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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04. 2020

그 녀석 때문에 생긴 일

#11 너무 길었던 별리 여행

누구 탓을 하리오 마는..?!!



부끄러움은 조물주가 인간에게 부여한 최고의 가치이다. 개가 부끄러워하는 것 봤나 돼지가 부끄러워하는 것 봤나.. 초행길의 스위스는 깨끗하다 못해 숨 막히도록 정리정돈이 잘 된 나라였으며 천혜의 산과 호수를 지닌 관광대국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자국민 수 천명이 목숨을 잃어가는 데도 불구하고 그대로 방치한다면 정부의 존재는 있으나마나한 것 아닌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마땅한 책무를 지닌 사람들이 당신의 동네만 깨끗하게 해 놓는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랴.. 같거나 비슷한 이유로 목회자의 이름을 건 인면수심은 물론 사람을 미혹하는 사악한 영에 이끌린 어리석은 사람들도 별로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하니를 코로나 청정지역 한국으로 보내주신 하늘에 감사한다.


관련 포스트 코로나 19와 스위스 루체른 호숫가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코로나 19를 피해 우리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부터 독일의 프랑크 푸르트 공항까지 기나긴 여정을 이어가야 했다. 자그마치 왕복 3,000킬로미터에 이르는 머나먼 길이었다. 그땐 왜 그렇게 우울했는지.. 지내놓고 보니 이 또한 추억이 됐다.



그 녀석 때문에 생긴 일




하니를 한국으로 떠나보낸 후 나의 심정은 극도로 우울했다. 그 심정 일부를 차창에 비친 스위스의 어느 호숫가에 담아보기도 했다.  하늘은 내편이었다. 나의 속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아셨는지 "먼 길 왔으니 호숫가에서 잠시 쉬었다가 가라"며 한 순간 가던 길을 꺾어 어느 호숫가로 나를 인도한 것이다. 



참 희한도 하지.. 그땐 날씨 조차 내 마음을 쏙 빼닮았어. 주변은 온통 만추의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아름답게 물들었는데 속마음은 이리저리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고나 할까.. 호숫가에서 천천히 이동하면서 바라본 스위스의 어느 동네(관련 포스트에 실어두었음)는 인적이 거의 끊겼다. 세상에 나 혼자 버려진 듯한 묘한 감정이 생기는 것이다. 아울러 그냥 지나치기는 너무 아까운 풍경들이 슬그머니 우울한 틈바구니에 끼어들었다. 



다시 램프를 빠져나가 고속도로에 진입하면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은 만추의 풍경이 뷰파인더에 하나 둘씩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나는 다시 그 호수의 한쪽 모퉁이의 아담한 공원에서 비를 맞고 있는 요트들을 바라보며 잠깐 산책을 했다. 요트들도 측은해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녀석들은 우비를 두르고 가을비를 맞고 있었다. 



바람 한 점 없는 호숫가.. 인적이 거의 없는 만추의 작은 길 가장자리의 공원에 어느 할머니가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을 하고 있었다. 만약 그때 어떤 할머니 1인이 없었다면 그곳에는 나 혼자 뿐이었을 것이며 비를 맞고 산책하는 어떤 남자 1인은 외로움에 떨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참 희한하지.. 세상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야. 만약 내가 카메라에 대한 취미가 없었다면 어떡할 뻔했느냐 말이다. 관련 포스트 아우토반의 시속 150km 너무 평범 편에 기록된 것처럼 초행길의 먼 나라 고속도로 위를 질주를 했으니 말이다. 



그뿐만 아니었지. 왕복 2차선의 좁은 터널 속에서 카메라를 움켜쥐고 세계 최장 터널 통째로 담다에서 처럼 모험을 감행하기도 했던 것이다. 이런 일은 처음부터 의도되고 연출된 일이 아니었다. 어느 날 우리 앞에 찾아온 불청객 코로나 19 때문이었다. 그 녀석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이 또한 나의 운명 속에.. 나의 팔자 속에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 



서기 2020년 12월 4일 아침, 집콕을 하면서 열어본 그곳에는 두고두고 잊지 못할 스위스 어느 호숫가의 풍경이 나에게 손을 흔드는 것이다. 자동차는 느리게 느리게 지방국도를 따라 천천히 이동하며 차창을 따라다니는 호숫가의 풍경을 담았다. 하늘은 그런 것 같다. 우울이 극도에 빠진 날 아니면 절망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탈출구를 만들어 놓고 기다리는 것이다. 그땐 몰랐지만.. 지내놓고 생각해 보니 그 호숫가는 탈출구였지 아마도.. 



바다를 닮은 호숫가에 잠시 정차를 해 놓고 간간이 보슬비를 뿌리며 구름을 머리에 인 먼 나라를 보니 마치 바닷가에 소풍을 나온 느낌도 들었어. 혼자 즐기는 소풍이 뭐가 그렇게 즐겁겠느냐마는.. 그때 그 녀석은 내가 모르는 선물을 따로 준비해 놓았던 것이랄까.. 다행인지 하니는 그 녀석을 피해 한국에 무사히 잘 도착했고 통화 너머의 목소리는 밝았으며 잘 먹고 잘 살고 있었다. 


-응, 나야.. 별일 없지..?

-응, 거기(병원) 다녀오는 길이거든. 몸이 너무 거뜬한 거 있지..!



그런데 나는 뭥미..?!! 


호숫가를 따라 천천히 이동하면서 만난 풍경들은 참 아름다웠다. 산과 호수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 그럴 일도 없지만 그 녀석을 피해 먼 길을 가지 않고 하니와 함께 이곳으로 소풍을 왔다면 금상첨화였겠지. 살다 보면 별 일 다 생기는 법이야. 늘 두 가지 명제를 동시에 던져놓고 하나를 선택하게 만드는 거야. 지내놓고 보니 나는 그때마다 둘 다 선택했던 경험이 있어. 하니는 내 앞에서 "이게 맛있어? 아님 저게 맛있어?"라며 늘 이렇게 물었지. 나는 그때마다 "둘 다 맛있다"라며 물음을 피해 갔었지. 지내놓고 보니 그 녀석도 내게 그런 질문을 던진 것 같아. 

"나를 피해 도피하는 게 좋아..? 아님 만추의 여행을 즐기는 게 좋아..?"


Un viaggio di addio troppo lungo_verso alla Germania
il 04 Novem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U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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