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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석 Oct 21. 2016

중국과 한국 O2O의 차이…배경은?

결제의 중국 vs 광고의 한국

O2O(Online to Offline). 지난 2014년 중반, 핀테크(FinTech)와 함께 슬몃슬몃 언론에 얼굴을 비추더니, 2015년 ’O2O가 아니면 (엔젤)투자를 받지 못한다’는 후문이 돌 정도로 한국에서 큰 파장을 일으킵니다. 수많은 관련 스타트업이 등장했죠. 일일이 숫자를 세어보니 130곳이 육박하더군요.

(최근 발간한 책에서 이에 대한 간략한 내용을 서머리했으니, 참고하셔도 좋을 듯 싶습니다. 책 홍보입니다. 네 맞습니다…)



그후 1년여 시간이 지나면서 수백억원대 투자를 받으면서 승승장구하는 곳들도 속속 등장합니다.


반면, 거액의 투자를 받은 곳이든 아닌 곳이든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측면에서 의문의 눈초리를 받고 있습니다. 저 역시 몇차례 포스팅을 통해 이러한 내용을 썼다가 쌍욕을..아 아닙니다.


3~4년 먼저 O2O라는 키워드를 탄생시킨 중국과는 다른 평가인데요.


“그건 너님이 만날 까서 그런 거잖아?”(라고 하시기엔 제 영향력이 미미합…니다.)… 이러한 접근은 너무 단차원적이니, 조금 더 이야기를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왜 이러한 차이가 생겨났을까요?


중국에서 O2O란 키워드를 들고나온 곳은 알리바바와 텐센트였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알리바바는 중국 최대의 오픈마켓 ‘타오바오’와 더불어 최근에는 최대의 직구 몰로 꼽히는 ‘티몰’을 보유한 전자상거래 기반의 IT 기업이죠. 텐센트는 PC 시대부터 메신저란 영역을 독점하다시피 한 QQ에서 시작한 뒤, 모바일 기반의 메신저 위챗으로 그 영향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12년 당시, 두 기업이 O2O를 내세우면서 들고온 아이템은 ‘결제’였습니다. 알리페이, 텐페이(현재는 위챗페이)가 시장을 비집고 들어온 시기와 일치하죠. 처음에는 이커머스 웹, 앱의 결제와 메신저에서 돈을 주고받는 형태로 시작하다가 O2O 서비스 및 오프라인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디디추싱, 따종디엔핑, 메이퇀, 어러머 등 각종 서비스를 두 기업이 공격적으로 인수했죠.


중국 모바일 전자지급결제 비중. 알리페이(51.8%), 위챗페이(38.3%) 순. 출처: 아이리서치


한국의 많은 O2O 서비스들도 언뜻 보기에는 유사합니다. 소비자들이 모바일 화면만으로 각종 오프라인의 재화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죠. 하지만 대다수 서비스가 광고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을 부정하긴 어렵습니다.


왜일까요? 일단, 각 서비스가 모일 수 있는 플랫폼이 없습니다. 네이버나 카카오가 이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죠. 이들은 각자도생해야 합니다.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용자들의 결제액에 대한 수수료 일부를 차지하거나, 서비스 플랫폼에 우선 배치시키는 프리미엄 유료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죠. 자선사업가가 아닌 이상 수익을 내야 할 테니까요.


결제가 빠진 O2O 서비스는 광고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플랫폼에 올릴 점주들을 설득할 논리 역시 ‘우리 앱 위에 올리면 더 많은 고객을 만날 수 있어요’ 정도일 수밖에요.


이를 둘러싼 배경은 복잡합니다.


한국에서는 모바일 전자지급결제를 아무나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죠. 중국은 신용카드 보편화를 거치지 않고 바로 전자지급결제 환경이 열렸기에 관련 이해당사자가 전무하다시피 하지만 한국은 다릅다. 신용카드 보편화를 통한 전자지급 결제 생태계가 만들어진 지 15년이 지났죠. 결제 당 수수료를 받는 구조가 구축된 지 15년이 지났다는 방증입니다.


기존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의 오프라인을 향한 길이 막혔다는 것도 한몫합니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네이버의 맛집소개 서비스인 윙스푼인데 2013년도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인해 자진해서 서비스를 종료하기에 이릅니다.


2013년 12월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종료된 윙스푼


중국에서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오프라인으로 활발하게 진출하며 자사의 알리페이, 위챗 앱으로 결제를 시키거나, 앱 내에 각종 O2O 서비스를 묶고 있던 사이에 한국에서는 이렇다 한 서비스가 등장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중국 이용자들이 택시, 음식집, 노점상, 심지어는 자판기도 알리페이, 위챗페이의 QR 코드나 바코드로 결제하지만, 한국 이용자들은 앱을 열어 매장을 찾은 뒤 050 같은 임시 전화번호로 주문을 하는 결과가 만들어졌습니다. 결제를 하더라도 한방에 안되고요.


데이터 측면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의 각종 O2O 서비스들의 핵심 KPI는 첫째도 결제, 둘째도 결제입니다. 이용자들의 결제 데이터에 곧바로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은 이들로 하여금 데이터 기반의 서비스를 향하도록 합니다. 알리바바 마윈 회장이 줄곧 강조하는 데이터 기술(DT)을 완성하는 것 역시 이용자의 접속, 상품 선택, 결제, 배송을 아우르는데, 이미 모든 퍼즐이 맞춰진 셈이죠.


반면, 결제가 빠진 한국 서비스의 경우엔 광고 플랫폼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요. 유독 O2O 서비스들의 1, 2위 싸움이 치열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1위란 인식을 가져야 사람들이 더 많이 자사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 서비스에 이용자들이 몰리고 있다’며 제휴하는 점주들을 설득하기도 더 쉬워질 테니까요. 더 큰 문제는 시장 크기의 한계로 이러한 광고 플랫폼으로 돈을 버는 것조차 어렵다는 것.


서비스 이용자의 가장 핵심인 결제까지 접근한 중국. 시장 크기의 한계에 더불어 결제가 막힌 한국. 2016년 한, 중 O2O의 격차는 이만큼 벌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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