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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Sep 03. 2020

파스텔로 그린 저녁노을

-정든 도시의 망중한 

대자연의 마법..!!


   서기 2020년 9월 2일 오후 6시 30분경,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항구 위로 드리워진 저녁노을을 특별했다. 아드리아해 너머로 사라지는 태양이 그린 노을빛이 파스텔로 그린 것처럼 부드러웠다. 대자연의 마법은 바를레타 내항을 보호하고 있는 방파제 위를 걷는 우리의 발길을 멈추기에 충분했다. 9월이 시작되면서 짧아진 해넘이가 귀갓길을 재촉하고 있었지만 어느새인가 우리의 발길은 멈추어져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해양도시 바를레타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일 뜨라부코(Il Trabucco) 곁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우리가 방파제 위를 걷는 동안 누군가 붓질을 하고 있었을까.. 저녁노을이 연출되는 동안 동쪽 저 멀리 수평선 위로 신비스러운 빛깔의 구름이 가르가노 국립공원(il parco nazionale del Gargano, 이탈리아 장화 뒤꿈치)을 뒤덮고 있다. 방파제 위에는 낚시꾼들이 줄지어 있었지만 작황은 신통치 않았다. 바다는 잔잔했지만 넘실대고 있었다. 그곳 방파제 위에 뜨라부꼬 디 바를레타가 두 손을 아드리아해 위로 길게 뻗치고 있고 마법의 낚시 이야기가 바를레타와 함께 이어져 오고 있었다. 현지 바를레타 뉴스 24는 뜨라부꼬 디 바를레타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뜨라부꼬 디 바를레타, 마법의 낚시 이야기_Trabucco di Barletta, una magica storia di pesca




뜨라부코(위 자료사진)는 "트라보코"의 방언으로 라틴어 "트라브", "나무"에서 이름을 따왔다. 페니키아 사람들이 이 도구(기계)를 발명했으며,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사용된 것은 서기 18세기경이었다. 바다를 향해 돌출된 플랫폼이 있는 이 구조물은 거대한 그물을 지탱하는 두 개의 팔로 정의되었다. 바다 바로 위에 위치한 이 기계의 목적은 바다의 날씨 조건에 영향을 받지 않고 항상 수익성 있는 낚시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었다. 

현재, 바를레타의 트라부코는 도시의 해양 역사에 초점을 맞춘 교육 박물관을 건설하면서 재평가될 것이다.

... Il trabucco, in dialetto “travocco”, trae il suo nome dal latino “trabs” appunto “trave”, “legno”. Furono i fenici ad inventare questo marchingegno ed il primo uso in Italia si ritrova intorno al diciottesimo secolo d. C.. La struttura con una piattaforma protesa sul mare si definiva con due bracci, solitamente di Pino d’Aleppo, che sostenevano l’enorme rete. Lo scopo di questo macchinario direttamente posto sulle acque del mare era quello di consentire una pesca sempre proficua, non soggetta alle condizioni meteo del mare; fu definito “ragno di mare”.
Attualmente il trabucco barlettano dovrebbe essere protagonista di una rivalutazione, con la costruzione di un museo didattico, che dovrebbe incentrarsi sulla storia marinara della città.



뜨라부코 디 바를레타는 아내가 한국에서 다시 이탈리아로 오기 전에 새로 건축되었으며 뜨라부코 전체는 나무로 만들어져 있다. 두 개의 긴팔처럼 바다를 향해 뻗어있는 원시적 어구는 4개가 설치되어있었지만 그중 하나만 복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년초 복원이 완료된 후 두 개의 팔에 매달린 그물에 걸려든 물고기들의 수는 초라했다. 하지만 고대인들은 이 도구를 활용해 물고기를 잡아 연명했을 것이며 바를레타의 리스또란떼(요리)를 유명하게 만들어주는 물고기들을 매일 잡았을 것으로 사료된다. 



영상, 파스텔로 그린 저녁노을




내게 이 원시적 어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딱 하나.. 하니가 한국에서 바를레타로 다시 돌아올 때까지 조석으로 이곳을 기웃거리곤 한 것이다. 그리고 하니가 한국에서 볼일을 마치고 이탈리아로 돌아온 이후 우리는 생애에 지울 수 없는 역사적인 동선을 긋게 되었다. 그 일이 요즘 브런치에 끼적거리고 있는 기록, 돌로미티 19박 20일이다. 이틀 전 저녁나절의 우리는 여전히 여독을 안고 방파제 위를 걷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저 멀리 바를레타 항구 너머로 파스텔톤의 저녁노을이 고도를 품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기 시작한 것. 그 장면을 (위의) 영상에 담아봤다.



