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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Sep 30. 2020

돌로미티의 견월망지(見月亡指)

#23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우리는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브런치를 열면 저만치 하니가 앞서 걷는 모습이 보인다. 거대한 바위산.. 온통 바위 덩어리만 가득해 보이는 이곳은 돌로미티의 리푸지오 프랑코 까바싸 알 삐쉬아두(Il rifugio Franco Cavazza al Pisciadù)로 불리는 명소가 위치해 있는 곳이다. 간간히 풀숲이 보이는 산길을 따라 삐쉬아두 정상으로 발을 내딛는 것이다. 



하니를 저만치 앞에 두고 발아래를 살피니 우리가 머물던 쉼터가 도로 가장자리(델타 지역)에 보인다. 세상이 발아래 마물고 있는 듯하다. 인간이 사는 세상이 조그맣게 바라보이는 곳. 비록 풍경은 다를지라도 우리는 인간세상에 살아가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현재 나의 위치는 동양사상에서 말하는 선계에 발을 들여놓고 있는 것이랄까.. 인간세상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가깝게 다가서는 모습이 눈에 도드라진다.



돌 틈에 머리를 박고 자라고 있는 앙증맞은 풀꽃들.. 야생화가 나의 발목을 붙드는 것이다. 그동안 연재된 관련 브런치의 여행기를 보면 자주 등장하는 풀꽃들. 추석을 코 앞에 두고 끼적거리는 포스트는 돌로미티의 진정한 아름다움이자 생명인 야생화에 대한 나의 생각을 내려놓는 것으로 시작한다.



돌로미티의 견월망지(見月亡指)




하니가 조금 전 지나간 산길 옆으로 처음 보는 이름 모를 야생화가 피어있었다. 빠쏘 가르데나로 오르면서 수도 없이 봐 왔던 풀꽃이다. 그리고 다시 삐쉬아두로 이동하는 동안 풀꽃들은 줄곧 우리를 따라다녔다. 어떤 때는 발밑에 또 어떤 때는 산기슭 바위틈에 아니면 산비탈 경사면에 빼곡히 피어있었다. 




풀꽃들의 개화 시기는 대략 6월부터 시작해 8월에 정점을 이룬다고 했으므로, 우리가 돌로미티를 떠날 때쯤이면 모두 시들어 버리거나 열매를 맺고 곧 동면에 들어갈 준비를 하게 될 것이다. 이곳은 봄이 늦게 시작되고 가을이 빨리 끝나는 기후로 여름철 평균 온도(우리가 머물 당시)는 섭씨 6도씨에서 18도씨까지였다. 대략 봄 날씨 은 가을 날씨가 8월 중에 느껴진 것이다. 관련 브런치에 언급한 바 빠쏘 가르데나 고갯길만 해도 해발 고도 2,121미터에 이르고 있으므로 이곳에서는 여름을 느낄 겨를도 없는 것. 




포스트에 등장한 자료사진에서는 사람들의 흔적을 찾기 쉽지 않지만, 카메라의 앵글을 조금만 돌리면 돌로미티에서 피서를 즐기는 사람들이 숱하다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이동하고 있는 삐쉬나 정상으로 이동하는 트래킹족들도 줄을 잇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을 잘 관찰하면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어떻게 보면 무엇인가에 홀린 듯 앞만 보며 허둥지둥(?) 발길을 옮기는 것. 



이런 모습은 온오프라인에서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돌로미티를 소개하는 유튜브의 영상에서도 쉽게 발견되는 게 이들 트래킹족들의 모습이었다. 그런 한편 돌로미티를 찾은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놓치고 다닌 소중한 장면들이 있었다. 돌로미티 여행을 결정하고 돌로미티 트래킹을 다녀오기란 쉽지 않은 일이자, 어쩌면 평생 한 번 밖에 없을지도 모를 여행에서 챙겨 올 추억 하나를 놓고 온 것이랄까..



견월망지(見月亡指)..


우리가 가끔씩 사용하는 견월망지(見月亡指)란 달을 봤으면 달을 가리키는 손을 잊으라는 뜻이다. 또 달을 가리켰는데 손가락을 보고 있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뜻도 된다. 본질을 깨우쳤으면 수단들은 버려야 한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어쩌다 발을 디딘 돌로미티에서 견월망지를 되새기게 되는 것도 이유가 있다. 맨 처음 돌로미티에 발을 디딘 이후 우리는 돌로미티가 풍기는 산의 모양새와 기운에 빠져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닮은 듯 서로 다른 장엄한 풍광에 압도되어 어쩔 줄 모르며 마구 싸돌이다닌 꼴이라고나 할까.. 다행인지 내 속에 거한 습관 하나가 나를 건져주었다.



