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아를 콱 죽이고 그에게 모든 것을 맞췄다.
하고 싶은 얘기는 검열하고, 자제하고, 최대한 잘해줬다. 마음을 다 쏟을 때까지.
결단의 순간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 한 달 정도 지났나. 저녁에 카톡을 하는데 회사에서 직장 동료가 결혼에 관한 재밌는 얘기를 한 게 생각나 카톡에 결혼…이라고 치던 중 “아차”하며 지우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Elephant in the room. 모두가 알고 있지만 말하기 금기시되기에 아무도 먼저 언급하지 않는 명백한 문제. 우리 둘 마음의 공간엔 ‘비혼’이라는 커다란 코끼리가 자리 잡았고, 그 앞에서 ‘사랑’을 다 쏟겠다는 의지로 나는 입을 닫고, 눈을 감고 있었다.
‘너 평생 이러고 살 수 있겠어?’
여태껏 나는 내 자아가 크거나 단단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맞출 수 있다고, 내 자아를 다 버리면서까지 사랑할 수 있다고 자만했었다.
그랬는데 한 달이 지나니,
얼마나 대단한 사랑을 하겠다고 나까지 버려야 하나… 생각이 바뀌더라. 이 관계는 절대 건강하지 않다. 당장의 헤어짐이라는 아픔이 무서워서 숨지 말자.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어떤 관계는 사랑이 뭔지 알려주는 게 전부일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 더 바라지 말라고, 이미 그걸 가르쳐준 것만으로도 그 사람은 존재의 가치를 다 한 것이니 놔주라고.
받아들이기 힘든 말이자 약이었고, 소화시키기까지 꼬박 한 달이 걸렸다.
돌이켜보면 나는 이 관계가 완벽하길 바랐던 것 같다. 우리의 서사가 They lived happily ever after라는 결말로 이어지길 원했다. 그러나, 때로 강렬한 ‘원함’은 ‘욕심’이 되기 마련이다. 그걸 버리는 데는 상당히 많은 시간과 품이 든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힘들었던 대학원 시절과 프리랜서 시절을 견디게 해 준 소중한 추억 중에 하나니까 가끔 꺼내보며 간직하고 싶은 마음은 그대로다. 사실 헤어지고 나서는 떠올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버거웠는데 요즘은 그 정도는 아니다. 시간이 더 지나면 꺼내 봐도 아무렇지 않은 순간이 오겠지.
사랑을 하는 것과 사랑을 지키는 것은 다른 것 같다.
다음에 연애를 하게 된다면 그때는 그 사랑을 함께 지킬 힘이 있는 사람과 하고 싶다. 그런 사람을 찾을 거라는 다짐과 함께, 3년의 연애와 그 후기를 여기서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