." - 김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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