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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석 Mar 20. 2017

이론과 실전은 다르다

글, 발표, 교육…그리고 실무 적용의 간극에서

최근 레진코믹스가 할리스커피와 제휴해 자사의 웹툰 오프라인 편집본을 할리스 매장에 비치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레진엔터테인먼트는 국내 인기 커피전문점 ‘할리스커피’와 제휴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2일 밝혔다. 이에 따라 레진코믹스 연재작 중 오프라인 책으로 발간된 인기 웹툰 서적들이 전용 서가와 함께 할리스커피 매장에 비치된다. 비치되는 서적들은 1억2000만건이란 레진코믹스 역대 최고 조회수를 기록한 캠퍼스 로맨스물 ‘우리사이느은’, 자전적 성장 웹툰이란 새 장르를 개척하며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단지’, 젊은 환자의 시선으로 일상의 정서를 포착한 ‘아만자’, 이국적 풍광과 여행지의 설레임을 함께 담은 로맨스 ‘유럽에서의 100일’ 등 모두 14종이다. — “할리스커피에서 레진코믹스 웹툰서적 본다”(이데일리)


문득 이 소식을 접하고는 6개월 전 페북에다가 끄적였던 내용이 떠올랐다. 스팸 수준으로 페북에 포스팅을 하는지라(…) 어찌 검색해야 고민했는데, 구글링이 해결책이 돼주더라. 그래서 끄집어봤다.



여튼, 위의 보도된 내용은 e북이나 디지털 콘텐츠가 아니기에 당시 쓴 글과는 다른 방향의 비즈니스다.


심지어 다른 비즈니스이므로 맞췄다고 자랑하려고 쓴 글도 아니다. 말하고 싶은 내용은 이렇다. 만약, 그때 쓴 내용 그대로 서비스가 나왔다고 가정하면 그 서비스에 나의 지분이 있을까?


아 니 다.


이유는 단순하다. 누구나 글로, PPT로, 말로, 이렇다 저렇다를 논할 수 있다. 그러나 누구나 말하는 것을 실제 서비스로, 사업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일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수도 없이 들어봤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주위의 수많은 글, 콘퍼런스, 강연은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이렇게 하면 00분야를 정복할 수 있다’, ‘xx분야의 핵심은 yy이다’, ‘왜 zz 서비스는 이따구로 밖에 못하나?’ 등. 매우 익숙한 타이틀일 것이다. 나 역시 이러한 글들을, 강좌를, 발표를 만들어오곤 했다.


허나 그 글을, 그 강좌를, 그 발표를 읽고 듣고 참석하면 실전에 얼마만큼 도움을 얻을 수 있을까? 대다수의 인기 글, 강좌, 콘퍼런스가 독자 및 수강생, 참여자의 수준을 초급/입문으로 잡게 되는 운명이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싶다(물론, 모수도 많으니 그렇게 해야 돈을…)


이러한 생각을 한 지는 대략 6~7개월 정도 됐다. 그래서인지 최근 글을 쓰거나 콘퍼런스에서 발표를 할 때마다 더욱 부담스럽기도 하다. 원아시아에 합류하기 전 실무를 경험해보니, 가볍게 글 몇편으로 무엇을 논한다는 게 참으로 못할 짓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가령, 간편결제를 예로 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앱 열고 결제 버튼 터치하면 돈을 지불할 수 있는 편리한 구조이지만, 이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받아야 하는 금감원의 인가, 인프라 개발, 제휴상점 영업, 소비자 마케팅, 브랜드 제고를 위한 B2B 마케팅 등등. 각 영역마다 수많은 토론과 논쟁, 복잡한 절차, 기업마다 주고받아야 하는 계약서나 MOU들을 고려하면 최소 수개월에서 1년은 훌쩍 지나간다. 막상 하다가 포기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를 하나의 글이, 하나의 강좌, 하나의 발표가 ‘이렇다더라’고 정의내리는 것만큼 가벼운 것이 또 없을 듯 싶다.


사족으로 최근 근황을 조금 말씀드리면, 다들 아시겠지만 중국 이커머스 보고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해관의 정책을 제안하는 연구소, 실무를 담당하는 중국, 한국 기업, 이 업만 10여년 이상 취재해온 중국 전문기자 등등을 면대면으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소위 한->중으로 제품을 보내주는 크로스보더 기업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자료를 건네받기도 했다.



한 1년 전의 나였다면 이랬을 것이다. 과거처럼 자료 잘 모아서 현재 트렌드 정리하고, 최신 데이터 쏙쏙 넣는 것으로 끝냈을 거다. 허나 이번만큼은 그것만으로 만족이 되지 않더라(물론 데이터도 잘 박아놨습니다만 그건 기본). 그래서 한-중 크로스보더의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분석하고 바라볼 건데?에 대한 대답을 적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준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글은, 강좌는, 발표는 어디까지를 이야기해야 할 것인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보니 여전히 고민이 된다. 한정된 페이지와 시간에 ‘실전’을 녹인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여전히 수많은 콘퍼런스, 강좌가 열리고 글들이 발간되지만, ‘저게 정말 나에게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는 실무자들의 피드백도 그만큼 쏟아진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군가는 이를 해소해주는 길을 가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콘텐츠에는 실무가 담겨 있어야 한다. 허공에서 놀아나는 뜬구름 잡기에서 멈추면 절대로 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자료를 읽기 쉽게 잘 정리하겠지만, 또 누군가는 실전에서 도움이 될만한 무언가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 길을 가고 싶다.


헤밍웨이의 ‘네가 할 일은 진실한 문장을 딱 한 줄만 쓰는 거야. 네가 알고 있는 가장 진실한 문장 한 줄을 써봐’라는 글귀가 마음을 울리는 주말의 끝자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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