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너무 길었던 별리 여행
지내놓고 보니 그 또한 추억이었어..!!
자동차가 속도를 줄인 곳은 스위스 루체른의 어느 호숫가였다. 고속도로 위에서 바라본 루체른 호수의 전경은 너무 아름다웠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부터 대략 1,000킬로미터를 달려왔으므로 잠시 쉴 겸 호숫가를 둘러보기로 한 것이다. 우리의 여정은 독일의 프랑크 푸르트 공항까지였으며 코로나 19를 피해 하니를 한국으로 도피시키기 위함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을 떠나야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는 이탈리아의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감염자 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봄에 우리가 겪은 코로나 19에 대한 트라우마가 하니를 떠다밀다시피 한 것이랄까.. 당시 하니는 코로나에 대한 공포증이 심했던 나머지 한국으로 즉각 출국할 마음을 먹고, 주 이탈리아 교민회가 추진하고 있었던 특별기 편을 신청해 두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탈리아 정부와 방역당국은 치솟는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 때문에 급기야 전국을 봉쇄해 버렸다. 특별기를 타려면 바를레타에서 로마로 가는 기차를 타야 했지만, 바를레타 역의 매표소는 이미 문을 걸어 잠근 상태였다. 당시 우리가 자동차를 마련했다면 문제가 달랐을 것이다. 사유서를 지참하고 로마 공항으로 이동했으면 가능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그리고 대략 8개월 만에.. 봄철에 기승을 부리던 코로나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감염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지금, 이탈리아의 코로나 19 감염자 수는 34,767명이며 사망자 수는 692명(21일 현재)이다. 요즘 한국에 가 있는 하니와 전화통화를 하며 이탈리아 현지 상황을 이야기하자 "내가 거기 있었으면 까무러쳤을 거야!"라고 말한다.
하니는 당신의 의지와 달리 체질적으로 면역력이 약해 자칫 방심하면 감기에 걸리곤 했다. 우리가 루체른 호숫가로 빠져나왔을 당시에도 감기 기운이 있었던 상태였으므로 여간 조심스럽지 않았다. 평소와 달리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에 찾아온 감기는 감염을 의심하며 공포를 부추긴 것이었다. 나 또한 조바심이 생길 정도였으니 말이다.
고속도로 램프를 빠져나가자마자 우리 앞에 펼쳐진 전경은 사뭇 아름다웠다. 어떻게 돼 먹은(?) 나라인지 티끌 하나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탈리아에서 쉽게 찾지 못하는 화장실이 호숫가에 있었는가 하면, 화장실 내부는 우리나라에서 보던 고급 화장실(?)을 단박에 떠올릴 정도였다. 정말 깨끗하게 잘 정리 정돈돼 호숫가에 자동차를 주차해 두고 잠시 쉬면서 근처를 산책해 보기로 했다. 본문에 삽입된 풍경들은 당시 나 둘씩 건져낸 루체른 호숫가의 모습이다.
그런데.. 우리는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어라!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네..!) 처음에는 몇 사람만이 그런 줄 알았지만 만나는 사람들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선착장에서 여객선을 기다리며 줄지어 선 사람들도 평상시와 별로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하니와 나 둘 뿐이었다. 속으로 "이들도 스웨덴처럼 집단 면역(集團免疫)을 실시하고 있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루체른 호숫가를 거니는 동안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던 것이므로, 하니가 한국에 가 있는 지금 현재 스위스의 코로나 19 현황이 궁금했다.
위 그래프는 스위스(Svizzera)의 코로나 19 감염자 추이를 표시해둔 위키피디아의 자료이다. 그래프 오른쪽에 현재(2020년 11월 15일) 감염자 수가 4,259명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봄철(4월 3일 자) 최고치는 1,774명이었다. 또 지난 5일 자 최고치는 10,043명이었으므로 봄철 대비 대략 다섯 배의 감염자 수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스위스의 감염자 총 수는 291,000명(Casi totali 291.000)에 달하고, 사망자 수는 3,575 명(Decessi
3,575)에 달한다. 그중 치료자 수는 182,000명(Guarigioni 182,000)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1박을 하고 독일로 넘어갈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즉시 접고 독일로 떠났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 봐도 참 잘한 결정이었다. 솔직히 나는 이런 인간들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다. 이들은 무슨 배짱으로 사망자 수가 3,575 명에 이르도록 자국민들을 방치하고 있을까.. 만약 이와 비슷한 상황이 비좁아 터진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다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싶은 것. 그동안 대한민국의 뉴스를 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장면이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지금 그 주동자(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는 징역형을 살고 있으며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으로 재판 중에 있다. 얼마나 한심하고 부끄러운 일인가. 당신이 거느린 성도들을 잘 양육해도 시원찮을 판국에, 사람들을 선동하여 집회를 하며 '북(한) 지령에 의한 정부의 바이러스 테러에 당했다'라고 주장하고 나섰던 것이다.
위 링크해둔 주장 사실은 다시 조중동이 사설로 인용하고 있었다는 것. 안 봐도 비디오이다. 목회자의 탈을 쓴 한 인간은 본래의 사명을 던진 채 정치인으로 거듭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대한민국의 적폐 세력으로 불리는 국민의 짐과 보수 찌라시 등과 한데 어울려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집회 선동을 하고 있었던 것.
조물주 가라사대 '천지만물을 지은 후에 인간을 만들었다'라고 했으므로, 요즘 창궐하고 있는 코로나 19 또한 천지만물 중에 하나이다. 그걸 기도랍시고 "세상을 어지럽히는 무리들과 비루스를 당장 물리치게 해 주시옵소서!"라면 그게 맨 정신인가. 당신이 인간의 형상을 한 코로나 19인 줄도 모른 채 사람들을 구덩이에 빠뜨리고 있는 것. 사람들이 이런 모습 때문에 개독교 혹은 개목사라 부르는 걸 귀담아듣지 못하는 세상이다.
부끄러움은 조물주가 인간에게 부여한 최고의 가치이다. 개가 부끄러워하는 것 봤나 돼지가 부끄러워하는 것 봤나.. 초행길의 스위스는 깨끗하다 못해 숨 막히도록 정리정돈이 잘 된 나라였으며 천혜의 산과 호수를 지닌 관광대국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자국민 수 천명이 목숨을 잃어가는 데도 불구하고 그대로 방치한다면 정부의 존재는 있으나마나한 것 아닌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마땅한 책무를 지닌 사람들이 당신의 동네만 깨끗하게 해 놓는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랴.. 같거나 비슷한 이유로 목회자의 이름을 건 인면수심은 물론 사람을 미혹하는 사악한 영에 이끌린 어리석은 사람들도 별로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하니를 코로나 청정지역 한국으로 보내주신 하늘에 감사한다.
Un viaggio di addio troppo lungo_verso alla Germania
il 22 Novem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U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