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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석 Oct 09. 2017

'중국 편견'은 어디서 비롯되나

중국 미디어와 통계는 믿지 못한다는 생각들...

추석 연휴에 중앙일보 차이나랩에 중국 인공지능 인재 현황 관련 글을 올렸는데 예상대로 악플이 많이 달렸다. 그중 가장 감명깊었던(?) 댓글들이 있었으니 "중국 미디어와 통계는 믿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페이스북에서도 종종 글이 공유되면서 ‘중국에 편향된 글’이라는 비판 아닌 비난과 유사하면 유사하다고 해야 할까.



사드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더욱 날선 반응들이 이곳저곳에서 감지된다. 중국이 이런저런 영역에서 혁신을 만들어간다는 내용 자체를 부정하고 싶어하는 게 대부분이다. 거칠게 요약하면 중국은 (네가 생각하는만큼) 대단한 나라가 아니며, 문제가 많고, 여전히 후진적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이러한 의견에 쓰이는 근거들이 잘못된 건 아니다. 다만, 부정적인 것만 꺼내어 그게 전체 중국인 양 쓰려는 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뉴스의 출처를 까보면 대부분 미국, 홍콩, 대만발 미디어들인 것도 우연이면 우연일 것이다.


정작 중국에서 나오는 보고서나 보도를 참고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정치, 사회 영역에서는 사회주의 국가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IT나 기술 및 산업 영역에서는 오히려 비판적인 보도들 및 세밀한 통계에 근간한 분석이 넘쳐나고 있다는 점은 접하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에 직접 그 면면을 겪었다. 중국의 모 데이터 분석 업체였는데, 표본을 억단위로 분석하더라. 1만~2만 개 수준의 표본 조사가 아니었다. 전수조사 수준인 것이다. 전문가가 아닌 내가 봐도 감탄이 나오는 데이터셋이었다. (정형적인 컨설팅펌 표준에 못미치는 경우는 있겠지만) 중국의 자료는 믿을 수 없다고 하면서 외면하기엔 아깝단 생각부터 들었다.  


하나 더. 외인(外人)의 입장에서 중국을 바라볼 때 쉽게 빠지는 함정이 있다. 자꾸 중국을 하나의 중국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물론 동북공정의 근간에는 하나의 중국 안에 56개 소수민족을 통합하려는 의도가 있다고는 하지만 시장 자체를 하나로 보는 건 이와 다른 얘기다. 위키피디아에 서술된 중국 행정구역을 발췌하면 아래와 같다.


중국은 인구의 70%가 농업에 종사하는 넓은 영토의 국가이다. 이 때문에 지방 행정을 4계층의 수직 구조로 나누어 통치하고 있다. 최상층을 제1급 행정구역이라고 부르고, 중화인민공화국의 광대한 영역을 23개의 성, 5개의 자치구, 4개의 직할시에 수평 분할하고 있다. 특별행정구는 엄밀하게는 제1급 행정구역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그것과 동등하게 다루고 있다. 제2계층의 지급의 행정 단위는 지급시, 자치주, 지구 등이 있다. 현재, 중국은 성과 현·현급시의 중간에 위치하는 지급시로 재편되고 있다. 지급시는 시라고 칭하지만, 도시지역과 주변의 농촌부를 포함한 비교적 큰 행정 단위이다. 제3계층의 행정 단위가 현과 현급시이다. 중국의 현은 영어에서는 county로 번역된다. 일본과 비교했을 경우, 현에서 군에 가까운 규모이다. 또 영어에서는 county-level city로 번역되는 현급시가 일본의 시에 가까운 존재이다. 제4계층에 해당되는 것이 향급의 행정 단위로, 향(鄕)이나 진(鎮) 등으로 불린다. 각 계층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성급행정구 / 省级行政区(1급 행정구, 33개) - 직할시(4곳; 베이징시, 충칭시, 상하이시, 텐진시), 성(23곳), 자치구(5곳), 특별행정구(2곳: 홍콩, 마카오)
-지급행정구 / 地级行政区(2급 행정구, 334개) - 부성급성시(副省级城市), 지급시, 자치주, 지구, 맹
-현급행정구 / 县级行政区(3급 행정구, 2852개) - 현급시, 현, 자치현, 시할구(市辖区), 기, 자치기, 민족구, 특구
-향급행정구 / 乡级行政区(4급 행정구, 40466개) - 진, 향, 민족향, 현할구(县辖区), 가도, 소목, 민족소목, 虚拟镇
-촌급행정구 村级行政区(5급 행정구, 704,386개) - 촌민위원회(촌민소조, 촌, 嘎查), 사구거위원회(사구社区, 거민구居民区)


성급 행정구 한 곳만 하더라도 한반도의 인구에 필적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사드에 대한 평가도 지역 및 사회 각계 각층에 따라 다른 평가를 받는다. 이 괴이한 나라를 하나의 관점으로 낙인찍고 생각한다면 편하기야 하겠지만 말이다.


(상하이의 최고 대학이라는) 푸단대학(复旦大学)에서 1년 정도 교환학생으로 공부한 적이 있다. 택시를 겨우 잡는 중국어 구사 수준이었음에도, ‘(우리 같은) 명문 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오면서 무슨 어학 수업이냐’는 푸단 측의 배려(?)로 인해 역사학과 본과 수업을 두 학기 듣게 됐다(학점은 망했다). 고대사 수업 중 사마천 사기 강독을 수강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한반도의 역사를 유일하게 다룬 역사서인 조선열전 편도 다루더라(물론, 환단고기를 역사서로 생각하는 분들은 다른 생각이시겠지만..). 나는 고등학교 때 배웠던 위만을 떠올리고는 손을 들어 질문했다.


당시 한반도에 들어온 위만이 한국과 중국 중 어느 나라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상투를 틀고 만이(蠻夷)의 복장을 한 건 한족의 모습이 아니지 않은가요?


당시 발표를 담당한 중국 학생이 짧게 대답했다.


위만은 연나라 사람이지, 한국인도 중국인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역시 중국 전체를 대표하는 평가는 아닐 것이다. 다만, 중국은 한국의 역사마저 자국의 역사로 편입하려고만 한다는 것도 어쩌면 편견일 수 있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됐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마윈 덕후로 살고 있지만 중국을 추앙할 의도는 없다. 혹자는 더 세게 쓰라고 뭐라뭐라했지만 여전히 그렇게 쓸 생각은 없다. 그저 IT분야(이커머스 포함)에서 중국이 어떻게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배울 건 배울 필요가 있고,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의 현재를 직시할 필요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홀로(또는 선후배들과 같이) 스터디한 내용의 일부를 공유하는 것이다.


종종 대학 시절의 은사를 찾아뵙고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그때마다 선생님은 “중국에서 10년 정도 공부했더니 중국을 모르겠다”고 하셨다. 나 역시 여전히 아득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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