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29. 2020

코로나 시대의 얼얼한 계란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살짝 얼린 국민 밥도둑 계란찜

국민 밥도둑 계란찜 어디까지 맛보셨는지요..?!!



   서기 2020년 11월 29일, 이틀만 지나면 12월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는 밤새 추적추적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오셨다. 이곳의 날씨는 한국과 달리 대체로 기온의 분포가 한국의 봄가을 날씨를 닮았다. 그러나 본격적인 겨울(우기)이 다가오면 한국의 장마철처럼 태풍 같은 바람이 불기도 한다. 



내가 겪은 이곳의 겨울바람은 나무를 뿌리째 뽑을 정도로 강했다. 당시 기온을 보면 대략 12도씨 정도였는데 영하의 체감온도를 보이며 음산한 기운을 내뿜는 것이다.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면 우리나라의 한 겨울을 쏙 빼닮을 정도이므로 음산한 기운이 어느 정도인지 느낌이 들까.. 



이런 날 따끈한 순대국밥 한 그릇에 이스리 한 잔을 걸치면 온 몸에 짜릿한 전율이 풍기면서 당장이라도 봄이 오신 것 같은 기분이 들 것 같다. 반면에 날씨가 더울 때 먹는 삼계탕은 물론 뚝배기에 담은 따끈한 쇠고깃국으로 이열치열(以熱治熱_열은 열로 다스린다) 더위에 맞서며 땀을 흘리면 곧바로 시원해진다. 그렇다면 이냉치냉(以冷治冷)의 음식은 없을까.. (왜 없겠어..?! ^^) 



한 겨울에 먹는 차가운 냉면처럼 국민 밥도둑이라 불리는 계란찜을 이탈리아 요리사 버전으로 만들어 봤다. 코로나 19가 마구 설쳐대는 겨울이 오시면 집콕의 시간은 점차 길어질 것이며, 아직 봄이 오시려면 생각보다 긴 코로나 터널을 지나야 할 것이다. 이때 맨날 뚝배기에 먹던 따끈한 계란찜 대신 아싹아싹 오도독 오도독 입안에서 씹히는 식감을 한 번 느껴보시기 바란다. 물컹거리던 계란찜은 전혀 비교가 안 될 것이다. 



입안에서 아싹거리며 얼얼한 맛을 내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살짝 얼린 국민 밥도둑 계란찜은 우리가 잘 아는 리체타와 별 다를 바 없다. 이틀 전 폭이 좁고 깊은 작은 뺀똘라(Pentola_냄비)에 올리브유를 살짝 두르고 쏭쏭 잘게 썬 대파를 볶다가 준비해둔 계란(5개를 사용했다)과 우유 두 컵 분량을 넣은 후 거품기로 빤나 몬따따 (Panna montata_휘핑크림)처럼 잘 섞었다. 

그리고 센 불로 데운 다음 뚜껑을 덮고 약불에서 천천히 익히면 끝! 중간에 주걱으로 한 번 뒤섞어 주며 냄비 바닥이 눌러붙지 않았는지도 확인 한다. 이렇게 만든 계란찜을 작은 공기 그릇이나 커피잔에 넣고 한 김 뺀 다음.. 냉동실에서 살짝 얼리면 코로나 시대를 이기는 얼얼한 계란찜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아직 겨울도 오시지 않았는데.. 그 님은 언제 오시려나..?!


Sorbett0 di Gyeran-jjim_Periodo di Malattia da coronavirus (COVID-19)
il 29 Novem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