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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Sep 28. 2020

거대 바위산의 숨결

#22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겉모습만으로 알 수 없는 세상.. 사람들!!



지난 여정에 담은 돌로미티의 비경들


돌로미티 알따 바디아에서 트래킹이 시작된 이후로 발걸음이 바빠졌다. 가르데나 고갯길 마루에서부터 시작된 산행은 동네 뒷산을 오르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초기에 약간은 가파른 고갯길을 올라서면 그다음부터는 산길이 길게 수평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우리의 목적지는 리푸지오 프랑코 까바싸 알 삐쉬아두(Il rifugio Franco Cavazza al Pisciadù)로 불리는 곳으로, 돌로미티 셀라 그룹(Gruppo del Sella)의 로지(피난처)가 위치한 곳이었다. 링크된 자료사진을 보면 거대한 바위산으로 지형이 여간 험악하지 않은 곳이다. 





산행이 시작된 이후로 하니와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반복했다. 잠시 앞서 갈 때면 나의 뒤를 따라 걷다가 어느새 다시 나를 추월하여 저만치 앞서가는 것이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그 모습이 좋아졌다. 걸음을 멈추면 더 힘들다는 표현을 하나둘씩 이해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종갓집의 맏며느리가 아니라 할지라도 여자 사람은 태생적으로 체력에 부치는 일을 감당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남자 사람과 전혀 다른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 여자 사들이 양성평등을 외치기 전에 남자 사람들이 세심히 돌아봐야 할 일이다. 오죽하면 조물주가 여자 사람을 맨 나중에 만들었을까..


말 수가 적고.. 생각이 깊고 다른 하니는 돌로미티 여행을 끝마치고 돌아온 어느 날 베토벤의 비창(悲愴)을 크게 틀어놓고 있었다. 그런 잠시 후, 코를 푸는 소리가 나지막이 들렸다. 나는 그 소리가 무엇인지 안다. 베토벤이 그녀를 울린 것이다. 당신의 취미는 클래식 음악 듣기와 그림 그리기, 산행이 전부나 다름없다. 당신이 힘들고 외로울 때 돌로미티의 거대한 바위산처럼 당신을 보듬고 지켜준 것들.. 



거대 바위산의 숨결




나의 브런치를 열자마자 표지 사진 다음에 실린 돌로미티의 사진을 보면 거대한 바위산이다. 매거진에 연재하고 있는 돌로미티 트래킹 어떻게? 편을 열면 맨 먼저 등장하는 산이다. 우리가 묵었던 빠쏘 가르데나 쉼터에서 올려다본 산이며, 그 너머 정상 근처에 리푸지오 프랑코 까바싸 알 삐쉬아두(Il rifugio Franco Cavazza al Pisciadù)로 불리는 명소가 위치해 있는 것이다. 



곁으로 보기엔 거대한 바위 덩어리로만 만들어진 산처럼 보이지만 트래킹을 통해서 느낀 바위산은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조물주가 바위 덩어리에 아름다운 혼을 불어넣지 않으면 일찌감치 사람들로부터 버림을 받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그 흔적 내지 증거는 무엇일까.. 


내가 좋아하는 남미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 가브리엘라 미스뜨랄(Gabriela Mistral)은 <예술가의 십계명>을 통해 아름다움은 신의 모습이라 말했다. 신이 존재하지 않은 곳은 영혼의 존재까지 위협받는 곳이랄까.. 예술가의 십계명은 이랬다.




예술가의 십계명 

-가브리엘라 미스뜨랄 



첫째주 위에 존재하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사랑하라. 

둘째, 무신론적 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창조주를 사랑하지 않을지라도 그와 유사한 존재를 만들어 놓고 그를 섬기라.

셋째, 아름다움을 감각의 미끼로 주지 말고 정신의 자연식으로 주어라.

넷째, 방종이나 허영을 위한 구실로 삼지 말고 신성한 연습으로 삼아라.

다섯째, 잔치에서 너의 작품을 찾지도 말 것이며 가져가지도 말라. 아름다움은 동정성이며 잔치에 있는 작품은 동정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섯째, 너의 가슴속에서 너의 노래로 끌어올려라. 그러면 너의 가슴이 너를 정화할 것이다.

일곱째, 너의 아름다움은 자비라고 불릴 것이며 인간의 가슴을 기쁘게 해 줄 것이다.

여덟째, 한 어린아이가 잉태되듯이 네 가슴속 피로 작품을 남겨라.

아홉째, 아름다움은 너에게 졸림을 주는 아편이 아니고 너를 활동하게 하는 명포도주다.

열째, 모든 창조물 중에서 너는 수줍어할 것이다. 너의 창조물은 너의 꿈 보다 열등했으며 동시에 경이로운 신의 꿈인 자연보다도 열등하기 때문이다.



주 위에 존재하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


우리는 종종 문학 작품이나 영화 등을 통해 '신의 형상'을 만나게 된다. 그 신들은 매우 추상적이었다. 어떤 때는 노한 형상이거나 근엄해 보이는 형상이었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은 보다 더 구체적이었지만 별로 사랑하고 싶지도 않았다. 아니 신이란 존재들은 주로 공포의 대상처럼 여겨지기도 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 인간들이 적당히 우려먹고 있는 신들은 정치적이자 장삿속을 내 보인 것들로 본래의 형상에 얄궂은 포장지를 덧씌운 것들이었다. 



나는 그런 신 보다 보다 인간적인 갈리리의 예수나 아시시의 프란체스코를 더 사랑했다. 너무 사랑한 나머지 감동의 눈물을 펑펑 쏟아낸 적도 있었다. 내게 신의 형상이란 그런 것이었다. 당신의 모든 것을 내주고 더 낮은 곳이 없는 곳에서 인간을 우러러 긍휼히 여기는 마음. 사람들이 그로부터 감동을 받지 않는다면 누구로부터 위안을 받을까.. 



인간이 꽃 보다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이미 꽃이 된 성자들이 아닐까..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가 바위 덩어리 속에서 천사를 구출해내는 장면은 예삿일이 아니었다. 그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아는 신의 아들이자 신의 대리인이나 다름없었다. 당신의 마음속에 깃든 아름다움이 곧 신의 형상이 아니었던가.. 



가브리엘라 미스뜨랄이 간파한 신의 형상 또한 그와 다르지 않았다. 하니와 함께 거닌 돌로미티의 산길 곁에서 무수히 발견되는 신의 그림자.. 산행을 하다 말고 무릎을 꿇고 바라본 풀꽃들.. 그 높고 깊으며 험한 산중에서 아름다운 꽃잎을 내놓은 모습들은 신의 그림자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세상을 사는 동안 발견되는 무수히 많은 아름다운 것들.. 



그중 한 사람이 당신 곁에서 날이면 날마다 매 시각 당신의 해바라기로 사는 사람은 아닐까.. 묵묵히 주어진 길을 걸으며 삶에 혼을 더하는 동반자. 그 거대한 바위산이 태초로부터 호흡을 이어가는 것도 발아래 납작 엎드린 풀꽃들이라니.. 그들이 세상에 혼을 불어넣는 숨결이라니.. 거대한 바위산 보다 더 경이롭고 놀랍게 다가온다.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은 계속된다.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dall'8 al 28 agosto
il 28 Septtenbr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K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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