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신용체계→공유의 신뢰 확산
최근 뉴스핌 중국면에서 ‘중국 배터리도 공유경제 바람’이라는 기사를 읽고 페이스북에 공유를 했는데 “한국에도 비슷한 서비스가 있는데 왜 성공하지 못할까요?”라는 질문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중국은 2016년부터 공유경제(共享经济)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중국국가정보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중국 공유경제의 거래액 규모는 3조4500억 위안으로 전년대비 103% 성장했습니다. 이용자 규모도 만만찮습니다. 공유경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 숫자는 6억명, 서비스 제공자는 6000만명에 다다랐고, 관련 분야 종사자는 1750만 명입니다.
특히, 올해 가장 화두였던 공유경제 서비스는 모바이크와 오포로 대표되는 공유자전거 서비스입니다.
오포는 중국 43개 도시에서 150만개의 자전거를 내놨으며 2500만 사용자에게 4억차례의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모바이크는 중국 31개 도시에서 80만개의 자전거를 내놨죠. 공유자전거는 하나의 새로운 습관이 된 셈입니다.
문제가 없는 건 아닙니다. 자전거 도난 및 고의 파손의 문제가 있죠. 상하이 지역을 예로 들면 자전거 파손 및 도난 문제로 인한 소비자 불만이 지난 2016년 184건에 불과했는데, 올해가 시작한 지 4개월 만에 460건 이상이 접수됐다고 합니다.
- 관련 기사: 골칫거리된 ‘공유자전거’…中 “200대당 1명 관리인력 배치하라”(연합뉴스)
공유 자전거는 철저하게 사용자 편의에서 고민했던 장점이 한순간에 단점으로 바뀔 수 있는 양면성을 지녔다는 게 전문가의 공통 목소리다. 특정 반환 장소가 없어 아무 데나 버려질 수 있고, GPS가 장착돼 있더라도 최종 사용자를 찾기가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파손 및 도난 사고는 하루에만 수백 건이 넘는다. 베이징에 위치한 오포 수리 센터에는 하루 400대 이상의 파손 자전거가 입고되며 수리를 기다리는 자전거만 4000대에 달한다. — 공유 자전거 천국 베이징…불편한 진실은(아시아경제)
그렇다면 중국 공유경제 서비스의 미래는 어두운 걸까요. 아닙니다. 그 아래 생태계에 힌트가 있는데요. 바로 결제입니다.
결제?
네, 위에서는 공유자전거를 논했지만, 현재 중국의 거의 모든 IT 서비스는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로 대표되는 제3자 지불 서비스를 통해 결제가 진행됩니다. 모바일 앱에서 결제를 하기 때문에 현금이나 신용카드가 들어갈 틈새가 완전히 차단된 상황인데요.
결제는 고객단에서 단순히 편리한 지불 수단으로 보이겠지만 이면은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이용자의 신분을 대표하는 수단이 되죠. 가령 자전거나 공유 배터리 기기에 부착된 QR코드를 스캔(扫)한다는 의미는 자신의 정보를 공유플랫폼에 제공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최근 중국 하이커우시에서는 공유자전거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고의적으로 자전거를 파손하거나, 도둑질, 혹은 교통 신호를 위반했을 경우 이용자의 신용 기록에 남길 것이라는 내용을 발표했는데요. 이러한 법안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이용자 정보가 필수적으로 뒤따릅니다. 결제 정보가 중요한 수단이 될 수밖에요.
이미 중국 공유자전거 서비스들이 신용 정보를 기반으로 보증금을 면제해주는 체제로 변화해가고 있습니다. 알리페이, 위챗페이로 단순히 스캔하는 행위가 신용 정보와도 연결되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은 신용 점수에 따라 이용자를 파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가령, 특정 고객이 타오바오에서 물건을 사고, 디디추싱으로 차량을 이용하고, O2O 서비스를 이용하고, 어느 지역을 여행을 가고…등등의 패턴을 전부 분석해 기간별 소비금액에 따른 점수를 부여한다. 그리고 이들의 등급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차등적으로 지급된다.”
중국에서는 결제 서비스를 신분 확인에 사용했던 사례가 이미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알리바바 그룹입니다. 알리페이가 해외 직구 고객들을 위해 선보인 ‘알리페이 이패스’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중국 해관에서는 해외 제품이 중국 내로 들어설 때 구매자의 신분증 번호나 사본을 요구합니다. 중국 국경 밖의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구매자의 신분으로 보장하는 구조이기 때문이죠. 알리바바는 이 지점을 간파해 알리페이 결제 데이터와 물류 데이터를 해관에 제공해 편의와 신뢰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중국인들은 질서를 잘 안지킨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인을 향해 갖고 있는 고정 관념 중 하나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관념을 접할 때마다 8년 전 중국 상해에서 공부하던 시절 ‘중한관계사’ 수업에서 담당 중국인 교수님이 해줬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한국인과 중국인의 차이가 뭘까요? 저는 무단횡단에 대한 태도에서 차이가 난다고 생각합니다. 교환 교수로 한국에 있을 적에 한국인들을 보니, 사람들이 모여있을 때에는 교통질서를 지키지만 한적한 곳에서는 무단횡단을 종종 하더군요. 중국인들은 다릅니다. 우리는 언제나 어디서나 떳떳하게 하죠(웃음).”
우스갯소리로 던진 이야기이겠지만, 이 문장에 한국인과 중국인의 ‘질서’에 대한 태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 내포돼 있습니다. 요즘 공공장소에서 보면 한국인이나 중국인이나 도긴개긴이긴 하지만 말이죠.
중요한 건 과거가 아닙니다. 현재 중국에서는 결제 서비스를 기반으로 이용자의 정보를 파악하고, 여기에 신용 시스템을 가미하고 있습니다.
무질서의 나라(?)로 불리던 중국이 윤리의 문제를 데이터로 해결하고나니, 공유경제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단순히 편리해서 쓰는 것만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 맥락을 주의있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의 현재와 미래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