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우리가 그리워 하는 비경을 앞에 두고..?!!
사진첩을 열어 그때를 회상하다 보니 별 생각들이 다 머리를 스친다. 하늘이 우리에게 허락한 매우 특별했던 여행지이자 죽을 때까지 가슴에서 지울 수 없는 추억이 돌로미티의 어느 산중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구름 조차 쉬었다 가야 하는 그곳에 조물주는 작은 호수를 마련해 놓고 당신의 모습을 비추어 보라고 한다. 당신의 삶을 뒤돌아 보라고 한다.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 의사와 관계없이 인생의 끄트머리까지 다가갈 것이며, 그동안 수도 헤아릴 수 없는 역경을 겪었을 것이다. 그때 동고동락한 한 여자 사람의 애원조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하니가 한국에 가 있는 동안 돌로미티 여행 사진첩을 열어보니 그곳에서 작고 짙은 회한이 묻어났다. 나는 천하절경을 앞에 두고 자꾸만 뭉기적 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천하절경 혹은 비경..!!
지난 여정 코로나가 연출한 최고의 비경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나는 어느새 지남철에 끌려가듯 호수 곁으로 다가갔다. 작은 호수는 속이 훤히 비치며 속살을 드러냈다. 돌로미티가 내놓은 옥수는 그저 물이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마치 보석을 녹여놓은 듯했다. 가끔씩 꿈속에서 만나던 맑디 맑은 물이 눈을 어지럽히며 가슴에 환한 등불을 켜는 것. 그야말로 비경 중에 비경이 아닐 수 없었다. 그 현장을 천천히 다시 돌아보고 있다.
비경, 코로나 시대 안구정화 필수
우리는 조금 전 리푸지오 삐쉬아두 로지(뒤로 보이는)로부터 호숫가로 내려왔다. 하니가 빨리 돌아가자는 애원조의 말도 무리가 아니었다. 이곳까지 올라온 것만도 무리했는데 로지에서 다시 호수로 이어지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하니는 점점 더 지쳐가고 있었으며 돌아갈 길이 멀게 느껴졌던 것일까.. 내가 먼저 앞장서 걷자 그녀는 할 수 없이 나를 따라온 형국이었다. 나는 호수 아래 부분의 돌로 만든 작은 둑을 너머 더 먼 곳으로 가고 싶었다.
"걍 가자고..!!ㅜ"
하니가 코로나 19를 피해 한국으로 돌아간 다음 회한이 남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나의 작은 욕심이 당신을 힘들게 한 것이다. 로지에서 바라본 비경도 아름다웠지만 나는 호숫가로 직접 가 보고 싶었으며 비경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던 것이다. 언제 다시 이곳에 와 볼 것인가.. 살다 보니 특정 순간은 지나가면 그만이었다. 내일이란 시간은 그 어떤 보장도 없는 일.. 그저 오늘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일까..
호수에 가까이 자가가 바라본 물빛은 물론 비늘처럼 서린 물빛은 두 말할 것도 없는 비경이었다. 어쩌면 이곳이 돌로미티의 심장이 아니었을까.. 노랑꽃 양귀비와 풀꽃이 돌로미티에 혼을 불어넣고 있었다면, 돌로미티를 적시며 살아 숨 쉬게 만드는 심장은 비경을 연출한 이곳이 아닐까 싶은 것. 오늘 아침(2일, 현지시각) 하니로부터 잔화가 왔다.
-띠리리리릭..띠리리릭..(띠깍!)
-응, 나..
-머해..?
-운동 좀 하고 밥 먹으려고
-지금 한국에 코로나 백신 공급할 예정이거든
-그거 잘하는 거네
-정부에서 화이자 꺼하고 모더나 꺼..
-나도 소식은 들었어..
-정부에서 3000만 명분 이상을 공급한다는 거야
-암튼 보건당국이 잘하는 거 같아
-내 말 잘 들어봐..
