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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Oct 03. 2020

돌로미티, 진짜 술꾼의 안주

#24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돌로미티 여행기에 등장하는 술꾼 이야기.. 어울릴까..?!


브런치를 열면 표지 사진 좌측으로 하니가 저만치 앞서 간다. 그동안 나는 잠시 멈추어 서서 삐쉬아두 정상으로 가는 이정표 앞에서 기록을 남긴다. 이곳은 알따 뷔아 돌로미티(Alta Via Dolomiti) 2번째 길이며 삐쉬아두(Pisciadu')로 이어지는 길이다. 이 계곡은 빠쏘 가르데나(Passo Gardena) 옆에 위치해 있고 이곳은 알타 바디아(Alta Badia)라고 부른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처음 나의 브런치를 열어 돌로미티 관련 글을 보고 계시는 분들을 위해 돌로미티를 잠시 개관하고자 한다. 주지하다시피 돌로미티는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해 있으며 오스뜨리아(현지에서는 아우스뜨리아라고 부른다), 스위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곳이다. 아직 조물주가 에덴동산을 만들기 전이었을까..  


돌로미티 산군이 형성된 시기는 대략 7천만 년 전으로 거슬로 올라간다. 당시 이탈리아 대륙과 유럽 대륙의 판이 충돌하면서 바닷속에 있던 백운 석회암이 해수면 위로 솟구쳐 생긴 것이라고 한다. 그 후 침식과 풍화작용 등으로 오늘날 돌로미티 산군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탈리아의 어떤 사이트에서는 돌로미티 여행을 할 때 고지에 오르면 해저의 심연을 느껴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니와 우리가 트래킹을 하고 있는 삐쉬아두 정상에 서면 그 느낌을 단박에 받게 된다. 돌로미티는 원래 아우스뜨리아 띠롤 주에 속해 있었지만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이후 이탈리아에 속하게 됐다. 이때의 원한은 돌로미티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베네토 주 북부와 뜨렌티노 알또 아디제 주에 속한 돌로미티를 방문해 보면 그 지역 사람들은 이탈리아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이정표는 물론 상점의 간판에도 독일어로 쓰인 게 대부분이며 공공장소에는 이탈리아어와 독일어를 혼용해 쓰고 있었다. 그들은 현재 이탈리아 시민이지만 독일어를 사용하고 아우스뜨리아의 문화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글자는 물론 집의 형태도 이탈리아 중부 이남에서 보는 것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서두에 잠시 언급한 이정표에 쓰인 이탈리아어+독일어 혼용도 같은 이유라 보면 된다. 



돌로미티란 어원은 이 지역의 지질학을 연구하던 프랑스인 광물학자 데오다 그라테 드 돌로미(Déodat Gratet de Dolomieu)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한다. 그가 이곳에서 발견한 백운석(고화석이라고도 함)의 이름은 돌로마이트(Dolomite)라고 하여, 화학성분은 CaMg(Co3) 2이다. 탄산석회와 탄산마그네슘이 1:1로 복탄 산염을 이루며 마그네슘의 일부는 철이나 망간으로 치환되는 경우가 많다는데.. (더 알 필요가 있을까. 넘어가자) 아무튼 돌로미티는 그의 이름을 딴 데서 비롯되었다는 것. 



돌로미티는 엄청난 규모의 산군을 자랑하고 있고 규모에 걸맞은 다양한 트래킹 루트가 있었다. 언급한 알따 뷔아 돌로미티도 높은 길(Alta Via)이라는 뜻을 지녔다. 알따 뷔아는 전부 10개가 있는데 길이는 90킬로미터에서부터 190킬로미터에 이른다니, 트래킹족의 입장에서 보면 진수성찬이나 다름없다. 



