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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10. 2020

절경_絶景

#32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그곳에 서면 할 말을 잊게 된다..!!



그런 반면, 힘껏 고도를 높인 바위틈에서 잠시 휴식 중에 바라본 돌로미티의 전경은 가히 절경이었다. 돌로미티로 떠나기 전 검색에서 열어본 어떤 사이트에서는 '돌로미티에서 태곳적 바다를 느껴보라'라고 했다. 어느 날 바다가 융기한 그곳에 우리가 발품을 팔고 있는 것이며, 그 이전에는 물고기들이 바닷속의 돌 틈을 비집고 다녔을까.. 우리는 머지않아 태곳적 바닷속의 심연을 느끼고 있었다. 바닷속이 허공에 돌출된 곳..!
그동안 돌로미티 여행기를 열어본 독자분들께서는 아실 것이다. 현재의 고도와 트래킹 직전의 고도는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였으며 우리는 점점 더 하늘 가까이 신선의 지경에 발을 들여놓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 쉬는 동안 우리가 지나온 길을 내려다보니 청춘들이 단박에 우리 뒤를 따라왔다. 우리는 장비는 물론 안청춘이었지..


지난 여정 돌로미티의 진퇴양난_進退兩難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니와 나는 그야말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힘든 결정을 내렸다. 어쩌면 우리가 청춘이었다면.. 하니가 좀 더 튼실했다면 남들 다 가는 이 길을 오르지 못하거나 겁먹을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말을 하지 않어서 그러하지 주춤거리는 폼새를 참조하면 너 나 할 것 없이 힘든 여정에 시달리고 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까지 진출한 사람들은 그동안 흘린 땀을 즉시 보상받게 된다. 고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절경이 연출되는 것이다. 우리는 점점 더 신선이 살고 있는 지경에 발을 들여놓으며 탄식에 가까운 신음 같은 소리를 내뿜으며 돌로미티 삼매경에 빠져드는 것이다. 그 장관을 카메라에 담았다. 



절경_絶景




고도를 천천히 높이며 뒤돌아 본 그곳에 펼쳐진 태곳적 신비로운 풍경이 오롯이 남아있었다. 알타 바디아(alta badia)에서 올려다본 거대한 바위산은 우리에게 점점 더 곁을 주며 "힘을 내라"고 말한다. 위 지료 사진을 잠시 살펴보면 거대한 바위산 너머로 돌로미티의 또 다른 산군(山群)이 보인다. 절경에 절경이 숨 막히도록 펼쳐지는 곳. 하니와 내가 돌로미티에 단박에 매료된 이유가 저 속에 숨어든 것이다. 아마도 우리가 리푸지오 삐쉬아두(Rifugio pisciadù)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면 돌로미티의 진정한 맛과 멋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고 했던가.. 여기서 잠시 뒤를 돌아보면, 우리가 돌로미티를 다녀온 때는 지난여름 8월 8일부터 8월 28일까지이다. 당시만 해도 요즘처럼 코로니 19가 극성을 피우지 않았던 때이며, 비록 온도는 봄가을 날씨(대략 영상 7도씨에서부터 18도씨까지)를 보였지만, 야영이 가능한 날씨였다. 



돌로미티에 자생하는 돌로미티 꽃양귀비가 서서히 가을 옷을 입을 때였으므로 6월부터 9월까지가 돌로미티 트래킹에 가장 적합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8월의 돌로미티는 초록색의 신비스러운 옷을 두르고 여행자를 맞이하고 있었던 것. 우리는 용케도 적절한 시간에 돌로미티를 다녀온 것이며 초행길의 리푸지오 삐쉬아두에 올라 숨 막히는 절경을 맛보고 있었던 것이다. 



돌로미티 여행기를 끼적거리고 있는 동안 커뮤니티에서 관련 자료를 살펴보니 이곳을 찾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평탄한 트래킹 길을 애용하고 있었다. 예건데 돌로미티 대표선수로 불리는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Tre Cime di Lavaredo) 해도 거의 평탄한(?) 길이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에 비해 이곳은 시작 직후 점점 더 고도를 높일수록 깎아지른 절벽이 이어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절벽 사이의 빈틈과 절벽에 설치해 둔 쇠밧줄에 의지하여 정상으로 이동하는 것. 아마도 이런 과정을 잘 아시는 분들이 조목조목 설명을 곁들여 리푸지오 삐쉬아두를 다녀오라고 추천하면 손사래를 칠지도 모르겠다. 



