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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Sep 21. 2020

돌로미티서 눈여겨본 것들

#19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우리는 무엇을 본 것일까..?!!


   19박 20일 동안의 돌로미티 여행이 우리에게 미친 영향은 우리의 삶을 흔들어 놓을 정도로 지대했다. 그동안 살아온 바에 따르면 삶의 지축을 흔들어 놓을 만큼 큰 영향은 몇 되지 않았다. 우리가 이탈리아로 거처를 옮긴 것도 그중 하나지만, 보다 더 구체적으로 진지하게 우리를 내 몬 운명은 처음이었다고나 할까.. 앞으로 일주일의 시간만 더 지나면 돌로미티를 다녀온 지 만 한 달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우리는 돌로미티 여행이 우리에게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대책 마련을 세우는데 꽤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됐다. 생애 처음으로 이탈리아 북부 알삐의 돌로미티 여행이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 결정이 이 시기에 일어났던 것이다. 결과는 우리 스스로도 놀랄 일이었다. 우리에게 남은 인생 전부를 돌로미티에서 보내기로 마음먹고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무엇이 우리를 밀어붙였을까.. 돌로미티에서 눈여겨본 것들을 하나둘씩 브런치에 내려놓으며 19박 20일 동안의 돌로미티 여행기를 이어간다. 



사진으로 보는 지난 여정




위 자료사진들은 먼저 쓴 글 돌로미티 트래킹 어떻게? 편에 수록된 여행사진들이다. 우리가 경험한 돌로미티 트래킹을 끼적거린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에서 돌로미티까지 이동한 이후 두 번째 시작한 트래킹이었지만 이 트래킹은 빠쏘 디 라바제에서 경험한 처녀 트래킹과는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트래킹 시작 지점의 높이는 물론 주변 경관이 첫 번째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라바제 고갯길에서 시작한 트래킹은 주로 숲 속 길을 걸었지만, 가르데나 고갯길에서 시작되는 트래킹은 사방이 온통 거대한 바위산이 병풍처럼 드리운 곳이었다. 그리고 고갯마루에 서면 세상이 발아래 납작 엎드려 있었는데 그 풍경들은 마치 꿈속에서 본 것 같았다. 


다만 꿈속에서 본 풍경들은 아스라하거나 기억에서 드문드문 떠올랐다면, 돌로미티에서 만난 풍경들은 잠자리에 누워서도 너무도 또렷이 기억되는 것이다. 그럴 만도 했다. 어떤 때는 산길을 걷는 동안 만나게 된 풀꽃들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는데 그런 동작들은 트래킹이 끝날 때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그 습관은 이어지고 있었다. 돌로미티는 나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돌로미티에서 눈여겨본 것들




지난 여정에서 만난 풍경 다음으로 이어지는 풍경들이다. 8월 초 촬영된 사진들이지만 어떤 풀꽃들은 어느새 가을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여행자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산중의 여름은 너무 짧은 탓일까..



고도를 조금씩 높이면 세상이 저만치 발아래로 펼쳐진다. 그림이 된 세상의 풍경들.. 조물주가 빚어낸 위대한 작품을 바라보며 돌아보고 또다시 돌아보기를 반복하게 만드는 산행이다. 너무 아름다워 기겁을 하게 되는 곳이랄까. 돌로미티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기겁의 현상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까..



벼랑으로 이어지는 산길 옆에는 풀꽃들이 고개를 삐쭉 내밀고 여행자를 반긴다.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 산길은 곁을 내주긴 했지만 여전히 태곳적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바람도 풀꽃도 구름도 돌 하나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세상.. 



고도를 높이며 조금 전 우리가 떠나온 가르데나 고갯길을 굽어보니 그곳에 우리를 데려다준 애마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자료사진 좌측 길 가장자리 맨 앞에 주차된 차량이 우리를 돌로미티로 안내했다. 



고도를 조금씩 더 높이자 세상은 점점 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신선놀음이란 이런 걸 말하는 게 아닐까.. 우리는 돌로미티에 있는 동안 세상 모든 시름을 잊고 살았다. 그게 무슨 연유로 일어난 까닭인지는 나중에 알게 됐다. 우리가 돌로미티로 다시 터전을 옮겨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결정적 배경이 그 속에 숨어있었던 것이다. 차차 그 이유를 밝히도록 한다.



사람들이 만든 길.. 용틀임의 세상은 인간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듯..



구불구불 좁고 길게 이어지는 산길.. 발아래에 야생화들이 여행자를 붙든다. 돌로미티에 가면 무엇을 봐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할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 발을 옮길 때마다 풀꽃들이 그대를 반겨줄 것이며 그때마다 행복에 겨운 기겁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대자연 앞에 무릎을 꿇고 풀꽃 앞에서 무릎을 꿇으면 작은 것에 감사하는 인간 1인을 만나게 된다. 문학이 무엇이며 예술 또한 무엇이랴.. 나는 풀꽃 앞에서 로또를 만난 것처럼 기뻐했다. 행복해했다. 



그들은 이 산중에서 대를 이어 살아오고 있었으며 인간의 눈에 하찮은 풀꽃 정도로만 생각되었을까..



조물주가 빚은 대자연 속에서 우리도 풀꽃이기를.. 

여행자를 반기는 야생화이기를.. 

세상을 향기롭게 하는 향초이기를..



여행자는 길 위에서 행복하다고 했던가.. 벼랑길을 따라 걸어도 두려움보다 환희가 앞선다.


저만치 용틀임을 이어간 가르데나 고갯길 끄트머리에 우리가 몸을 뉘었던 쉼터가 보인다. 길 가장자리에 작은 공터가 보이는 곳. 하니와 나는 저곳에서 사흘을 보내게 됐다. 그럴 리가 없지만, 만약.. 우리가 이곳 산골짜기에서 태어났다면 이 세상은 슬픔과 고통이 없으며 걱정 근심 무거운 짐을 전혀 느끼지 못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다. 


하니가 사용한 작대기 두 개.. 너무 재밌죠? ^^


행복이 충만한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피안의 세계.. 우리가 잊고 살거나 잊어버린 낙원이 오롯이 펼쳐진 곳. 그 산길에 우리가 발을 디딘 사실만으로 흡족한다. 돌로미티 트래킹이 막 시작됐다. 만약, 우리가 돌로미티로 거처를 옮기게 된다면 매일 아침 새로운 꿈을 꾸게 될 것이며, 그 꿈들은 자연 속으로 바람처럼 녹아들 것이다.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은 계속된다.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dall'8 al 28 agosto
il 21 Septtenbr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K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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