돌로미티, 진짜 술꾼의 안주



오늘 브런치의 제목 '진짜 술꾼의 안주'는 여기서부터 비롯되었으며 나의 경험담 일면을 담았다. 하니와 함께 돌로미티 현지에 도착하여 19박 20일 동안 지내는 동안 우리는 진수성찬을 앞에 두고 와.. 와.. 함성만 질러대는 아이들처럼 이곳저곳 맛보기에 열중했다고나 할까. 이런 현상은 누구나 다르지 않을 것 같은데 진수성찬을 한 번에 다 먹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가 돌로미티에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꽤 오래 전의 일이다. 종가의 7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나는 아버지께서 따러주신 음복주 한 방울에서부터 시작해 한 잔  두 잔 한 병 두병..으로 이어지는 주당의 길을 걷게 됐다. 술과 친구를 좋아한 나는 여가의 많은 시간을 친구들과 어울려 술잔을 기울이거나 밴드 활동 등 취미생활을 즐겼다. 그리고 사회생활로 이어지면서 세상의 술 종류를 섭렵하고 애주가 문화를 꽤어차는 술꾼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요리학교에서 배운 소믈리에 과정에서 어떤 교수는 그런 자랑을 "집을 한 두채 말아먹어야 진정한 소믈리에가 될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당신은 이탈리아에서 알아주는 소믈리에였지만 그에 비하면 나는 매우 착한 부류에 속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어느 날 동료들과 거나한 술상을 앞에 두고 주연을 벌이는데.. 처음엔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린 음식애 놀랐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젓가락을 올린 게 몇 되지 않았다. 요즘 같으면 뷔페(Buffet) 집에서 먹을 만큼 먹으면 그만이지만 당시만 해도 온갖 산해진미를 한 상 가득 차려놓고 그만한 비용을 받는 것이었다. 이런 풍경도 착하디 착했다. 



요리를 배우면서 동시에 살펴본 로마 제국의 네로 황제와 로마 귀족들이 먹는 모습은 인간이 아니라 어느 동물을 보는 듯했다. 잘 먹는 게 당신의 계급을 과시하는 것이었으므로 코스대로 실컷 처먹고 마시고 난 다음.. 그것도 옆으로 삐딱하게 누워 시종들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누린 식탐이라니.. 여기까지는 용서가 된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다. 주방에서 끊임없이 제공되는 요리를 다 먹으려니 배 터지게 먹어도 소용없는 것. 


벼랑 끝에서 우리를 맞이하는 노란 풀꽃들.. 언제인가 너희들의 이름을 알아낼 거야.


그들에게 주어진 히든카드가 바로 깃털이었다. 새의 깃털을 이용하여 목구멍 깊숙이 후벼 파면(?) 조금 전에 삼켰던 음식 모두를 시종이 들고 있는 항아리에 토해내고 다시 처먹기 시작하는 것. 시종들이 이런 모습을 보고 입을 다물고 있어서 그렇지 속 마음은 "이런 돼지새끼 봤나!"라며 얼마나 경멸했을까.. 



이건 어디까지나 황제의 식탐 일부분일 뿐이고, 어느 술꾼의 안주는 해를 거듭할수록 진화를 하여 점점 더 작아지고 무게 또한 가벼워지는 초경량 시대를 맞이하는 것이다. 상상이 되시는가.. 나의 음주 습관은 안주가 없으면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유가 있었다. 술을 오래도록 많이 마시려면 위장에 벽(?)을 미리 만들어 빈속에 마신 술로 해까닥 돌아버리지 않기 위한 전술이었던 것. 



그러나 나중에는 이것도 귀찮아지게 된다. 점점 더 술꾼으로 진화를 거듭하며 마침내 돌로미티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천지개벽에 가까운 일이 생기는 것이다. 어느 날 나의 절친과 단골 술집에 들러 주문한 건 다름 아니다. 그 마드무아젤(Mademoiselle_그땐 이렇게 불렀다)은 평소 매출에 기여한 우리가 들어서면 으레 내놓는 게 있다. 멸치와 고추장 그리고 멸치 고추 볶음을 접시에 예쁘게 받쳐 내오는 것이다. 술꾼의 안주는 그것으로 끝!



돌로미티와 술꾼의 단상이 어울릴지 모르겠다만, 서두에 언급한 돌로미티의 정체성을 보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어느 날 마주친 진수성찬과 별로 다르지 않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 이곳저곳 모두 다녀보고 싶지만 그게 쉬운 일인가.. 커뮤니티를 뒤져봐도 돌로미티 전부를 뒤진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 워낙 방대하고 볼거리가 지천에 천지 빼까리로 널린 것이다. 그렇다고 네로 황제나 귀족들의 식탐처럼 함부로 날뛰다간 언제 돌로미티의 귀신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가 지나온 길이 발 아래 펼쳐져 있다


우리가 맛 본 돌로미티는 어디가 더 낫다고 말할 수 없을 만치 모두 아름다운 곳이자 트래킹족의 혼을 쏙 빼놓는 곳이었다. 하니가 저만치 앞서 걷는 목적지는 언급한 바 삐쉬아두!! 나는 하니가 앞서간 길을 호위하듯 걸으며 어느 술꾼의 지혜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진짜 술꾼은 배불리 먹지 않는다. 하니가 앞서간 산길에는 풀꽃들이 소담스럽게 피어있었다. 돌로미티를 여행할 때 눈여겨봐야 할 풍경이다. 술꾼의 멸치와 고추장처럼 말이다.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은 계속된다.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dall'8 al 28 Agosto
il 03 Ottobr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K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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