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이 디딤돌이 될 때까지

by 한끗


친구가 사주를 볼 줄 안다.

타로도 가끔 봐준다.

예전에, 통번역 대학원을 준비하면서, 내 꿈은 죽을 때까지 통역사로 멋지게 사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서 치열하게 공부하던 시절에,

친구가 내 사주를 한번 봐줬다.


아~ 삽질 많이 하겠는데?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뭔 소리 하는 거야?

나는 이 잡으로 평생 살 건데 삽질이라니

더 열심히 공부해서 꼭 대학원에 합격해서

보여줘야겠군

생각했었다.


그게 벌써 7년 전이다.


지금은… 이 친구 정말 잘 보는구나..!


통번역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는,

1년간 프리랜서 통역사로 활동하며

칸 드라마제에 일하러 가보기도 하고,

방방곡곡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며

나에게 진짜 필요한 건 안정성인 것 같다.

라는 섣부른 결론을 또 내렸고,


게임사에서 일하다 자산운용사 자격증을 따고,

경영학과라는 전공을 살려 여의도 금융권에서

일하고 있다.


글쎄, 이건 딱히 삽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 통역사로서 쌓아온 커리어니까.


이제부터가 나의 진짜 삽질, 나의 진짜 꿈이다.


브런치에 글도 쓰고,

블로그도 하고(지금은 좀 뜸하지만)

인스타 매거진 운영도 한다.


그리고 꿈꾼다.


회사 밖에서의 활동을 통해 회사 안에서만큼 벌며

내가 생각하고, 상상하고, 기획하는 것들을

현실의 결과물로 남겨내는

활동을 계속 영위할 수 있다면,

나의 말이,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울림이 있는

그런 순간을 제공해 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그렇긴 한데

그때는 성격이자 성향이라고만 생각했지

지금처럼 이걸로 벌어먹고 사는 걸 꿈꾸진 않았다.


어쩌면 지금의 생활이 무료하고, 살만하니까

먹고사는 걱정이 딱히 없으니까

그래서 이런 쪽으로 눈 돌리는 건 아닐까?


스스로 의심한 적도 있지만

결론은 똑같다.


나는 낙타의 삶을 살지 못한다.


내 말과,

내 글로서 탄생하는

부산물들을 보며 생각한다.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삽질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바라건대


내가 꿈꾸고

지향하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자 디딤돌이었으면 좋겠다.


낙타의 삶으로 내가 돌아가려고 할 때

뒤돌아보면,

아니야 너 그래도 이만큼 왔어

하고 놓여져 있는 디딤돌


이 방향이 맞으니까,

계속 돌을 놓고 꾸준히 가봐

채찍질해 줄 수 있는 발판

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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