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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03. 2020

첫눈, 코로나 덮다

#22 돌로미티, 9월에 만난 첫눈

어떻게 하면 코로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때 우리를 유혹한 장소가 천 길 낭떠러지 위에서 바라본 비경이었으며, 그곳에서 따뜻한 커피로 목을 축이며 벼랑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첫눈이 오실 때 다시 그 장소로 가고 싶었던 것이다. 12월이 오시면 떠올리고 싶은 장소이자, 첫눈이 오시면 절로 떠오르는 우리만의 추억이 고스란히 박제된 곳이랄까.. 하니는 돌로미티를 떠올릴 때 이 고갯길을 떠올린다. 그동안 뻔질나게 다녔던 돌로미티 산군 중에서 겨우 맛만 본 곳인데 우리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그녀가 돌로미티를 그리워하는 이유 중에는 첫술에 배가 부르지 않은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돌로미티에 작은 오두막집이라도 마련하고 싶어 한 속내가 그랬다. 12월 첫날.. 아직 봄이 오시려면 100일은 더 남았고, 다시 6월이 오시려면.. 까마득하다. 그러나 미리 가 본 12월의 풍경을 통해 야금야금 대리만족이나 해야 할까 보다. 찰나의 기억이 죽을 때까지 간다는 말이 틀리지 않는 것 같다.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풍경 앞에서..!!


지난 여정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풍경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어느 날 돌로미티가 궁금해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우리는 돌로미티에 푹 빠져 살고 있는 것이다. 천하 절경이 돌로미티에만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돌로미티는 가슴에서 지울 수 없는 여행지로 다가온 것이다. 

돌로미티 여행에 방점을 찍은 곳은 빠쏘 디 지아우(Passo di Giau)란 고개였다. 꼬르티나 담빼쬬(Cortina d'Ampezzo)에서 구불구불 고갯길을 따라가면 해발 2236미터의 고개가 나타난다. 


그곳이 지난여름 우리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준 장소인 것이다. 전혀 뜻하지 않은 어느 날 첫눈이 오시면서 우리는 빠쏘 디 지아우로 핸들을 돌린 것. 그 여정 등을 담았다.



첫눈, 코로나 덮다




브런치를 열자마자 표지 사진 아래 처음 등장하는 풍경이 지난 여정에 본 꼬르티나 담빼쬬의 아름다운 전경이다. 마치 동화 속에 등장하는 나라 같다. 링크를 열어보면 위키피디아에서 제공한 자료사진과 흡사할 것이다. 우리는 그 도시를 보듬고 있는 거대한 바위산 뒤에서부터 담빼쬬를 가로질러 빠쏘 디 지아우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고갯길에 다가서자마자 작은 터널 하나가 등장한다. 



이곳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곳이다. 어느덧 이 터널을 네 번째 통과하고 있는 것이다. 초행길의 돌로미티 여행길에서 시행착오가 한 번 있었으며 이곳을 주유하면서부터 돌로미티가 점점 더 친숙하게 다가온 것이다. 고갯길을 드라이브 삼아 천천히 이동하는 동안 진눈깨비가 날리고 있었다.



우리는 이때부터 다시 아이들처럼 좋아하며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첫눈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짧은 영상은 그때 기록된 것이며, 하니와 나의 시선은 지난여름의 추억이 담긴 능선 포르첼라 지아우(Forcella Giau, 해발 2,360미터)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위 자료사진 우측의 움푹 파인 곳이 포르첼라 지아우 능선이다. 빠쏘 디 지아우 고개에서 저곳까지 트래킹 한 후 저 능선을 넘으면 신세계가 펼쳐지는 곳. 우리는 아직 돌로미티를 겨우 간만 봤을 뿐인데 돌로미티 최고의 비경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은 곳이다. 참 힘들게 다녀온 여정이었지만 한 순간에 피로가 사라지는 보상을 받은 곳이기도 했다. 



그럴 리가 없지만, 만에 하나 이런 추억들이 없었다면.. 코로니 19 시대는 우리를 얼마나 힘들게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첫눈이 오시던 날 돌로미티를 다녀온 이후 하니를 급히 한국으로 도피시키는 머나먼 길을 떠나게 된 것이다. 다시금 생각해 봐도 끔찍한 일이자 매우 잘한 일이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부터 독일의 프랑크 푸르트 공항까지 왕복 3,000킬로미터를 질주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실로 힘든 여정이었으며 그때 우리가 내린 결정은 주효했다. 그녀가 한국에 가 있는 동안 통화를 하면서 당신의 안부를 묻는 것이다.



-띠리리리리맄..(띠깍!)

-응, 나..

-몸은 좀 어때..?

-응, 너무 좋아졌어.

-마스크는 잘 쓰고 다니시나..

-당근이쥐..! ㅎ

-병원에는..

-응, 00 병원에서 검사받았는데 문제가 없데..

-다행이네. 밥은..?

-잘 묵지.. 혼밥이 귀찮긴 해 ㅎ 



그녀는 한국에 가 있는 동안 모 병원에 들러 몸상태를 점검하는 한편, 자주 다니던 병원에서 주치의로부터 척추 교정술을 받게 됐다. 척추가 바르지 못하면 몸의 균형에 문제가 생기는 현상이 가끔씩 일어나곤 했던 것이다. 몸이 웬만큼 좋아지자 코로나는 까마득히 잊은 채 다시 돌로미티 타령을 시작하는 것. 이제 막 겨울이 시작되었을 뿐인데 마음은 돌로미티 밭(?)에 가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 돌아가면 돌로미티에 작은 오두막집 하나 장만할 수 있을까..

-아고.. 먼 소리여.. 몸이나 잘 추스리라고라고라..



그녀는 이제나 저제나 돌로미티가 보고 싶으면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꼬르띠나 담빼쬬에서 빠쏘 디 지아우 고갯길을 천천히 올라가는 동안 하니는 아이폰에 자랑거리를 부지런히 담고 있었다. 그 기록들은 장차 아이들에게 친구들에게 자랑삼아 보여줄 것이며, 자랑을 늘어놓을 때마다 돌로미티의 추억은 점점 더 커지며 하루라도 빨리 이탈리아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서 해산물 왕국이자 천국인 대한민국에서 이탈리아로 공수해 갈 품목을 하나둘씩 챙기고 있는 것이다.



- 우리 단골집 있잖아..

-응, 말해 봐..

-거기서 건어물 좀 사가는 게 어때..?

-좋긴 하지만 지난번처럼 많이 사 오면 곤란해..ㅜ

-우럭 황태 조기 말린 거.. 안 무겁거든..ㅎ

-암튼 무거운 가방 끌고 다니는 일 없도록 하샘..!!



우리가 첫눈에 대한 추억이 없었다면 어떤 대화를 이어갔을까.. 첫눈이 코로나를 덮어버린 그곳에 진눈깨비가 간간히 함박눈으로 변하고 있었다. 저 멀리 힘들게 올랐던 능선이 보이는 가운데 우리는 빠쏘 디 지아우 고개에 곧 도착하게 될 것이며 그곳에서 다시 죽어도 잊지 못할 풍경을 가슴에 안게 될 것이다. <계속>


La prima neve sulle Dolomiti in Septtembre
il Nostro Viaggio Italia settentrionale con mia moglie
il 03 Dicem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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