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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11. 2020

자랑스러운 그녀

#33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고난과 역경을 디디고 일어선 한 여인..?!!



코로나를 피해 한국으로 잠시 피신한 하니는 하루빨리 돌로미티로 가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 힘든 고생을 하고도 다시 가고 싶은 곳. 아니 힘든 고생길이 없었다면 당신의 가슴속에 돌로미티는 남아있을 수 없겠지.. 메마른 가슴처럼 딱딱하게 굳어있는 거대한 바위산에 촉촉한 입김을 불어넣고 있는 풀꽃들이 다시 보고 싶다. 우리는 리푸지오 삐쉬아두 정상 부근까지 진출해 있었다. 


지난 여정 절경_絶景의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오늘 기록되는 포스트는 돌로미티 여행기 중에서 매우 특별한 날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는 마침내 리푸지오 삐쉬아두(Rifugio Franco Cavazza al Pisciadù) 정상에 오른 것이다. 비록 과정은 힘들었지만 청춘들에게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세월의 무게를 느낄 때쯤이면 사정이 달라진다. 하니가 그랬다. 



자랑스러운 그녀



** 위 자료사진은  리푸지오 삐쉬아에서 하산하는 사람들인데 특별한 단체복장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의 까라비니에리(Carabinieri)로 연수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한 지역에 살고 있어서 반가웠다. 이탈리아에는 두 종류의 경찰이 있는데 정규 경찰인 뽈리찌아(Polizia)와 까라비니에리가 있다. 까라비니에리는 이탈리아의 특수부대로 준군사 엘리트 부대이며 헌병인데 독자적으로 조직화되었다고 보면 된다. 경찰과 군인의 중간 성격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들의 이름이 까라비니에라로 명명된 것은 카빈총을 들고 다닌 것에서 유래됐다. 본래임무는 국내외의 군사활동, 해외평화 유지, 요인경호, 그리고 헌병대의 임무, 치안유지, 공공안전, 구조활동에 대한 임무를 맡고있다고 한다. 이들의 규정에는 적어도 최소 8년동안은 가족과 친구, 연인을 떠나있어야 한다고 한다. 참 특별한 조직이다.


어느 날 당신 곁에 누워있는 한 여자 사람을 보라. 그녀가 믿는 사람은 이 세상의 수많은 남자 사람들 중에 오직 한 사람.. 당신 때문에 생애 전부를 바치고 있는 것이다. 조물주는 이 세상 만물을 다 만든 다음에 남자 사람을 만들고 최후에 여자 사람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만약 남자 사람이 흠결 없는 인간이었다면.. 아니 그럴 리 없다. 조물주의 계획에는 여자 사람을 만들 이유가 다분했었다. 


우리는 곧 벼랑 끝에 서있는 한 여성의 자리에 서게될 것이다.


사는 동안 깨우친 바에 따르면 남자 사람은 문제 투성이었다. 그들은 서로 잘난 맛에 살지만, 그 문제 투성이를 보완해 주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주는 게 여자 사람이었다. 그녀는 당신을 만나기 오래전 당신의 부모님으로부터.. 특히 어머니로부터 '금이야 옥이야'하며 기른 매우 소중한 자식이었다. 바람이 불면 날아갈 새라 자나 깨나 귀하게 키운 자식.. 그녀는 어느 날 당신을 만나 한 평생을 동고동락하는 것이다. 



동고동락.. 세상 사는 일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어떨 때는 뼈를 깎는 고통이 뒤따르고 또 어떤 때는 행복에 겨워 사는 것이다. 우리라고 별 수 있었을까.. 지지고 볶고 싸우며 시시덕거리다가 여기까지 왔다. 지내 놓고 보니 다 행복해 보인다. 아니 행복한 장면만 기억하게 된다. 조물주가 부여한 망각이라는 시스템이 우리를 그렇게 만든다고나 할까.. 



하니는 당신의 뼈를 깎아가며.. 피를 말려가며.. 아들을 내과의사(개업)로 키웠고, 딸내미는 피아니스트(봉사)로 키웠다. 어렵고 힘든 시절 군것질 한 번 하지 않고 새끼들을 잘 키워낸 것이다. 그런 그녀라 할지라도 초행길의 돌로미티 트래킹은 여전히 힘에 부친다. 세월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는 나이에 이른 것이다. 그런 그녀가 초행길의 벼랑길을 이겨내고 저만치 앞서가고 있는 것이다. 참 자랑스러운 모습이다. 사람들은 이런 풍경을 팔불출이라고 했던가.. 그러거나 말거나..!



하니는 정상 부근에 도착하여 점점 더 속도를 내고 있었다. 



이제 한 걸음만 더 내딛으면 정상에 설 것이다. 나는 그 모습을 끝까지 지켜봤다. 여기서부터 사정상 하니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 화장기 없는 생얼을 싫어한 하니의 바람이었다. 참 아쉬웠다. 여자 사람은 죽을 때까지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해야 했지.. 남자 사람은 또 어떻고.. 죽을 때까지 제 잘난 맛에 사는 것.



그러한 잠시 마침내 우리는 리푸지오 삐쉬아두 정상에 서게 된 것이다. 알타 바디아 쉼터에서 올려다본 거대한 바위산 꼭대기에 오른 것이다. 그곳은 하늘과 맞닿은 곳이자 천상의 꿈같은 나라였다.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우리에게는 고난과 역경을 통과했을 때 맛본 희열이 함께 했다. 그 자리에 함께 서 있는 것이다. 



앞서 간 하니가 저만치서 작대기를 든 손을 흔든다. 누가 이런 기분을 알까.. 우리는 정상에 오른 직후 기념촬영을 했다. 벼랑길을 오를 때 한 여자 사람이 벼랑 끝에 서서 내려다보던 그 장소에서 세상을 굽어보고 있는 것이다. 이때부터 우리는 잠시 세상을 잊고 눈 앞에 펼쳐진 절경에 빠져들었다. 군데군데 돌로미티 꽃양귀비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우리가 서 있는 곳은 까마득히 오래전.. 인간이 시간을 계수할 수 없는 시간 저편의 바닷속이라고 한다. 우리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의 한 복판에서 하느작하느작 유영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돌로미티 품에 안기는 순간이자 돌로미티를 잊을 수 없는 시간을 하늘이 허락한 것이랄까..



자유로운 영혼.. 세상의 구속으로부터 탈출해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시간이 우리와 함께하고 있었다. 하니는 다시 벼랑 끄트머리로 나아가고 있다. 해발 2,585미터의 거대한 바위산.. 그곳에는 전혀 상상밖의 비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은 계속된다.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dall'8 al 28 Agosto 2020
il 11 Novembr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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