돌로미티는 그런 곳이 지천에 널려있고 우리는 그 많은 난코스 중에 처음으로 절경을 품은 곳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저 지도 한 장만 달랑 들고 어느 날 그 먼길을 나섰던 것이다. 우리는 이때까지만 해도 휴대폰에 내비게이션이 장착되지 않았다. 사정상 통신사를 바꾸면서 전화 개통이 지연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8월 8일은 토요일이었고, 나흘이 경과해야 전화기 개통이 예정된 날이었다. 따라서 여행 경험에 의지하여 사전에 돌로미티 산군의 이미지 트레이닝을 겨우 했을 뿐이었다. 그러므로 우리가 걸음을 옮기고 있는 이곳의 사정을 알 리 만무했다. 천우신조..! 하늘의 도우심이 우리와 함께했던 것이라 볼 수 있다. 우리는 절벽의 바위틈새를 비집고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배낭을 내려놓고 커피포트를 여는 곳에 돌로미티의 요정들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돌로미티가 살아 숨 쉬는 현장을 목격한 것이랄까.. 만약 돌로미티 산군에 풀꽃들이 없었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돌로미티에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풀꽃들은 어디든지 따라다녔다. 그들은 우리가 지칠만 하면 나타나 피곤할 겨를을 주지 않는 것이다. 하니는 생수와 커피를 마시면서 여전히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 표정이었다. 동고동락한 한 여인.. 세상을 주유하고 있는 가운데 힘들다는 내색 한 번 하지 않던 사람이 처음으로 공포감을 느낀 곳이 리푸지오 삐쉬아두 정상으로 가는 길이었다. 세상 일은 참 희한도 하지.. 이런 과정을 겪어야 비로소 절경을 내준다니 참 오묘한 일이다. 



여행기를 쓰는 동안 언제인가 해외에 소개된 한 웹툰(Webtoon)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는 노다지를 찾아 나선 광부였다. 노다지 발굴을 위해 평생을 파고 또 고생하며 삽질과 곡괭이질을 반복했다. 그는 어느덧 초로의 몸으로 변했고 당신 앞에 금맥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는 지칠 대로 지쳤으며 더 이상 삽질을 할 의지도 의사도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노다지 찾는 꿈을 포기하고 말았다. 웹툰은 그가 포기한 그 순간의 장면을 담았다. 곡괭이질을 한 치 앞만 더 헸어도 노다지가 쏟아질 순간에 포기한 것이다. 그의 앞에 노다지가 무진장 숨겨져 있었던 것.



어쩌면 이런 경우의 수 하나가 어느 날 대책 없이 도전한 트래킹 길 앞에 놓인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 세상일은 산행과 많이 닮아있다. 평탄한 길이 계속 이어지면 지루하며 재미 또한 없다. 그렇다고 마냥 올라만 가는 길은 또 얼마나 힘든가. 뿐만 아니라 롤러코스트처럼 반복되는 길은 희비가 엇갈린다. 



그래서 하니와 함께 내설악 공룡능선을 다녀올 때는 상대적으로 편안한 내리막길을 좋아하지 않았다. 편안한 길이 길게 이어지면 질수록 그다음의 복병이 눈에 그려지는 것. 다시 기나긴 오르막길이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네 삶과 닮아도 너무 닮은꼴의 산행의 맛은 정상에 서는 것이다. 



여행기를 끼적거리는 동안 이웃 한 분이 관련 브런치 댓글에 "다시 내려올 산을 왜 올라가느냐"라는 핀잔을 하는 사람의 예를 들었다. 그리고 "어차피 죽을 텐데 힘들여 왜 사냐고" 되받아 쳤다고 말했다. 하니와 함께 동고동락한 삶.. 그 속에 절경이 없었다면 다시 길을 떠나게 될까..



코로나를 피해 한국으로 잠시 피신한 하니는 하루빨리 돌로미티로 가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 힘든 고생을 하고도 다시 가고 싶은 곳. 아니 힘든 고생길이 없었다면 당신의 가슴속에 돌로미티는 남아있을 수 없겠지.. 메마른 가슴처럼 딱딱하게 굳어있는 거대한 바위산에 촉촉한 입김을 불어넣고 있는 풀꽃들이 다시 보고 싶다. 우리는 리푸지오 삐쉬아두 정상 부근까지 진출해 있었다.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은 계속된다.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dall'8 al 28 Agosto 2020
il 10 Novembr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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