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01. 2020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풍경

#21 돌로미티, 9월에 만난 첫눈

가슴 설레는 12월 첫날에 부침..!!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간다는 어떤 광고 카피.. 그러나 내겐 찰나의 기억이 죽을 때까지 간다는 말로 들린다. 아니 그 너머 영원에 이르기까지 찰나의 순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사람들은 사진에 대해 찰나의 미학이라며 그런 말을 한다. 찰나(刹那).. 찰나는 극히 짧은 시간을 말하며, 1 찰나는 75분의 1초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러나 카메라의 셔터 속도는 100배 1000배는 더 빠르므로 찰나의 의미는 퇴색되고 마는 것일까. 


알록달록한 가을을 살짝 보듬 듯 덮어버린 첫눈.. 우리의 첫눈에 대한 추억도 잠시 실비단 베일에 싸여있다.


피사체가 정지된 상태에서는 찰나의 시간 정도만으로도 현장의 모습을 잘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찰나가 아니라 그 할애비라 할지라도 피사체의 배경이 어딘가에 따라 추억의 값어치는 달라질 게 아닌가. 피사체가 머무는 시공 등에 따라 감동의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브런치를 열자마자 등장한 내 모습은 하니가 찍어준 몇 안 되는 사진 중 하나이다. 이미 연재된 포스트에서 언급되었지만, 우리는 첫눈을 쫓아 돌로미티의 빠쏘 치비아나(Passo Cibiana) 골짜기에서부터 빠쏘 디 지아우(Passo di Giau)까지 천천히 차근차근히 이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그곳을 찾은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여름 19박 20일 동안 돌로미티를 여행할 때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인 장소가 포르첼라 지아우(Forcella Giau, 해발 2360미터)였다. 그곳은 빠쏘 디 지아우 고갯길 정상에서 꽤 먼 거리에 있었지만 우리는 악착같이 그 길을 다녀온 것이다. 다시금 생각해 봐도 아름다운 장소이자 여러분들께 강추하고 싶은 명소였다.



그때 우리를 유혹한 장소가 천 길 낭떠러지 위에서 바라본 비경이었으며, 그곳에서 따뜻한 커피로 목을 축이며 벼랑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첫눈이 오실 때 다시 그 장소로 가고 싶었던 것이다. 12월이 오시면 떠올리고 싶은 장소이자, 첫눈이 오시면 절로 떠오르는 우리만의 추억이 고스란히 박제된 곳이랄까.. 하니는 돌로미티를 떠올릴 때 이 고갯길을 떠올린다. 그동안 뻔질나게 다녔던 돌로미티 산군 중에서 겨우 맛만 본 곳인데 우리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그녀가 돌로미티를 그리워하는 이유 중에는 첫술에 배가 부르지 않은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돌로미티에 작은 오두막집이라도 마련하고 싶어 한 속내가 그랬다. 12월 첫날.. 아직 봄이 오시려면 100일은 더 남았고, 다시 6월이 오시려면.. 까마득하다. 그러나 미리 가 본 12월의 풍경을 통해 야금야금 대리만족이나 해야 할까 보다. 찰나의 기억이 죽을 때까지 간다는 말이 틀리지 않는 것 같다.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풍경 앞에서..!!


La prima neve sulle Dolomiti in Septtembre
il Nostro Viaggio Italia settentrionale con mia moglie
il Primo Dicem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첫눈, 코로나 덮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