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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25. 2020

코로나 19와 요리사의 혼밥

-참치와 치메 디 라파를 곁들인 스파게티

과부 사정 홀아비가 알고 혼밥 심정 혼족들이 안다..?!!



   지난주, 모처럼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재래시장에 들렀다. 코로나 19로 불편한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이곳도 무관하지 않다. 어디를 가나 사람들의 얼굴은 마스크로 가려져 있고, 구급차 경적 소리는 하루 종일 이어지고 있다. 밤이 찾아오시면 인적이 끈긴 도시에 정적이 흐른다. 차마 죽음의 도시라 부를 수 없지만, 사람 사는 세상이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의 모습에 비하면 살벌하다고나 할까..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희희낙락할 때를 생각하면 살 맛이 뚝 떨어진 것 같은 풍경이 매일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 그것도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코로나 시대(?) 이전에 '혼족'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피치 못할 사정 등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그런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다 보니 혼족이 생겨났다. 그리고 사람들은 혼족들이 먹는 밥 혹은 혼자 사는 사람들이 먹는 밥을 '혼밥'이라 불렀다. 우리말에 '과부 사정 홀아비가 안다'는 말처럼 혼밥 심정 혼족들만 알까만.. 



코로나 19와 요리사의 혼밥




하니가 코로나를 피해 한국에 가 있는 지금 나의 처지는 홀아비의 심정이자, 하니 또한 과부의 처지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 가운데 재래시장에 들러 이탈리아 뿔리아 주 사람들이 즐겨먹는 제철 채소 치메 디 라파(Cime di rapa)를 구입해온 것이다. 



이 채소의 겉모습은 링크해 둔 것처럼 꽃이 피기 전의 유채를 닮았지만 맛은 전혀 다르다. 잘 데쳐 놓으면 쌉싸름한 맛과 달콤한 맛이 적절히 어우러져 식감은 물론 기막힌 맛을 내는 것이다. 올리브와 포도는 물론 과일과 야채 천국인 뿔리아 주 사람들은 이 야채를 이용해 전통요리 오레끼에떼 꼰 레 치메디 라파(Orecchiette con le cime di rapa)를 즐겨 먹는 것이다. 



참고로 오레끼에떼란 '아기들의 작은 귀'라는 뜻이다. 뿔리아 주 사람들은 파스타를 작은 귀의 모양으로 빚은 다음 이 채소와 함께 요리해 먹는 것이다. 이 지방의 독특한 전통요리인 셈이다. 나는 이 채소를 이용하여 오레키에떼를 만들어 먹을 요량이 아니라 스파게티를 만들고 싶었다. 그 과정을 챙겨 혼밥족 혹은 과부나 홀아비 처지에 계신 분들에게 드린다.



지금 보고 계신 이 요리는 참치와 치메 디 라파를 곁들인 스파게티(Spaghetti con tonno e cime di rapa)로 이름 붙였다. 나의 창작이자 오레끼에떼 꼰 레 치메디 라파와 비교가 안 되는 깔끔한 맛을 낸다. 이곳 뿔리에제(pugliese_뿔리아 주 사람들)들은 그들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식습관 때문에 전통식품 혹은 요리로 거듭났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게는 숟가락으로 떠먹는 파스타는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따라서 알덴테(Aldente)의 쫄깃한 식감이 묻어나는 스파게티를 더 선호하게 된 것이다. 거기에 주방 찬장에서 굴러다니던 참치캔 통조림을 데친 채소와 함께 적당히 버물려 접시 위에 올렸다.



 채소는 질긴 부분 일부를 잘 다듬어 끓는 물에 소금 적당량을 넣고 대략 5분 정도 삶는다. 이때 뚜껑을 덮어둔다. 그리고 찬물에 잘 행군 다음 잘게 썰어둔다.(위 그림 참조) 그동안 한쪽에서는 스파게티를 삶는다. 이날 내가 사용한 스파게티 면은 굵은 것으로 대략 12분간을 삶아 알덴테로 완성해 두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파스타 만들기에 들어갔는데.. 이때 사용한 팬은 바닥이 두꺼운 것으로 사용했다. 



팬 위에 뿔리아 산 특제 올리브유를 적당히 두르고 깐 마늘 몇 개를 넣고 마늘 기름을 낸 직후 참치(기름을 따르고)와 야채를 한 곳에 넣고 센 불에 한 번 잘 볶아 주었다. 양념은 소금 간과 후추 적당량이 전부였다. 두 식재료가 잘 어우러지게 볶아 놓은 다음 스파게티는 올리브유에 살짝 볶아 접시 위에 올렸다. 


그 위에 빠르마지아노 렛지아노(Parmagiano reggiano) 포르맛지오(formaggio)를 갈아 올리면 끝! 해산물 요리에 잘 사용하지 않는 포르맛지오가 맛을 배가시켰다. 이날, 나는 요리 중에 자료사진 몇 장을 남긴 후에 폭풍 흡입을 시작했다. 1,5인분에 해당하는 곱빼기 분량을 혼자 몽땅 먹어치운 것이다. 내게 과분한 혼밥이었다. 코로나 19 시대에 거리두기로 더 외로워진 혼밥자들이 눈여겨 볼만 하다. 이런 홀아비 본적 있나..^^



*아래 영상은 나의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요리학교의 홍보영상이다. 그냥 눈요깃거리로 봐 주시기바란다. 왜냐하면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사람들은 마냥 꿈에 부풀려 있기 마련이다. 나머지는 당신의 몫이다. 당신이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 세계 최고의 요리는 꿈꾸는 자들이  새겨 보거나 들어야 할 현장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세계의 영역인 이탈리아 요리에 도전해 보시기 바란다.


il riso cotto che lo chef mangia da solo ultimamente
il 24 Novem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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