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사람. 길
나비 꿈에 내가 보인 것인지.. 내 꿈에 나비가 보인 것인지..?!!
여행자는 길 위에서 행복하다.
Un viaggiatore è felice sulla strada
작가노트
장주(莊周)의 꿈.. 그것은 아버지의 꿈이었다. 나의 유년기와 소년기 혹은 사춘기를 지배한 물음은.. 알 것 같기도 하고 도무지 알 수 없는 아버지의 말씀이셨다. 한의(韓醫_Traditional Korean medicine)를 하신 아버지께선 조금 한가한 시간이 찾아오면 막걸리를 앞에 두고.. 7남매 중 몇몇을 앞에 두고 장주의 호접지몽(胡蝶之夢)을 설명하셨다. 어린 녀석들이 그걸 어떻게 알겠는가.. 나비 꿈에 내가 보인 것인지.. 내 꿈에 나비가 보인 것인지.. 이게 도대체 무슨 말씀인지 몰랐지만, 나중에 넌지시 알게 되었다. 그땐 동양학을 아주 조금 맛 본 다음이었고 나름 잘난 체 하던 시절이었다. 아마도.. 아버지께서 그 말씀을 어린 우리들에게 하신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아버지께선 우리나라가 통째로 가난했던 시절 동네의 종합병원이셨다. 이웃들이 꾸역꾸역 모여들었다. 아버지의 인술 때문이었다. 요즘처럼 의료보험 제도도 없었을 당시.. 아버지의 여가는 없었으며 어머니께서는 우리 7남매를 먹여 살리는 일에 몰두하고 계셨다. 불가침 영역인 부엌은 물론 지아비의 간호사가 되어 어떤 때는 주사기를 소독하고 간단한 외과 수술을 뒷바라지하셨다. 그땐.. 왜 그렇게도 이런저런 병들이 많았는지.. 어떤 때 내가 목격한 외과 시술의 한 장면은 끔찍했다. 퉁퉁 부운 다리를 메스로 자르자 피고름이 거즈를 적실뿐만 아니라, 이를 덜어낼 용기가 따로 필요할 정도였다. 곁에서 도우시던 어머니께서 몸부림 칠 정도였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훔쳐봤지만, 그다음부터는 나 또한 어머니처럼 부르르 떨었다. 그때부터 아버지의 공간은 나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 그 대신 아버지께서 장주의 이상향을 잘 알지도 못하는 우리에게 왜 설명했는지 넌지시 알게 되는 것이다. 이상향.. 흔히들 말하는 유토피아는 누구나 한 번쯤 그려보거나 또 꿈꾸어 봤을 것이다. 아마도.. 아마도 여행자들은 먼 길을 나설 때 장주의 이상향을 꿈꾸고 있지 않을까.. 오늘따라 유난히 아버지가 보고 싶다. 보고 싶으다! 여행자는 길 위에서 행복하다.
Un viaggiatore è felice sulla strada_Il monte Fitz Roy
il 19 Novembr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