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Oct 11. 2020

몰입_沒入

#2 파타고니아의 숨겨진 오지 코크랑 찾아가는 길

파타고니아 배낭 여행자의 텅 빈 마음가짐..?!!



뿌에르또 리오 뜨랑퀼로에서부터 이어지는 낯선 여행지.. 파타고니아의 숨겨진 오지 코크랑 마을을 찾아가는 길에 만난 비경의 속살을 한 꺼풀씩 벗겨내 보도록 한다. 남미 여행에서 쉽게 만나지 못하는 풍경 앞에서 도시와 오지 혹은 풍요와 빈곤의 차이가 무엇이며 어떤 것인지 등을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일면 풍요로워 보이지만 속이 텅 빈 빈곤한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자를 태우고 먼짓길을 느리게 가는 버스처럼 천천히 파타고니아의 숨겨진 오지로 발길을 돌려본다.


지난 여정 파타고니아의 숨겨진 오지 코크랑 찾아가는 길 첫 번째 포스트 마지막에 이렇게 썼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고 다녀온 이야기들을 쓴 여행기는 포털 등 당신만의 공간에 빼곡히 기록되어 있다. 여행을 통해 느낀 감흥이 먼짓길에 흩뿌려진 굵은 빗방울처럼 선명하게 찍혀 남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느낌들은 시간이 지나면 먼 짓 속으로 파묻히거나 두 번 다시 열어보지 않게 된다. 내가 그랬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은 왜 생기는 것일까.. 당신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사진첩 혹은 잡기장의 기록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발효를 거듭하여 본래의 느낌보다 더 숙성된 맛을 전달해 주었다. 그땐 몰랐지만 나(自我)를 보다 더 명확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면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오염된 자아를 빼앗아 가는지.. 먼 나라 긴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속이 말갛게 변한 것을 안다. 그땐 오직 하나에만 집중하고 몰입해 있었던 것일까..



몰입_沒入




파타고니아의 숨겨진 오지 코크랑 마을을 찾아가는 길에 만난 풍경들은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한 때 사람들의 호기심이 달나라 혹은 저 먼 우주의 별나라로 향했을 때 호기심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굽이굽이 꺾어진 먼짓길 옆으로 비췻빛 강물이 넘실대는데 먼짓길은 강물을 따라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강물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니건만 시선은 강물과 처음 보는 풍경에 사로잡혀있었다. 버스 창 곁으로 무시로 먼지가 폴폴 날린다. 우리가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뽀얀 먼지가 수증기처럼 피어오른다. 그리고 버스 앞으로는 장차 먼지를 일으킬 비포장 도로가 구불구불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반복한다.



버스가 굽이굽이 먼짓길을 돌아갈 때마다 버스 창 앞으로 따라다니던 풍경이 금세 바뀌곤 한다. 코크랑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이 길을 따라 오갔으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꼬자이께로 장을 보러 다니거나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게 꿈이었다. 우리나라를 비교해 보면 강원도 산골 오지에서 보다 더 큰 도시로 아이들을 유학시키는 것과 비슷한 일이 이곳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  



코크랑은 까르레떼라 오스뜨랄의 길 옆에 형성된 마을이지만 이곳에서 꼬자이께까지 볼 일을 보러 나가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우리가 지나온 먼짓길을 따라 왕래를 해야 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자동차를 가지고 있지만 자동차가 도시를 다녀오는 일이 생긴다면 물류비용이 만만치 않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버스 속에는 이 마을을 오가는 사람들의 짐보따리가 가득한 것이다. 칠레의 파타고니아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이 버스 내부에 고스란히 묻어나는 것. 



지도를 펴 놓고 보면 코크랭에서 꼬자이께 그리고 다시 뿌에르또 몬뜨로 이어지는 길은 어쩌면 우리나라의 출세가도나 다름없어 보였다. 오지에서 보다 더 큰 도시로 진출하고 다시 그곳에서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까지 진출하는 일이 생기면 마을의 경사나 다름없는 것이다. 문명사회와 원시 사회가 공존하고 있는 땅.. 



그러나 우리가 만난 오지의 마을 코크랭은 파타고니아 깊숙이 숨겨져 있었을 뿐 그들은 문명사회의 일원이었다. 여행자의 눈에 비친 이들의 삶 속에 숙명처럼 달라붙은 문명의 흔적.. 그들은 그 흔적들 때문에 아파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마음속에 덕지덕지 달라붙은 문명의 흔적들은 여행자의 마음을 쏙 빼닮았다고나 할까..



가구수가 좀 더 많은 마을로 떠날 때 가졌던 호기심은 머지않아 가슴에서 지워지고, 귀가할 때쯤이면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 가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때 당신을 태운 버스는 먼지를 폴폴 날리며 본향으로 향하고.. 먼짓길 옆의 산천초목들은 당신이 지닌 문명의 흔적을 하나씩 하나씩 지우게 되는 것이다. 


하니와 나.. 여행자의 시선이 버스 창밖에 머무는 동안 우리가 살고 있었던 나라 혹은 과거의 흔적이 전혀 고개를 들지 못하는 것이다. 먼 나라 낯선 땅이 가진 마력의 근저에 몰입이 끼어든 것이다. 세상 모든 시름을 잊게 만드는 놀라운 에너지가 낯선 땅에서 발현되고 있었다.


la strada per andare a Cochrane, la destinazione nascosta della Patagonia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 con mia moglie_Patagonia CILE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집도 절도 없는 여행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