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뿔리아 주 바를레타 재래시장에서
우리는 언제쯤 행복을 느끼게 되는 것일까..?!
지난 주였다.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시내에 볼일을 보러 나갔다. 이날 짬이 나면 혹시나 하고 장을 보기 위해 작은 손수레를 함께 가지고 갔다. 볼일을 마치니 정오를 넘기는 시각이었다. 바를레타의 재래시장(Barletta, Mercato di San Nicola)이 철시를 하는 비슷한 시간이었다. 시장은 대략 정오부터 오후 1시면 철시를 한다.
따라서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 시장에 들어서니 이곳저곳에서 좌판을 걷어붙이고 있었다. 어떤 곳은 이미 철시를 해 좌판이 허연 합판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가운데 이곳저곳에서 손님들이 마스크를 쓰고 기웃거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헛걸음을 했던 것일까.. 시장을 한 바퀴 돌아 정육점으로 가려던 참이었는데 누군가 뒤에서 불렀다. 그는 좌판에서 물건들을 상자에 담으면서 "싸게 줄 테니 필요한 게 있는지 보라"고 했다.
켜켜이 쌓인 상자 속에서 눈에 띈 것은 뻬뻬론치니(Peperoni piccanti_매운 고추)였다. 우리나라의 청양고추를 상상하시면 된다. 이탈리아에서는 매운 고추를 작은 꽃다발처럼 묶어 판다. 이런 걸 부케 가르니(Bouquet Garni)라 부른다. 부케 가르니는 미네스트라(Minestra_수프)와 육수, 브로도(Brodo_스톡), 살사 등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전통적인 에르베(Erbe_허브) 묶음을 말한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부터 친숙해진 게 부케가르니였다.
철시 중이던 상인은 내가 가리킨 고추 묶음을 가리키며 값을 묻기도 전에 "한 묶음에 1.5유로.. 두 묶음이면 2.5유로 해 주겠다"라고 말했다. 내가 이 가격을 모를 리 없다. 그동안 이곳을 다니면서 웬만한 식재료들의 가격을 꽤고 있던 터였다. 이곳의 장점은 싱싱한 과일과 채소를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에 팔고 있는 곳이다. 이마도 지구촌에서 이곳보다 더 싸고 싱싱한 물건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라고나 할까.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살사가 바닥을 보인 터라 나는 흔쾌히 "좋아요.."라며 달라고 말했다. 켜켜이 쌓인 상자를 다시 들어내고 두 묶음을 봉지에 담을 순간에 나는 역제안을 했다. 되면 좋고 안 돼도 그만인 흥정이었다. 그래서 "아저씨, 요거 세 묶음에 3유로에 해 주시면 안 돼.. 요..?!"라고 했다. 희한한 일은 매우 짧은 순간에 일어났다. 두 묶음을 봉지에 담던 상인 아저씨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이래도 되나..?' 싶은 표정을 지었다.
최초 두 묶음에 3유로 하던 가격을 0.5유로 깎아주었는데 세 묶음에 3유로라면.. 정말 헷갈리는 계산법이자 신의 한 수가 통한 흥정이었다. 그는 한 묶음을 다시 봉지에 담으며 머리를 갸우뚱이다가 "좋아요. 3유로..!:라며 봉지를 건넸다. 살다 보면 별 일 다 있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소소한 곳에서 희열을 느끼며 행복해하는 것이다. 결국 두 묶음 값에 세 묶음을 손수레에 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속으로 혼자 씩 웃었다.
그런 한편 뛰는 장사꾼 위에 나는 손님이라는 카피가 문득 떠오르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브런치 수첩(작가 서랍)에 적어두었다가 지금 끄집어낸 것이다. 전혀 의도치 않은 일이 순식간에 일어나 생긴 기분 좋은 해프닝이었다. 아마도 하니는 물론 여자 사람들이 장을 볼 때도 흥정을 하며 이 같은 기분을 느끼려는 것일까.. 억만금을 가진 사람들이 불행을 말할 때, 가난한 서민들의 장바구니가 행복한 것도 따지고 보면 하늘의 놀라운 조화인 것 같다. ^^
Un giorno comprato peperoni piccanti sul mercato di San Nicola
il 27 Novem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