이틀 전 바를레타 내항을 감싸고 있는 방파제 위의 체감온도는 가을을 쏙 빼닮았다. 여름철 기온이 30도씨를 훌쩍 넘나들던 온도가 갑자기 22도씨를 가리키며 초가을 날씨를 선보인 것이다. 이날 우리가 목격한 구름 조차 겨울철 눈구름을 연상할 정도였다. 썰렁해진 날씨는 곧 우리가 머물던 돌로미티를 단박에 연상시키곤 했다. 



돌로미티의 한여름 날씨는 영상 6도씨에서부터 18도씨까지 였으며 트래킹을 할 때도 따뜻한 옷을 입어야 했다. 저녁이 되면 추워진 날씨 때문에 침낭 속으로 몸을 숨겨야 했다. 운 좋게도 우리는 그 더운 날 추위에 떨며 여름을 보내고 바를레타 외항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하니는 이날 저녁 내게 저녁노을을 닮은 제안을 해 왔다. 하니는 "우리의 거처를 돌로미티로 옮기면 어떻겠는가"라는 발칙한 제안이었다. 아직 돌로미티의 여독이 가시지 않았으므로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무리수였다. 돌로미티에 머무는 동안 우리는 산골짜기의 허름한 작은 집 하나를 발견하고 "이곳으로 이사를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매일 돌로미티를 뒷산처럼 오를 수 있겠다"는 말을 장난처럼 한 적도 있었지만, 바를레타의 방파제 위에서 말한 하니의 제안은 뜻밖이었다. 그런 한편 왠지 알 수 없는 촉촉한 느낌이 가슴속을 후벼 파는 것이다. 



우리는 바를레타 항구 너머로 사라지는 저녁노을을 쏙 빼닮아 있었다. 사람들은 그 누구라도 언제인가 해님처럼 기나긴 동선을 그으며 동쪽에서 서쪽으로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었다. 그 운명의 시간을 거역한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으며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니의 제안이 잊고 살던 운명을 끄집어낸 것이다.



삶과 죽음..



입속에서 쉽게 끄집어내지 못한 운명의 장면들이 발그레한 파스텔톤의 저녁노을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우리의 발자취는 일 뜨라부코가 팔을 내민 방파제를 떠나 집 앞 공원까지 옮겨져 있었다. 공원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는지 웅성웅성..  



우리는 곧 맞이하게 될 운명의 시간을 여전히 입에 올리고 있었다. 운명은 아무도 모른다. 일 뜨라부코의 그물에 걸려드는 물고기들 조차 그들의 운명의 시간을 몰랐을 게 아닌가. 누군가 당신의 입맛과 생존을 위해 쳐둔 그물에 걸려드는 일은 별로 반갑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운명을 피해 간다 한들 생명은 무한대로 이어지는 건 더더욱 아닌 것. 나는 그 순간 돌로미티에서 만난 작은 오두막집을 떠올렸다. 



우리가 머리를 뉘었던 그곳은 밤이 되면 사방이 칠흑처럼 깜깜했다. 누워서 올려다본 솔숲 사이로 별들이 오만 개도 훌쩍 넘어 셀 수 없이 촘촘히 틀어박혀있었다. 그 풍경은 오래전 유년기의 여름밤을 기억해 내게 만들었지.. 매캐한 모깃불이 군용 담요 너머로 오갈 때 별 하나 별 둘을 계수하며 잠들던 시간.. 그 곁에 두 사람이 머리를 뉠만한 작은 오두막집이 외딴집이란 문패를 달고 동네 어귀에 홀로 버려 저 있었던 것이다. 



마법의 저녁노을과 마법의 낚시 이야기.. 



우리도 언제인가 제 발로 운명을 재촉할 터인데 그때까지 두 번 다시 하늘이 드리운 일 뜨라부코를 생각하지 말았으면 싶다. 사는 동안 파스텔톤의 색감을 두르고 영원을 꿈꾸고 살아도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이틀 전, 하니의 그림 수업이 재개되고 우리는 돌로미티 천국에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직후였다.


Un tramonto dipinto a pastello_Porto barletta
il 02 Settembr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K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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