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우리는 무엇을 꿈꾸며 살아갈까..?!
혹시라도 관련 뉴스를 모르시는 분들은 링크를 클릭해 보시기 바란다. 백신이 보급되면 당신의 취사선택에 따라 예방접종을 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백신보다 여전히 돌로미티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코로니 19와 추위 때문에 여행에 적절한 곳이 아니지만 우리는 그곳에서 살고 싶었다. 맨 먼저 돌로미티에서 맛 본 물맛 때문이었고, 하루 종일 걸어도 지치지 않게 만드는 공기 때문이었다. 또 그곳에는 지친 안구정화를 해 주는 비경이 코로나 19의 집콕을 자유롭게 해 줄 게 분명했다. 오늘은 수능날.. 아이들을 고사장으로 보내 놓고 노심초사하시는 학부모님들이 잠시 돌로미티 비경을 감상하며 마음을 가라앉혔으면 좋겠다.
지난 여정 비경, 코로나 시대 안구정화 필수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수능이 끝나고 어느덧 일주일의 시간을 향해 가고 있다. 생명을 중히 여기시는 분들이라면 코로나 시대에 건강 관리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12월 6일 현재 이탈리아의 코로나 성적표(감염자 수 18,887명, 사망자 수 564명)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로미티 산군이 위치한 뜨렌티노 알또 아디제 주(Trentino-alto adige)는 감염자(11월 22일부터 12월 5일까지 감염자 수 2,914명, 사망자 수 없음)는 있을 망정 사망자 수는 보이지 않는다. 이탈리아 반도 북서쪽 롬바르디아 주(Lombardia) 혹은 다른 주에 비하면 코로나 청정지역에 속한다. 평원에 인구가 밀집된 지역과 상대적으로 인구 밀도가 낮은 산간 지방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보석을 녹여놓은 듯한 작은 호숫가에는 호수를 들여다보고 있는 몇 사람이 눈에 띄었다. 이곳 정상까지 올라온 사람들 다수는 로지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쉬고 있었지만, 호수의 이끌림에 빠진 사람들은 마냥 호수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흐릿한 곳. 어느 날 장주(莊周之夢_胡蝶之梦)는 꿈을 꾸었지. 그는 꿈에서 나비가 되었던 거야. 나비가 되어 이리저리 훨훨 날아다니는 거야. 너무 즐겁고 유쾌했던 거지. 그는 자기가 장주인지 까마득히 잊고 있었지. 그러다가 잠에서 깨어보니 잠자리에 누운 것은 분명 장주 자신이었다. 그때 이상한 생각이 든 거야. 그가 꿈에서 나비가 된 건지.. 아니면 꿈속의 나비가 자기였는지 알 수가 없는 거야.
짧은 순간 나는 물아일체(物我一體)를 경험하며 머리와 가슴이 호숫물처럼 말갛게 변하고 있었다. 아마도.. 호숫가에서 마냥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은 아직도 장주가 꾸었던 꿈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일까.. 호수의 물과 나는 전혀 다른 존재지만 어느 순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하나가 되는 것이다.
기쁨과 슬픔.. 어둠과 밝음.. 무와 유.. 꿈과 현실.. 삶과 죽음.. 등을 느끼며 살아가는 인간계와 억만 겁의 시간을 두고 아무 탈 없이 순환을 거듭하는 자연계는 실상 하나 이건만, 우리는 무엇이 그토록 안타까워 세상을 늘 두쪽으로 나누어 본다는 말인가.
리푸지오 삐쉬아두 정상의 옥수는 호수를 지나 우리의 쉼터가 있는 곳으로 졸졸졸 흐르고 있었다. 그 물은 장차 폭포가 되었으며 거대한 바위산을 올려다보던 우리 앞의 비경으로 존재했다. 그리고 어느 날 하니와 함께 그 폭포의 원천인 호숫가에 다다른 것이다. 나는 여전히 호숫가에서 서성이고 있었는데 하니는 저만치 정상 부근을 걸어 다시 호숫가로 다가오고 있었다. 지난 여정 코로나가 연출한 최고의 비경 편에 하니는 이렇게 말했지..
-걍 내려가..!ㅜ
-쫌!.. 조금만 더 있다가 가자니까!!ㅜ
나는 하니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호숫가에서 뭉기적 거리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가 주차된 쉼터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지만 내 마음은 호수 속에 빠져든 채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물이 무엇 이관대.. 더 투명할 수 없는 액체의 정체가 무엇 이관대.. 나를 붙들고 놔주지 않는단 말인가..
서기 2020년 12월 7일, 돌로미티 여행 사진첩을 펴 놓고 글을 쓰다 보니 어느 날 장주의 꿈에 보인 나비가 문득 생각난다. 그땐 그랬지. 지금쯤 돌로미티의 어느 산중 호수는 나를 기억해 낼까..
코로나 시대의 밤중은 호수를 쏙 빼닮았다. 그곳에는 액체가 있었지만 지금 이곳은 정적이라는 게 있다. 소음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진공상태로 변한 세상에 한 인간이 자판을 두드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달라진 시공 속에서 그리움으로 남은 풍경들.. 저만치서 하니가 가던 길을 되돌아오고 있다. 이때만큼 미안해 본 적도 없다. 나는 호숫가에서 뭉기적 거리고 하니는 다시 내 곁으로 발길을 옮기는 것이다.
이제 곧 하산할 시간.. 뒤돌아 본 그곳에 나비가 날아다녔다면 나는 장주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야. 몇몇의 여인들은 여전히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대자연 속의 우리는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은 계속된다.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dall'8 al 28 Agosto 2020
Scritto_il 07 Dicembr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