세상을 향한 아름다운 시선..!



세상에 신선이 살고 있다면 당신의 가슴속에는 아름다움이 넘쳐날 것이다. 세속적인 것으로부터 벗어난 당신이 매시각 날이면 날마다 보고 느끼는 건 산중의 아름다움일 것이며, 그 아름다움은 풀꽃들로부터 발현되었을 게 틀림없다. 돌로미티를 말할 때마다 가브리엘라 미스뜨랄(Gabriela Mistral)을 회자하고 싶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녀는 <예술가의 십계명>에서 이렇게 노래했지..



Decálogo del artista

-Gabriela Mistral

I. Amarás la belleza, que es la sombra de Dios sobre el Universo.

II. No hay arte ateo. Aunque no ames al Creador, lo afirmarás creando a su semejanza.

III. No darás la belleza como cebo para los sentidos, sino como el natural alimento del alma.

IV. No te será pretexto para la lujuria ni para la vanidad, sino ejercicio divino.

V. No la buscarás en las ferias ni llevarás tu obra a ellas, porque la Belleza es virgen, y la que está en las ferias no es Ella.

VI. Subirá de tu corazón a tu canto y te habrá purificado a ti el primero.

VII. Tu belleza se llamará también misericordia, y consolará el corazón de los hombres.

VIII. Darás tu obra como se da un hijo: restando sangre de tu corazón.

IX. No te será la belleza opio adormecedor, sino vino generoso que te encienda para la acción, pues si dejas de ser hombre o mujer, dejarás de ser artista.

X. De toda creación saldrás con vergüenza, porque fue inferior a tu sueño, e inferior a ese sueño maravilloso de Dios, que es la Naturaleza.




예술가의 십계명 

-가브리엘라 미스뜨랄 


첫째주 위에 존재하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사랑하라. 

둘째, 무신론적 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창조주를 사랑하지 않을지라도 그와 유사한 존재를 만들어 놓고 그를 섬기라.

셋째, 아름다움을 감각의 미끼로 주지 말고 정신의 자연식으로 주어라.

넷째, 방종이나 허영을 위한 구실로 삼지 말고 신성한 연습으로 삼아라.

다섯째, 잔치에서 너의 작품을 찾지도 말 것이며 가져가지도 말라. 아름다움은 동정성이며 잔치에 있는 작품은 동정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섯째, 너의 가슴속에서 너의 노래로 끌어올려라. 그러면 너의 가슴이 너를 정화할 것이다.

일곱째, 너의 아름다움은 자비라고 불릴 것이며 인간의 가슴을 기쁘게 해 줄 것이다.

여덟째, 한 어린아이가 잉태되듯이 네 가슴속 피로 작품을 남겨라.

아홉째, 아름다움은 너에게 졸림을 주는 아편이 아니고 너를 활동하게 하는 명포도주다.

열째, 모든 창조물 중에서 너는 수줍어할 것이다. 너의 창조물은 너의 꿈 보다 열등했으며 동시에 경이로운 신의 꿈인 자연보다도 열등하기 때문이다.



돌로미티의 견월망지(見月亡指)..



하니와 나는 우리 앞에 놓인 산길을 따라 머지않아 삐쉬아두 정상으로 나아갈 것이다. 저만치 앞에서 우리보다 먼저 정상을 올랐던 트래킹족들이 하산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그들은 이 산중에서 무엇을 만나고 돌아오는 것일까.. 어떤 어리석은 산악인들처럼 산을 정복한 기쁨을 누렸을까.. 아니면 발아래 펼쳐진 세상을 호령이라도 한 것일까.. 



신선이 반드시 산중에 사는 게 아니라면 그들의 가슴속에는 늘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을 것. 신과 동행하는 일이 중요한 것도 그 때문일 것 같다. 누군가 산을 가리키면 그곳에 살고 있는 작은 풀꽃을 보라.. 그가 당신을 아름답게 승화시켜 줄 것이다.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은 계속된다.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dall'8 al 28 agosto
il 30 Septtenbr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K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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