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02. 2020

악마를 부르는 애주가의 식감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전통 양고기 요리 또르치넬리 아넬로

누구를 떠올리며 술잔을 기울이시나요..?!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는 만남과 이별의 특별한 추억을 되살리는 샛노란 꽃이 피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우리'라는 주어를 사용했을 테지만, 일주일 전 하니가 한국으로 떠난 후 '내가'로 바뀌었다. 어떤 이유에서 던 지 썩 반가운 일이 아니다. 별리란 슬픔을 동반하는 법. 하니가 늘 다니던 바닷가 옆 공원에 루꼴라(La rucola)가 샛노란 꽃잎을 내놓았다. 



늘 보던 꽃.. 그땐 그저 그르려니 했지만 보면 볼수록 애잔하다. 샛노란 꽃잎 속에 하니의 모습이 아른거리는 것이다. 늘 함께 지내던 사람이 어느 날 보이지 않게 되면 아이들처럼 불안한지.. 고대 로마 사람들은 항불안제(Ansiolitico)가 포함된 루꼴라를 자주 식탁에 올렸다. 이탈리아인들이 즐겨먹는 인살라따(Insalata)에 빠져서는 안 될 매우 귀중한 식재료였다. 


주로 루꼴라 잎사귀를 사용하지만 더러는 꽃잎을 장식(decorazione)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맛은 톡 쏘는 맛이 강하여 고추냉이 맛을 연상케 하지만 독특한 향을 가진 식물이기도 하다. 바질 페스토 맛을 본 사람들은 루꼴라 페스토(Il Pesto di rucola) 맛에 홀딱 반하여 두 번 다시 바질 페스토를 찾지 않게 될 정도랄까.. 



이탈리아 남부의 날씨는 희한하다. 1년에 봄이 두 차례나 있는 것처럼 루꼴라 꽃은 봄에 피고 다시 가을에 샛노란 꽃잎을 내놓는 것. 봄과 가을이 비슷한 날씨를 보이는 것이다. 희한하게도 하니가 이탈리아로 돌아온 지난봄에 꽃을 내놓았고, 하니가 떠난 시점에 다시 꽃을 내놓는 것이다. 


이런 경우의 수 때문에 향후 루꼴라가 샛노란 꽃잎을 내놓는 철이 되면 하니 생각이 간절할 것 같다. 아울러 루꼴라 꽃이 피는 두 계절은 만남과 이별이 예고되고 있는 것.(영화 찍냐? ㅜ) 사흘 전 집 앞 공원 한쪽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루꼴라 꽃잎으로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사람들이 즐겨먹는 전통 요리 또르치넬리 아넬로(Torcinello agnello)에 곁들여 봤다. 



잠시 이 요리에 설명을 곁들이면 또르치노 아넬로(어린양)란 말은 뿔리아 주 사람들(pugliese)의 방언으로 또르치넬리 혹은 뉴메리에드(torcinelli o gnumeriedde)로 부른다.(chiamati in questo modo nel dialetto pugliese)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에서 가까운 포지아(Foggia) 사람들로부터 유래되었다. 



따라서 본래 이름은 출처와 복수를 사용하여 이 또르치넬리 포지아니(I TORCINELLI FOGGIANI)라 부른다. 이탈리아 꼰떼 총리의 고향인 포지아 지방 사람들의 전통 요리이자 뿔리아 주의 전통요리인 것이다. 이 요리의 식재료는 어린 양의 내장을 간(fegato)에 돌돌 말고 쁘레째몰로(prezzémolo) 등으로 잡냄새를 제거하여, 오븐에 굽거나 그릴에 구워 먹거나 나처럼 팬 위에 올려 익혀먹는 것이다. 



이날 내가 사용한 또르치노 아넬로는 가끔씩 들르는 대형마트에서 한 팩에 300그램이 조금 넘는 것으로 두 팩을 구입했다. 그리고 코팅이 잘 된 팬 위에 마늘 기름을 두르고 지글짝 보글짝..(지글지글) 이때 처음에는 센 불을 이용하여 팬을 달군다음 중불 이하로 불을 줄여 천천히 익히는 게 요령이다. 센 불을 이용하면 속은 익지 않고 겉은 타게 될 것. 그리고 뒤집어 익힌 다음 소금 후추 간만으로 끝!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한마디로 악마를 부르는 요리다. 애주가들은 술 앞에서 별의별 핑계를 다 댄다. 이런 이유에서 마시고.. 저런 이유에서 마시고.. 그것도 아니면 술이 당신을 부른단다. 그래서 이번 포스트에서는 애주가의 식감으로 "악마가 바쁠 때는 술을 보낸다"는 탈무드의 명언을 소환했다. 모세가 전했다는 탈무드(Il Talmud)는, 당신의 백성들이 얼마나 말을 듣지 않았으면 술을 금기시했을까마는.. 뿔리에제들의 지도자가 모세였다면 당신도 잠시 악마를 사랑하지 않았을까.. 


나는 내가 완성해 놓은 또르치노 아넬로를 하니가 한국으로 떠나기 전에 구워둔 파래김에 이쑤시개를 콕 찔러 쌈 싸 먹었다. 천연양념의 파래김과 기름지고 고소한 녀석들이 한데 어우러지니 탈무드의 명언이 딱 들어맞는 것. 코로나가 끝나고 혹시라도 이탈리아 남부로 여행할 일이 생기면.. 아니 일정에 꼭 뿔리아 주를 넣어서 녀석을 맛보시기 바란다. 그때 나는 당신께 악마를 보내드리리..!! ^^


I TORCINELLI FOGGIANI: UN VANTO DELLA CUCINA TRADIZIONALE PUGLIESE
il 02 Novem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