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났어?”
집 앞에서 그가 물었다.
아니라고, 데려다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나는 집에 들어왔다. 꾹꾹 누르고 참아온 감정은 현관에서 신발 벗을 시간도 주지 않았다.
도대체가, 이 놈의 감정이라는 건 눈에도 보이지 않지만 그 크기는 집채만 한 파도보다 커서 나는 온몸으로 그 감정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그대로 휩쓸릴 뿐.
주저앉았다가 일어났다가 종종거리며 방안을 맴돌며 그저 소리 내어 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울지라도 않으면 숨쉬기조차 버거웠다.
몇 시간이나 흘렀을까… 파도는 지나가고 수면 아래 잠긴 나는 침대에 누워 멍하니 허공만 쳐다봤다. 이런 얘기를 이런 식으로 들었는데도, 그랬는데도 헤어질 결심은 서지 않았다.
결혼하자는 남자친구의 급작스러운 비혼 선언.
그리고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에 예의와 배려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음속 아주 깊은 곳에선 사실 느끼고 있었다. 그 순간의 비혼 얘기가 그에게 얼마나 진심이 든 간에, “나”와는 아니라는 것.
그러니까… 물론 그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겠다는 선언일 수도 있겠으나, 그보다 더 정확한 건 나랑은 비혼 하겠다는 것.
뭐… 결국 결혼할 만큼은 아니었다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자 그간의 사랑이 진짜가 아니라는 생각에, 쌓아온 3년을 부정하게 되는 것 같아서 그게 제일 슬펐다.
그래, 이 관계는 금이 갔고,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건 알겠고, 그렇지만 누군가에게 이토록 오랫동안 쏟아부은 마음을 어떻게 다시 거둬야 하는지는 모르겠고.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친구가 내게 말했다.
ㅇㅇ아, 너 마음속에 남아있는 모든 마음과 사랑을 한번 다 줘봐. 한 달 정도, 혹은 그보다 길어도 되니까 기간을 정해두고 그 사람한테 모든 걸 한번 맞춰줘 보라고. 그렇게 그를 향해 남아있는 너의 마음을 온전히 다 쏟아내 보라고.
어차피 지금 당장은 헤어지지 못하겠으니까.
당장은.. 헤어지는 게 너무 무서우니까,
그렇게 나는 그에게 모든 걸 맞춰보고, 내 안에 남아있는 마음을 한 번 다 줘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