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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05. 2020

돼지 그러면 안 돼지

#5 코로나 19와 검찰의 민낯

이독제독(以毒制毒),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


기나긴 파타고니아 여행을 마치고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Santiago del Chile)에 머물 때 일이다. 하니와 나는 파타고니아에 푹 빠져든 나머지 산티아고로 돌아온 직후 곧바로 장기쳬류허가(Permesso di soggiorno)를 취득했다. 절차는 그리 힘들지 않았다. 간단한 요식 절차와 약간의 비용만으로 득템이 가능했다. 우리는 산티아고에 둥지를 튼 다음 무시로 파타고니아 혹은 안데스 산맥 곳곳을 둘러볼 요령이었다. 그런 후 산티아고 시내의 꼴리나 디 산타 루치아(Collina di Santa Lucía) 공원(언덕) 근처에 방을 얻어두고 거의 매일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게 됐다. 대통령궁은 물론 발파라이소와 여러 명소들에 발도장을 찍고 다녔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엊그제 일어났던 일처럼 생생하다. 그 가운데 집에서 가까운 베가 재래시장(Mercado la Vega)과 중앙시장(Central Market)은 자주 다닌 곳 중에 하나였다. 100년도 더 된 역사를 자랑하는 베가 시장에 들어서면 활기가 넘쳐났다. 알록달록한 애채와 과일 등이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가격도 저렴했다. 우리 교민이 모여사는 빠뜨로나또(Patronato)에서 길을 건너면 코 앞에 위치한 곳. 그곳에서 우리가 살고있었던 아파트 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리오 마포쵸(Rio Mapocho) 강을 건너는 즉시 중앙시장이 나타난다. 



그곳에는 생선 킬러였던 우리가 좋아하는 어물전이 있는 곳이다. 그곳에는 동태평양 깊은 바닷속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생선들이며 어패류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보던 생선과 어패류와 생긴 모습은 비슷해도 덩치는 사뭇 커 보였다. 그리고 맛과 향이 뛰어났다. 그중에서 크게 눈에 띄는 것은 홍합이었다. 크기가 키조개만 홍합 하나 만으로 해산물을 끓이면 향기로운 냄새만으로 배가 부를 지경이다. 그리고 쫄깃 거리는 식감은 세상 부러울 게 없는 것이다. 그런 어느 날 내 눈에 띈 건 어물전에 걸어둔 박제된 복어(Pufferfish, Blowfish)였다. 


사람들은 녀석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복어는 풍선처럼 마냥 부풀어 있었다. 몸은 가시 투성이었고 눈알과 입은 돌출 되어있었으며 바짝 말라있었다. 주지하다시피 복어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대체로 맹독성을 지닌 어류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자칫 복어가 지닌 독은 목숨을 앗아가는 치명적인 것으로 그 독성이 청산가리보다 1000배는 더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독은 무려 성인 33명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어마 무시한 독을 지닌 녀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어요리를 한 번 맛본 사람들은 잊을 수 없는 복어 맛 때문에 줄을 설 수밖에 없다. 특히 애주가들은 해장국으로 복어탕을 최고로 칠 정도이니 복어의 대중적 인기는 알만 하다. 오죽하면 초원복국 사건이 생겼겠는가 말이다. 익히 잘 아는 사건인 초원복국 사건은 1992년 12월 11일, 정부 기관장들이 부산 대연동에 위치한 복어 요리 전문점 '초원복국'이라는 음식점에 모여, 제14대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기자고 모의한 것이 도청에 의해 드러나 문제가 된 사건이다. 당시 녹취록 내용 전문을 기록한 한 언론은 이렇게 기록했다.


 "김대균 기무부대장: “조선일보는 좀 잘 써주는 것 같죠. 정주영 씨 좀 잘 써주지 않고…”


대한민국에 민주화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녹취록에는 당시 권력의 한 축이었던 기무사 부대장과 박근혜 정부의 김기춘 비서실장(법무장관 출신) 등 유력 정치인들이 등장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 국민들은 민주화가 다 된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을까.. 



