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Sep 19. 2020

돌로미티 트래킹 어떻게?

#18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머릿속에서 지우려야 지울 수 없는 돌로미티 트래킹.. 어떻게 했길래..?!!


   돌로미티 여행기를 끼적거리지 전에 우리 독자님들은 하이킹과 트래킹이 어떻게 다른지 인터넷 검색을 해 보시기 바란다. 지금은 개념이 모호하게 됐지만, 한 때 산행을 즐길 때는 아웃도어 용어 때문에 헷갈리시는 분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의 수가 2천500만 명 이상 된다는 한 통계치를 보니, 그 어떤 용어를 사용한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0%에 해당하는 산이 있고 언제부터인가 국민의 절반 가량이 산을 즐기는 세상이 됐다. 그리고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웃도어는 진보를 거듭하여, 지구별에서 가장 아름답고 멋들어진 아웃도어(복장)를 착용하는 사람들 중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동네 뒷산만 가도 히말라야로 가는 전문산익인들이 착용하는 이웃도어를 쉽게 목격할 수 있으므로 아웃도어의 천국이랄까.. 



우리도 그런 사람들 중 1인이었다. 그러나 돌로미티에 발을 들여놓고부터 트래킹의 진면목을 알게 되었다. 특정 산의 정상을 목적지에 두고 산을 오르는 행위가 아웃도어의 총칭이라면, 산 허리 또는 둘레를 오랫동안 걸으며 즐기는 게 트래킹이었다. 이런 표현을 사용하게 된 이유가 있다. 


우리가 뻔질나게 즐겨 찾았던 설악산은 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부족하지 않는 사철 아름다운 명산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우리가 목격한 산악회의 한 무리의 산행은 우리를 놀라게 했다. 그들은 왜 산에 오르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정도였다. 예컨대 우리가 8시간 동안 부런히 발품을 팔고 즐긴 등산로를 절반도 채 안 되는 시간에 마라톤 선수처럼 주파를 하는 것이다. 대단한 체력이었으며 한편으로 부럽기도 했다. 



그러나 그건 우리가 지닌 체력을 단순 비교했을 때만 일어난 눈 밖에 벗어난 현상이었다. 그들이 저만치 앞서가면 집으로 돌아와 '이분들이 왜 그렇게 날뛰게 되었는지'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무엇이든 어디든 남에게 지면 못 사는 성미가 몸에 밴 탓일까.. 산악회에서 단체로 산행을 하면 그런 분들이 쉽게 눈에 띈다. 마치 가을운동회에서 만난 풍경을 연상케 하는 이분들은 하산 이후에 맨 먼저 하는 일이 있다. 



재빠르게 버스로 돌아와서 허겁지겁 밥을 챙겨 먹고 꼴찌가 돌아올 때까지 늘어지게 쉬는 것이다. 하니와 나는 주로 꼴찌 그룹에 속했다. 따라서 어떤 때는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골인지점(?)이 가까이 오면 거의 뛰다시피 걸음을 옮긴 적도 있다. 우리의 트래킹 경험을 길게 끼적거린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돌로미티에서는 그런 사람을 1인도 목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돌로미티 트래킹 어떻게..?!


여기까지 스크롤바를 굴리고 내려오신 분들은 자료사진 3장을 만나게 됐을 것이다. 웅장한 바위산이 경이롭게 펼쳐진 이곳의 풍광을 지켜보게 된 곳은 관련 브런치에서 언급한 바 빠쏘 가르데나(Passo Gardena) 고갯길 위에서이다. 우리가 이곳에 머물렀던 사흘 동안 처음으로 트래킹을 나섰는데 먼저 트래킹 시작 지점을 사전에 답사한 이후에 본격적인 트래킹을 감행한 것이다. 


따라서 위의 사진 3장은 고갯길 9.5부 능선 가장자리에 자동차를 주차해 두고 걸음을 옮겨 가면서 찍은 사진이다. 산의 덩치가 너무 커서 뷰파인더에 겨우 담은 풍경이므로 거리와 크기가 잘 느껴지지 않을 것이나 영상에서 전혀 느낄 수 없는 돌로미티의 진면목이 사진에 담겨있다고 자부한다. 늘 그렇지만 시간이 조금만 더 허락했더라면 더 나은 사진을 챙겨 왔을 터이지만, 이것만으로도 매우 족한다. 왜 그랬는지 차차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래의 사진 한 장을 살펴봐 주시기 바란다.



(기억하시나요..) 빠쏘 가르데나(Passo Gardena) 고갯길 쉼터에서 아침에 바라본 선경.. 달과 구름과 실로 거대한 바위산.. 다시 생각해 봐도 우리 인간의 존재는 너무 미약해 보인다. 위 자료사진은 우리가 지냈던 쉼터에서 바라본 풍경으로 장차 우리가 이곳을 트래킹 할 것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몰랐다. 사진의 거대한 암봉 사이로 나 있는 틈새로 우리가 이동한 것이다. 길은 험악했으며 당장이라도 사고나 날 것만 같은 위험한 길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 앞에 이런 험난한 길이 놓여있을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시쳇말로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표현이었다. 트래킹에 나섰다가 알삐니즘(alpinism_등산)에 빠져들고 말았던 것이다.