하니의 말은 정부 보건당국에서 백신을 구입해 국민들에게 접종을 하겠다는 것인데 접종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는 생각을 묻게 된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 한테 물어봤더니 안 맞는 게 더 낫다는 말을 하더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 임상실험 이후의 상태가 어떤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백신을 맞은 후 어떤 후유증이 올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및 거리두기가 더 바람직할 것이란 말을 덧붙였단다.
-그렇거든.. 당신 생각은 어때?
-나도 그런 거 같아. 지금 코로나 19가 문제가 되고 있는 곳은 말 안 듣는 백성들이 살고 있는 지역이잖아.
-그렇지..!
-내 생각은 그저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물 많이 마시면 될 거 같아.
-그럼 이탈리아에 갈 때 백신을 가져가야 해 아님..
-그거 보통 까다로운 거 아닌데.. 그냥 상온에 보관해서 오면 문제가 생길지 몰라
-그럼 어떡하지..?
-1 도즈(1회 접종분) 용 백신을 얼려서 오거나..
-그럼 보온 통에 얼음 채워 가져 갈까..?
-..ㅋㅋ
나는 그녀의 마음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하니는 아직 겨울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돌로미티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돌로미티로 다시 돌아가려면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지나야 하며 여름이 시작될 무렵이라야 가능하다. 돌로미티의 풀꽃들이 피는 시기가 6월이며 봄 날씨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래서 집콕하면서 가끔씩 운동하고 잘 먹고 푹 쉬라는 말을 하며 가능한 한 물을 마실 수 있을 때까지 많이 마시라고 했다.
-우리.. 돌로미티에서 길어왔던 생수 있잖아
-아직도 남아있어..?
-응, 당신 생각하며 아껴마시고 있지.ㅋ
-암튼 물 많이 마시라고요
-응, 알았쪄..!
-나.. 샤워하고 밥 먹어야 해
-알써.. 밥 먹어 끄너!
-(띠깍!!) ^^
그런 잠시 후 시사저널에 실린 관련 뉴스를 살펴보니 정부 보건당국의 백신 보급 소식 등이 상세히 실려있었다.
화이자는 코로나 19 백신을 '영하 70도±10도'에서 운송해야 하고, 백신 접종을 위한 해동 과정이 필요하다. 화이자 백신을 해동한 뒤에는 가정이나 병원에서 쓰이는 일반 냉장고 온도인 2~8도에서 최대 5일간 보관할 수 있다. 모더나는 백신이 영하 20도에서 6개월간 안정적이며, 2~8도에서도 30일간 효능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옥스퍼드대-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감기를 유발하는 '아데노바이러스'에 비활성화한 코로나바이러스를 집어넣은 뒤 인체에 투입해 면역반응을 끌어내는 원리로,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보관 조건도 앞선 두 백신에 비해 비교적 쉬워 2~8도의 일반 냉장고 온도에서 최소 6개월간 백신을 운송·관리할 수 있다.
혹시라도 관련 뉴스를 모르시는 분들은 링크를 클릭해 보시기 바란다. 백신이 보급되면 당신의 취사선택에 따라 예방접종을 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백신보다 여전히 돌로미티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코로니 19와 추위 때문에 여행에 적절한 곳이 아니지만 우리는 그곳에서 살고 싶었다. 맨 먼저 돌로미티에서 맛 본 물맛 때문이었고, 하루 종일 걸어도 지치지 않게 만드는 공기 때문이었다. 또 그곳에는 지친 안구정화를 해 주는 비경이 코로나 19의 집콕을 자유롭게 해 줄 게 분명했다. 오늘은 수능날.. 아이들을 고사장으로 보내 놓고 노심초사하시는 학부모님들이 잠시 돌로미티 비경을 감상하며 마음을 가라앉혔으면 좋겠다.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은 계속된다.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dall'8 al 28 Agosto 2020
Scritto_il 02 Dicembr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