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매일 아침 너희들을 만날 수만 있다면 나는 매일 행복해할 거야..!!
어젯밤(한국시간) 한국에 가 있는 하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낮잠을 잤더니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날 더러 어쩌라고..ㅋ) 그리고 미주알고주알 널어놓는 수다가 1시간은 더 이어지고 있었다. (듣고.. 또 들아주고.. 그런데 왜 세상에는 좁쌀영감만 있는 거야. 좁쌀 할멈은 없는 겨..ㅋ) 사진첩을 열어 보니 하니와 함께 먹던 도시락이 갑자기 그리워진다. 좁아터진 기내에서 먹던 도시락보다 천상에서 먹었던 도시락은 비교가 안 돼..!
지난 여정 기내식과 다른 천상의 도시락 편에서 이렇게 썼다. 하니는 한국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회포를 풀고 있었다. 그런 하니가 평소처럼 내게 전화를 걸어온 것도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 이유 속에는 잠이 오지 않는다는 핑계로 돌로미티가 그리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세상을 주유하면서 만난 절경이 아직도 그녀 가슴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고나 할까..
우리는 잠시 리푸지오 삐쉬아두 정상 한 모퉁이 벼랑 끝에서 점심을 먹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등산화 끈을 다시 조을 때 발아래는 앙증맞은 풀꽃들이 곳곳에서 얼굴을 내밀고 어디론가 떠나는 우리를 배웅하고 나섰다. 새끼손가락 절반 크기나 될까. 해발 2천 미터는 더 되는(2,585미터) 높은 곳에서 꽃을 피운 녀석들의 삶은 대략 3개월 남짓하다고 한다. 가을이 오시고 다시 겨울이 오시면.. 새하얀 눈 속에서 기나긴 동면을 하고 봄이 와도 여전히 늦잠을 자야 하는 것. 눈이 눈기 시작하는 6월이 되어야 비로소 꽃봉오리를 내놓고 천상의 합창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매일 아침 너희들을 만날 수만 있다면 나는 매일 행복해할 거야..!!
나의 시선은 이때부터 거대한 바위산 꼭대기 돌무더기 속에서 꽃잎을 내놓은 풀꽃들에 정신이 팔렸다. 언뜻 보면 볼 수 없는 녀석들은 돌로미티를 살아 숨 쉬게 만드는 심장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돌로미티가 바위 덩어리만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조물주의 실패작으로 남았을 테지만.. 어느 것 하나 빈틈이 없었다. 흔히들 요정((妖精_Fata)은 신과 인간의 중간 매개체로 신화로 전해져 오고 있는 초자연적인 존재라 한다. 따라서 당신의 형상을 구체화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내게 천사(Angelo)도 비슷한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천사를 당신들이 믿는 종교에 끌어들이지만, 그 존재 또한 앞선 개념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다만, 그들은 당신의 사명이 무엇인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랄까.. 만약 천사가 자기의 사명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얼마나 교만해질지 모른다. 예건데 "나는 조물주가 보낸 천사니까 니들보다 더 높은 존재"라고 까불어댈지도 모른다는 것.
마치 요즘 떡검의 윤뚱렬이 민주시민들이 선출한 민주정부와 대통령에 항명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일개 공무원이 직을 이용해 권력을 남용해 왔던 엄청난 죄를 모르고 사는 습관이 몸에 밴 것. 국민을 볼모로 대략 70년 동안 권력과 놀아난 윤뚱렬과 그의 패거리들은, 국민의 짐이 됨과 동시에 곧 나락으로 추락할 예정인 악마의 한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거기에 기레기로 불리는 보수 언론들.. 잘 판단하고 살아야 하는 세상이다.
그런 반면에 브런치에서 만난 한 이웃은 공직에 머물면서 몸과 마음을 다해 국민들을 섬겨왔다. 당신이 쓰신 기록은 그저 <글쓰기>로 비칠지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한 여성 보건소장님의 일대기 중 일면만으로 "천사가 저런 분이시구나"하는 것을 직감했다. 아무튼 천사는 당신이 천사인 줄도 모른 채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돌로미티 요정에 버금가는.. 아니 어쩌면 그 보다 으뜸이었는지 모를 요정을 집 뒤로 흐르고 있던 개울가에서 만났다. 가난했던 시절, 어린 녀석이 놀 수 있는 공간은 부족했다. 개울가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철 다른 풍경을 내놓았다. 개울가에 쪼그리고 앉아 수초 더미 속을 유영하는 피라미와 물방개며 게아재비. 소금쟁이 등은 유년기를 행복하게 만들어준 것들이다. 봄이 오시면 그곳에는 올챙이와 개구리가 개구리밥 사이를 꼬물꼬물 다니거나 가끔씩 청개구리가 고개를 삐쭉 내밀기도 했다. 신기한 녀석들..ㅋ
그리고 장소를 조금 더 이동하여 개여울로 다가서면 작은 언덕 위에 빨간 진달래가 수줍은 듯 나를 반기는 것이다. 그 곁으로 미루나무가 줄 지어 서 있었다. 그리고 조금만 발품을 팔아 언덕 위에 서면 연녹색 보리밭이 바람에 일렁이며 어린 녀석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것이다. 이런 놀이는 미루 나뭇잎이 노랗게 물드는 가을이 오시고 다시 겨울이 오실 때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만난 나의 친구들.. 나의 요정들.. 그 요정들이 이름도 생소한 돌로미티의 리푸지오 삐쉬아두 정상까지 동행했다면 누가 믿을까.. 마음을 열고 세상을 바라보면 그곳에는 앙증맞은 요정들이 천지 빼까리로 널려있는 곳이다. 돌로미티도 한 여행자의 눈에 발견(?)되기 전까지 그저 아름다운 곳이라 치부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내 눈에는 돌로미티를 지키는 심장이자 진정한 파수꾼이 아닌가 싶다.
매일 아침 너희들을 만날 수만 있다면 나는 매일 행복해할 거야..!!
돌로미티를 지키는 앙증맞은 요정들아.. 너희들이 진정한 갑(甲)이야..니들을 진심으로 사랑한단다!!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dall'8 al 28 Agosto 2020
Scritto_il 20 Novembr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