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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Oct 08. 2020

집도 절도 없는 여행지

-파타고니아의 숨겨진 오지 코크랑 찾아가는 길

세상에 이런 여행지도 있다..!!


   아무도 살지 않을 것 같은 황량한 계곡. 쉼 없이 흐르는 비췻빛 강물. 그 곁으로 길게 이어지고 있는 먼짓길.. 이곳은 남미 칠레의 숨겨진 오지 코크랑(Cochrane_Cile)으로 가는 길의 낯선 풍경이다. 하니와 나는 파타고니아의 뿌에르또 리오 뜨랑퀼로(Puerto Rio Tranquillo)를 출발해 이곳(자료사진)까지 이동하는 동안, 사람의 흔적을 거의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우리가 타고 가는 버스 속에서 어디론가 하차하는 지점에 한 두 집이 눈에 띌 뿐이었다. 우리가 가끔씩 사용하는 '집도 절도 없는 없는 곳'을 가리키는 곳이랄까. 



황량해 보이는 거대한 산은 전부 바위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고, 농사를 지을 땅은 보이지 않는 곳. 우리가 장차 만나게 될 파타고니아의 오지 코크랑은 인구 밀도가 극히 낮아서 1 제곱 킬로미터(km2_Chilometro quadrato) 당 0,33명이 살고 있을 뿐이었다. 관련 자료(링크)를 살펴보니 그나마 1992년부터 2002년까지 2,996명에서 2,867명으로 인구수가 줄어들고 있었다. 그렇다면 인구밀도가 높기로 유명한 대한민국의 인구밀도는 얼마나 될까..?



참고로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세종 경기에 나타난 2019년 기준 인구밀도는 15,964명, 4,380명, 2,753명, 2,769명, 2,980명, 2,796명, 1,080명, 712명, 1,299명 순이었다. 우리나라 전체 평균을 살펴보니 515명이었다. 0,33명 vs 515명.. 비교가 되시는가? 시쳇말로 우리는 콩나물시루에서 살아가고 있는 반면, 코크랑은 인적이 거의 보이지 않는 청정하고 황량해 보이는 꼭꼭 숨겨진 도시에서 여유롭게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를 태운 버스가 먼지를 폴폴 날리며 비포장 길을 달리는 동안 간간이 계곡 저만치 아래서 비췻빛 강물이 넘실댓다. 장차 우리가 만나게 될 코크랑은 해발 고도 145미터였고, 그 곁에는 아름다운 호수가 짝꿍처럼 살아가는 곳. 사람들이 살아가기 좋을만한 작은 분지에 위치해 있었다. 



그러나 그 작은 도시를 찾아가는 먼짓길을 위안해 주는 것이라곤 살아 꿈틀거리며 용틀임하는 강물이 전부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지 낀 차창 너머로 보이는 산하는 생명력이 넘쳐나고 있었다. 집도 절도 없는 미지의 낯선 여행지를 찾아가는 여정은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꽤 지나 발효를 거듭한 여행지의 풍경이 마침내 먼지를 훌훌 털어내고 내 앞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요즘 브런치에 연재하고 있는 돌로미티와 일면 비교되기도 하는 이곳은 사람들이 붐비는 여행지와 전혀 다른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고독하고 외로운 곳..



여행자의 눈에는 낯설고 물설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 좋다. 더 매력적이다. 눈만 뜨면 맨날 만나던 널리고 널린 세상의 풍경이 물릴 만도 할 때쯤 따끈한 솥에서 응어리진 포르맛지오처럼 전혀 느낌과 맛이 다른 풍경이 눈 앞에 나타난 것이다. 



덜컹 거리는 버스 안에서 먼지 낀 차창 밖으로 보이는 낯선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동안 목적지는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버스를 타고 천천히 먼짓길을 달리는 느린 여행이 기억에 오래 남는 법이랄까.. 그 여정 전부를 짬짬이 브런치에 기록할 것이다.



뿌에르또 리오 뜨랑퀼로에서부터 이어지는 낯선 여행지.. 파타고니아의 숨겨진 오지 코크랑 마을을 찾아가는 길에 만난 비경의 속살을 한 꺼풀씩 벗겨내 보도록 한다. 남미 여행에서 쉽게 만나지 못하는 풍경 앞에서 도시와 오지 혹은 풍요와 빈곤의 차이가 무엇이며 어떤 것인지 등을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일면 풍요로워 보이지만 속이 텅 빈 빈곤한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자를 태우고 먼짓길을 느리게 가는 버스처럼 천천히 파타고니아의 숨겨진 오지로 발길을 돌려본다.


la strada per andare a Cochrane, la destinazione nascosta della Patagonia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 con mia moglie_Patagonia CILE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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