고갯길을 오르면서 바라본  아우론조 디 까도레(Auronzo di cadore)의 장엄한 풍광이 응원하듯 우리를 ㅂ어보고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평지를 걷는 듯한 안락함에 빠져들며 장차 다가울 우리의 가엽은 운명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미리 언급하지만 아우론조 디 까도레의 정상에는 생전 듣보잡의 절경이 펼쳐지고 있었지만 초행길의 우리는 트래킹 한 번만으로 만족하고 돌아선 아픈 경험이 있다. 다시 돌로미티를 찾게 되면 반드시 가 봐야 직성이 풀릴 것 같은 명소였다. 



관련 포스트에서 만난 산악용 바이크족들이 드나드는 길목의 풍경..



고도를 조금씩 높이자 점점 더 가까워지는 가르데나 고갯길 정상에서 내려다본 돌로미티의 비경. 돌로미티는 어디를 가나 장엄하고 경이로운 선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미리 눈팅을 해 두시면 돌로미티 마니아로 변신하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가 보면 그곳에 살고 싶어 질 게 틀림없다. 왜 조금 더 일찍 돌로미티를 알지 못했는지.. 뒤를 돌아보며 자책할지도 모를 일..ㅜ



우리는 마침내 맨 처음 만난 3장의 사진 오른쪽 트래킹 장소로 이동했다. 우리를 맞이할 녹색 주단이 화려하게 깔려있는 신기슭의 높이는 해발 2.121 m(s.l.m)에 이르는 곳이다. 이곳에서부터 길게 산허리를 돌아 암봉 사이를 거쳐 정상 부근까지 걷게 되는 것이다. 



고갯길 정상 로지에서 내려다본 산기슭의 풍경은 정말 아름답다. 간밤에 한줄기 비를 뿌린 구름이 납작하게 엎드린 곳.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산 좋고 물 좋고 정자마저 좋은 곳..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해도 모자랄 정도라면 "자존심도 없느냐"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누구든 이곳에 발을 디딘 이상 침샘을 나무랐으면 나무랐지 침을 나무라지 않을 것.. ^^



뒤들 돌아보며 절경을 카메라에 담는 순간부터 하니는 저만치 멀어지고 있다.



하니는 가던 길을 멈추고 우리가 걸왔던 가르데나 고갯길을 돌아보며 카메라에 담고 있다. 우리도 언제인가 우리가 살아온 길을 반추하겠지.. 그때 당신의 모습이 가르데나 고갯길처럼 아름다울까..


하니의 두 손에는 작대기 두 개가 들려있다. 가냘픈 여인과 가냘픈 작대기 두 개.. 저 작대기는 맨 처음 돌로미티에 발을 들여놓는 후 처녀 트래킹을 한 빠쏘 디 라바제 숲 속에서 챙긴 것. 트래킹용 스틱을 한국에 놓고 온 이후 구입할 찬스를 놓치고 작대기를 사용했다.



등에 맨 작은 배낭 속에는 변덕을 부리는 날씨에 갈아입을 옷과 음료수와 사탕 등 가벼운 필수품이 들어있고, 나의 배낭 속에는 도시락과 물과 음료수 과일 몇 쪽과 카메라 부품 등 조금 더 무거운 짐이 들어있었다. 



우리는 가르데나 고갯길 정상에서 트래킹을 시작할 때 우리의 목적지가 어디쯤인지 전혀 모르고 이동했다. 우리의 힘이 닿는 데까지 걸어갔다가 힘에 부치 돌아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런 결심을 무너뜨린 건 돌로미티에 피어난 야생화들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서두에 삼시 언급한 바 우리의 트래킹 속도는 느린 편에 속했는데 그 이유를 제공한 건 카메라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산행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로 이동을 해도 카메라를 지니고 있었으므로 자연 일행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날도 하니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이동하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트래킹의 진면목은 올림픽이나 운동회 때 보던 전력 질주가 아니라 사방을 살피며 느리게 느리게 이동하는 것.


그리고 발밑을 굽어보며 우리 맞이해 주는 풀꽃들의 표정을 살피는 것이다. 트래킹의 진면목은 이런 데 있는 것이 아닐까.. 힘에 부쳐 걷는 하니의 발아래 그리고 주변에는 풀꽃들이 소담스럽게 또 화려하게 피어난 것들을 볼 수 있다. 나는 이런 풍경이 너무 좋아한다. 나의 유년기를 행복하게 만든 풍경이자 장차 머리를 뉠 장소가 이런 데가 아닐까..



산은 서두르는 자에게 자리를 먼저 내줄지 모르겠다.



그러나  당신에게 남은 추억은 전무하게 될 게 아닌가..



텅 빈 가슴

메마른 영혼..



먼 나라 낯선 산속에 사는 풀꽃들은 당신을 기억할 것이며, 그 추억들은 당신의 영혼을 포동포동 살찌우며 어느 날 당신이 세상에 머리를 뉘게 될 때 찾아들 천사들이 아닐까..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은 계속된다.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dall'8 al 28 agosto
il 16 Septtenbr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K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휴지통에 버려진 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