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남미 여행, 또레스 델 파이네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하면 마음이 풍요로워질까..?!
아직 해가 돋기도 전에 우리는 또레스 델 빠이네 국립공원 야영장에서 짐을 꾸리고 있었다. 이틀 전 오후 이곳에 도착한 후 텐트를 빌리고 하룻밤을 이곳에서 묵은 것이다. 새벽의 날씨는 약간은 썰렁했다. 짐을 챙기는 동안 저만치서 먼동이 밝아오고 있었다. 하니와 나는 서둘렀다. 또레스 델 빠이네 주봉까지 다녀오려면 해가 뉘엿거릴 때쯤이라야 될 것이다. 이번이 두 번째인데 첫 번째 트래킹은 실패로 끝났었다. 미처 준비도 하지 못한 채 로지에 들렀던 것이다. 가야 할 길은 멀었다.
따라서 다시 뿌에르또 나딸레스의 숙소로 돌아가 준비를 마치고 하루 전에 야영을 한 것이다. 이날 트래킹은 우리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주었다. 천하절경을 간직한 또레스 델 빠이네 국립공원은 우리를 그냥 보내지 않았다. 걸음을 붙들고 또 붙드는 일이 잦아지면서 언제나 그랬듯이 초주검이 된 다음에야 공원 관리소에 당도할 수 있었다.
파타고니아 여행에는 3개의 렌즈와 망원렌즈가 포함됐다. 카메라가 너무 무거웠다. 하니는 그때마다 나무랐다. 꼬자이께에서 원인미상의 허리병을 얻은 것도 카메라 때문이라며 구박을 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지라 큰 효험은 없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취미생활로 시작한 사진 인생은 50년은 되었다. 그래서 사진과 카메라는 나의 분신과 다름없는 것이다.
나의 분신은 그림자처럼 평생을 졸졸 따라다녔다. 카메라를 빼놓고 나를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쓰다 망가진 카메라와 버린 카메라도 적지않았다. 흑백 필름을 사용할 때부터 dslr을 사용할 때까지 나의 취미는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사진을 좋아하면서 내가 누구인지 넌지시 알게 됐다. 자연을 너무 사랑하는 1인이자 내 눈에 비친 자연은 또 다른 나의 모습이었다.
자연으로부터 발현된 피사체는 대화 상대가 되었으며 눈을 맞출 때마다 피사체가 말을 걸어오는 것이다. 따라서 출사를 따로 가지 않아도 카메라가 늘 손에 들려있으므로, 말을 걸어오는(?) 녀석들은 기록에 남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기록된 분량은 실로 엄청나다. 그러나 별로 걱정할 것도 없다. 예전 같으면 종이 사진을 보관하거나 필름 혹은 슬라이드로 보관했을 테지만, 지금은 그럴 이유가 없다.
세상이 빛의 속도로 변하는 동안 외장하드는 크기까지 줄어들어 카메라보다 작아졌으며, 대형 창고 보다 용량이 커진 상태로 세상이 변했다. 이렇게 기록된 사진들은 곰삭혔다가 어느 날 세상의 빛을 보게 되는 것이다. 마치 포르맛지오가 발효되는 과정처럼 적당한 시간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피사체가 보다 숙성된 맛과 여행지의 맛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럴 리가 없지만.. 만약 누군가 억만금을 주며 나의 외장하드와 바꾸자면 일언지하에 거절할 것이다. 내게 억만금은 전혀 불필요한 물질이다. 나를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건 물질이 아니라 비물질이다. 억만금이 당신을 풍요롭게 만들지 모르겠지만, 그의 눈은 외눈박이로 변하여 세상이 곧이곧대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 풀꽃이 무슨 소용이며 절경 또한 무슨 소용이겠는가..
아울러 세상사는 자랑에 빠져 살다 보면, 조물주가 이 땅에 보낸 당신의 진정한 가치나 사명을 까마득히 잊고 살게 분명하다. 물질을 사랑하면서 동시에 영혼을 사랑하기란 쉽지 않다. 나의 경험칙이다. 나의 외장하드 가득히 소장된 피사체들은 나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만든다.
사람들이 한 인간을 '천하보다 더 귀한 존재'라고 말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천하는 나를 품을 수 없어도 나는 천하를 품을 수 있는 것. 내가 사랑하는 산천초목과 하늘과 땅 그리고 뭇새들과 온갖 생명들은 모두 사랑의 대상이다. 그중 하니는 첫 번째이자 세상 끝나는 날까지 함께 하고 싶은 귀한 존재이다. 나와 함께 동고동락 한 사람.. 그 사람이 이날 아침의 동반자이며 그 힘든 여정을 늘 함께했다.
정이 많아 눈물이 많은 사람. 대범한 듯 작은 일에도 크게 놀라는 사람. 그러나 당신의 좌우명은 '천년을 살 것처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한시라도 최선을 다한 사람이다.(팔불출의 변) 그녀가 저만치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고 있는 가운데 나의 뷰파인더는 길 위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또레스 델 빠이네로 가는 첫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이때부터 셔터음은 무시로 작렬하며, 또레스 델 빠이네 정상을 돌아올 때까지 뜨거운 심장이 되어 나의 존재를 보다 더 명확히 해 줄 것이다. 그날 아침, 파타고니아는 우리를 만나 행복했고, 나의 가슴은 기관차 엔진처럼 쉼 없이 박동을 멈추지 않았다. 나의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지기 시작한 것이다. <계속>
il Nostro viaggio Sudamerica_Patagonia Torres del Paine CILE
Scritto_il 20 Otto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