서기 2020년 12월 4일 현재 대한민국의 시국은 복국 사건과 맞물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복국 사건과 다른 점이 있다면 법무부 외청의 검찰이 대통령에게 칼을 겨누며 살인강도의 민낯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정의를 위해 휘둘러야 할 칼을 특정 집단의 이기를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전술한 복국 사건에 등장한 김기춘의 후배 검사들로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진 집단이다. 


검찰의 직무 및 권한에 따르면 범죄 수사와 공소 제기와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 및 범죄 수사에 관한 사법경찰 관리의 지휘 감독, 법원에 대한 법령의 정당한 적용의 청구, 재판 집행 재판 집행의 지휘 감독, 국가를 당사자 또는 참가인으로 하는 소송과 행정 소송의 수행 및 지휘 감독,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그 권한에 속하는 사항 등이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검찰이 자칫 그들의 권한을 남용하면 그 어떤 지위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위태롭게 된다. 이들은 그 같은 만행을 유신독재로부터 군사독재 그리고 그들의 적통자들인 이명박근혜까지 권력을 남용하며 국민들을 짓밟아 온 것이다. 그 기간이 대략 70년에 이르며 박근혜의 비서실장이었던 김기춘이 감옥에 들어가면 끝날 줄 알았던 검찰의 폭력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그게 최근 검찰개혁으로 도드라진 검찰총장 윤석열의 민낯인 것이다. 그는 정부에 항명하는 것까지 모자라 아예 드러내 놓고 살아있는 정부와 대통령에게 칼을 겨누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은 그동안 조국 전 법무장관은 물론 추미애 현 법무장관까지 탈탈 털며 죄를 찾아 나서기도 했다. 그 결과 노무현 전 대통령에 행했던 만행처럼 죄는 드러나지 않았으며 없는 죄를 만들고 있었다는 게 만천하에 공표됐다. 형평을 잃은 수사 정도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상대를 흠집 내기 수사였던 것이다. 더욱더 황당한 것은 윤석열의 마누라나 그의 장모에게 걸린 피의사실 등을 묵과하며 대통령의 명에도 따르지 않겠다는 이상한 배짱을 부리는 것이다. 이미 헛발질의 도를 넘은 게 아니라 자살골로 향하고 있는 추태 이상의 막장드라마를 스스로 연출하고 있는 것일까.. 


초원복국집에서 드러난 녹취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은 요즘 윤석열이 함부로 나대치는 일과 무관하지 않다. 언론과 커넥션이 없었다면 단지 자신의 직만으로 항명을 하는 겁 없는 짓을 할 수 있을까.. 윤석열이 믿는 구석은 받아쓰기와 마사지 전문의 언론이었던지 윤석열은 그동안 조선일보 사주를 만났고 중앙일보 홍석현을 만난 사실도 언론에 보도됐다. 겉으로는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들은 이들 만남은 일종의 거래로 보는 것이다. 검찰총장이 언론사 사주를 만나는 것도 이상한 일이지만 복국 사건을 대입해 보면 작당 외에 없는 것이랄까.. 



명언 중에는 '같은 물이라도 뱀이 핥으면 독이 되고 양이 마시면 젖이 된다'라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날 선 면도칼을 손에 쥐어주면 위험하듯이 그동안 검찰이 해 온 짓을 보면 독이든 면도칼을 손에 쥐어준 것 같다. 독을 지닌 복어 조차 독을 제거하면 천하일미로 거듭나겠지만 독을 그대로 두면 극약으로 변하게 되는 것. 


한의를 하신 아버지께서는 늘 이독제독을 말씀하셨다. 독이 독을 제거한다는 말이다. 독을 잘 쓰면 약이 되고 잘 못 쓰면 독이 된다는 이치다. 산티아고의 한 어물전에 내걸린 뚱뚱한 복어의 속은 텅 비어있다. 어디에도 쓸모없이 관상용으로 박제된 것이다. 사람들은 짜장면을 좋아한다는 윤석열에게 윤짜장이라는 별명과 함께 배가 나온 그를 돼지를 비교해 윤뚱열이라 부르고 있었다. 요즘 하는 짓을 보면 그게 딱 맞는 것 같다. 대통령 목에 칼을 들이대..? 못난 놈..! 돼지.. 그러면 안 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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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 05 Dicem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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