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불구불 돌아오는 길이 제일 빠른 길임을(완)

삶의 여정을 2D로 생각하지 말 것

by 한끗


(전편에 이어서…)


그렇게 해서 들어온 대학교는 문 하나 연 것에 불과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많은 기회를 열어주었다. 돌이켜보면 내 대학생활은 탐구의 시간이었다. 경영학과에 들어왔으니 창업을 한번 해봐야겠다 싶어서 창업동아리에 들어가 도서관 내 사내 카페를 운영해보기도 하고, 기숙사 조교를 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보기도 했다. 여러 가지 활동들을 하면서 좋아하는 것을 찾는다기보다는 아닌 걸 쳐내는 가지치기 작업을 했는데 그 과정이 정말 달가웠다고 할 순 없겠다. 주변에는 CPA면 CPA, 로스쿨이면 로스쿨, 금공준비면 금공준비, 한 가지씩 다들 좋아하는 걸 찾아 쭉 밀고 나가는 반면, 나는 여기저기 찔려보며 헤매고 다니는 것 같았다.


네덜란드 교환학생도 그중 하나였다. 그때는 그냥 유럽 배낭여행이라는 로망에 사로잡혀서 훌쩍 떠나게 된 거였는데 거기서 처음으로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교환학생으로 온 다른 한국이 친구들이 영어를 잘하지 못해서 몇 번 통역을 도와주었는데, 막연하게 외국어를 쓰면서 살고 싶다고면 그동안은 생각해 왔지, 통역에 대한 건 한 번도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는데 교환학생을 계기로 그럴 일이 생겼던 것이다. 그렇게 우연찮은 기회에 “이건가?” 싶은 생각을 하게 되는 거 보면 인생이 참 묘하다.


어쨌든, 교환학생을 마치고 귀국한 나는 외국계 제약회사에서 반년정도 인턴을 하다가 또 한 번 통번역과 엮일(?) 기회가 생기게 된다. 당시 부장님이 외국인이어서 오며 가며 통역할 상황이 생겼었고, 이런 상황들을 몇 번 목격한 차장님이 통번역 대학원이 있다는 걸 알려주셨고 인턴 생활이 끝나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나는 통번역대학원을 준비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이 길을 계속 걸어오고 있다. 돌이켜보면 내 예측대로 되었던 적? 정말 손에 꼽는다. 기회는 우연이라는 포장지에 싸여 불현듯 찾아오고, 인생의 정론이라고 믿었던 것도 바뀌기 마련인 것 같다. 그래서 2차원 평면에 내 인생을 눌러놓고 보면 아이가 낙서해 놓은 것 마냥 구불구불하다. 직선으로 이어지다가도 꺾이고 원점인 곳으로 되돌아가기도 하고 꼬인 줄처럼 복잡한 선들이 마구잡이로 그러져 있다.


그런데 그 걸어온 길을 꼭 2차원 평면에 눌러서 선으로 봐야 할까? 우리가 사는 세상은 2D가 아니다. 3차원의 세계니까 걸어온 길을 반추할 때도 3차원의 공간에서 해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내 인생이 3차원의 원기둥이라고 생각해 보자. 우리가 밑부분부터 가장 위의 한 꼭짓점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원기둥 안을 뚫고 선을 긋는 게 아니라 벽면을 타고 오르는 선을 그을 수박에 없는데 그걸 위에서 찍어 눌러보면 당연히 평면에선 구불구불할 수밖에 없다.


헤맸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내가 걸어온 길은 결국 인생이라는 기둥을 타고 올라오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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