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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30. 2020

돌로미티 절경에 가린 코로나 광고

#20 돌로미티, 9월에 만난 첫눈

21세기에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코로나 19는 어떤 존재인가..?!!



그런데 희미했던 추억들이 첫눈의 풍경 속에 오롯이 묻어나는 게 아닌가.. 코로나가 별로 반길만한 존재가 아니란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하늘이 하는 일은 가끔씩 우리의 생각과 전혀 다른 방법으로 우리의 존재감을 빛나게 하는 것이랄까. 거대한 우주의 운행 속 한 행성에 살고 있는 인간은 하늘의 조화로움에 다시금 눈을 뜨게 되는 것이다. 
이때부터 코로나 19를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다. 제동장치를 상실한 기관차처럼 앞만 보며 질주할 게 아니라, 집콕으로 당신의 흔적을 뒤돌아 보라는 하늘의 메시지가 코로나 19에 묻어난 게 아닌가 생각하며 작은 행복에 젖어드는 것이다. 전화기 속에서 울려 퍼진 하니의 목소리는 건강하고 밝았다. 그녀는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여정 코로나 19가 가져다준 작은 행복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코로나 19 때문에 잠시 한국으로 피신해 있는 하니의 안부는 늘 궁금했다. 의지는 대단하지만 체질적으로 타고난 빈약한 면역력은 코로나 청정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조차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는 여전히 습관대로 짬짬이 가까운 산으로 운동을 다녔다. 가능하면 사람들을 피해 다녔고 지인들의 만남 횟수도 줄였다. 가능하면 집안에서 지내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코로나가 현대인의 생활양식을 완전히 흔들어 놓으며 피치 못할 동행자로 변하게 된 것일까.. 



돌로미티 절경에 가린 코로나 광고




서기 2020년 9월 27일 오후, 우리는 첫눈이 내린 돌로미티의 풍경을 따라 아우론조 디 까도레(Auronzo di Cadore)서부터 느리게 느리게 미수리나 호수(Lago Misurina)까지 진출했다. 그리고 다시 뜨레 치메 디 라바레도(Tre Cime di Lavaredo) 입구 안또르노 호수(Lago d'Antorno)에서 잠시 망중한을 즐겼다. 우리는 첫눈의 마법 속에 갇힌 아이들처럼 마냥 행복해했던 것이다. 



지난가을, 돌로미티에 내린 첫눈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그리고 대략 두 달의 시간이 더 지난 오늘 새벽(30일, 현지시각), 사진첩 속에서 바라본 돌로미티의 중심 도시 꼬르띠나 담빼쬬(Cortina d'Ampezzo)는 아스라한 추억을 선물해 주고 있었다. 꿈같은 일이 우리 곁에서 일어난 것이다. 불과 두 달여의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2년도 더 된 것 같은 시공의 차이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안또르노 호수의 비경을 살펴보는 것을 끝으로 꼬르띠나 담빼쬬로 목적지를 바꾸고 꼬불꼬불한 돌로미티의 계곡을 오르내리며 마침내 돌로미티의 중심 도시인 담빼쬬에 도착한 것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다시 지난여름에 행한 돌로미티 여행 때 만난 비경(Passo di Falsarego)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때 담빼쬬가 빤히 내려다 보이는 언더 위에서 동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장관을 바라보며 흡족해하고 있었다. 언덕 위에서 바라본 거대한 바위산은 몬떼 끄리스탈로(Monte Cristallo) 산군으로 넓고 따스한 가슴으로 인간계를 오롯이 보듬고 있는 모습이었다. 


우리는 조금 전까지 자료사진에 등장하는 끄리스탈로 뒤편에서 담배쬬까지 이동한 것이다. 다시 봐도 절경이자 비경이 돌로미티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가슴에 담아온 이런 추억들을 모를 리 없는 하니는 이틀 전 페북에 메시지를 남겼다. 


"이딸리아 의료진 떠나.. 의료 붕괴되고 있음..!"



돌로미티, 꼬르띠나 담빼쬬의 추억




이탈리아 현지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 등에 대해 독자분들은 아실 것이다. 하니의 그림 수업 때문에 피렌체서 바를레타로 이사를 온 것이다. 그리고 수업이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던 어느 날 코로나 19라는 복병을 만나게 된 것이다. 아찔했다. 



그 즉시 나름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바를레타에서부터 스위스를 거쳐 독일의 프랑크 푸르트 공항까지 대략 3천 킬로미터나 되는 대장정을 했던 것이다. 나를 두고 혼자 떠나는 하니는 출국장 앞에서 소리 없이 어깨를 들썩였다. 그 또한 한 달의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이틀 후면 12월을 맞이할 것인데 하니의 메시지는 의미심장했다. 


"이딸리아 의료진 떠나.. 의료 붕괴되고 있음..!"



하니는 내 걱정과 함께 당신이 못다 한 꿈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서기 2020년 11월 29일 현재 이탈리아 코로나 19 성적표는 초라했다. 최근의 기록보다 다소 나아졌지만, 감염자 수는 20,648 명에 이르고 사망자 수는 541명이었다. (Covid Italia, 20.648 contagi e 541 morti, Pubblicato il: 29/11/2020 17:09) 



이탈리아의 코로나 19는 물론 지구촌의 코로나 피해는 심각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 정도가 얼마니 심각했으면 어디를 가나 코로나 뉴스가 빠지지 않는다. 이제 코로나 19를 대하는 사람들의 자세는 완전히 달라졌다.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를 모르는 사람은 우주인이나 다름없는 세상이 됐다. 



사정이 이러하자 내과 병원에서 환자들 수가 크게 줄었다고 아우성이다. 겨울이 되면 감기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루던 병원에 손님이 없는 것이다. 코로나 때문에 착용한 마스크가 바이러스의 침투를 원천 봉쇄했기 때문이란다. 하니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전화를 통해 알려왔다. 



세계 각국의 정부와 보건 당국이 쏟아내는 코로나 관련 광고는 홍수를 넘어 쓰나미급이다. 어디를 가나 코로나는 일상에 동행하고 있는 사대가 된 것이다. 따라서 요즘 나의 브런치 글 제목은 코로나로 도배되고 있다. 코로나가 끝날 때까지 코로나를 이웃(?)처람 생각하는 것이다. 이 또한 지나갈 게 뻔하다. 



그래서 나는 남들 다 착용하는 마스크는 물론 거리두기와 집콕을 통해서 코로나를 이기는 나만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조물주는 어떻게 우리의 사정을 이렇게 잘 헤아려 차고 넘치는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셨는지.. 잠시 다녀온 돌로미티 여행의 추억이 코로나 19의 존재감을 잊게 만드는 것이다. 



"이딸리아 의료진 떠나.. 의료 붕괴되고 있음..!"



의료 붕괴가 이어지고 의료진이 떠나거나 떠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한다고 해도.. 방역당국이 권장하고 있는 코로나 대처방법은 매우 중요하며 유효하다. 집콕이 일상화된 요즘 당신이 소장하고 있는 사진첩을 열어보시라. 그곳에 당신의 아름다운 추억이 남아있을 것이며, 안구정화는 물론 삶의 활력을 불러일으킬 게 틀림없다. 어느 가을날 내린 첫눈이 마법을 부린 것처럼 코로나와 동행하되 당신의 존재감을 일깨우는 추억까지 잠재우면 곤란할 거 같다. 첫눈이 우리에게 준 마법 같은 일이 사진첩 속에 오롯이 묻어난다.


La prima neve sulle Dolomiti in Septtembre
il Nostro Viaggio Italia settentrionale con mia moglie
il 30 Novembr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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