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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06. 2020

피렌체에 12월이 오시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에 드리운 그림자

죽기 전에 꼭 한 번만 살아보고 싶었던 도시 피렌체..!!



   피렌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고도이자 불세출의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Michelangelo Buonarroti)를 배출한 도시이다. 나는 이 도시를 미켈란젤로의 도시라 부른다. 피렌체의 많은 수식어 중에 그의 이름이 가장 돋보였다. 그럴 리가 없지만 그를 빼놓고 피렌체를 설명하라면 어딘가 허전할 것이다. 피렌체(Firenze)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주의 주도이며 피렌체 현의 현청 소재지이다. 인구는 대략 38만 명이고 근교의 인구까지 합치면 대략 150만 명 정도이자, 토스카나 주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이기도 하다. 



피렌체는 역사상 중세, 르네상스 시대 때는 건축과 예술로 유명한 곳이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매디치 가문(Medici Famiglia)이 오랜 세월 동안 다스린 이 도시는 중세 유럽의 무역과 금융의 중심지였다. 1865년에서 1870년까지는 이탈리아 왕국의 수도였다. 이런 이유 등으로 매년 수백만이 넘는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으며, 1982년에는 빠뜨로모니오 델루마니따(Patrimonio dell'umanità_유네스코 세계 유산)로 선정되었다. 피렌체 어디를 다녀도 발도장이 찍히는 순간 중세의 이야기가 와르르 옥구슬처럼 쏟아지는 곳이다.  하니와 나는 죽기 전에 이 도시에 꼭 한 번 살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꿈을 이루게 됐다.



피렌체에 12월이 오시면




우리는 피렌체에 사는 동안 미켈란젤로의 발자취를 따라 이곳저곳을 싸돌아 다녔다. 아침부터 저녁때까지 그 이후로도 여전히 피렌체 중심을 거닐게 됐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었던 집의 위치가 피렌체 중심의 피렌체 대성당(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에서 매우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집 앞을 나서면 단 몇 분 만에 대성당(두오모)으로 갈 수 있었으므로, 굳이 집안에 틀어박혀 있을 하등의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일은 피렌체서 살기 시작할 때부터 지금 살고 있는 바를레타로 이사를 하기 전까지 계속 이어졌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 했을 당시에도 일을 끝마치면 곧장 사내 중심으로 향했던 일이 새롭다. 



집에서 외출을 하는 즉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시간을 때우기도 하고 재래시장에 들러 장을 보기도 했다. 그리고 짬만 나면 아르노 강가로 나가 망중한을 즐기곤 했다. 뿐만 아니라 피렌체 근교를 싸돌아 다니며 우리가 꿈꾸었던 도시를 샅샅이 뒤지기도 했다. 어떤 원심력(遠心力)이 작용했던 것일까. 그런 어느 날부터 우리는 점점 더 피렌체 중심에서 벗어나는 일이 잦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사람들이 워낙 붐비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었던 집 바로 코 앞에는 날이 밝으면서부터 저녁 늦게까지 관광객들이 쏟아내는 소음이 끊이지 않았다. 시내 관광을 끝낸 사람들이 점심을 먹거나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 매미 떼처럼 웅성거렸다. 처음에는 사람들 속에 묻혀 다니는 일이 재밌었지만 시간이 흐르자 할 짓이 아니었다. 그래서 자꾸만 가출한 아이들처럼 겉돌게 된 것이다. 



그런데 피렌체에 12월이 오시면 사정이 달라진다. 대략 11월 말부터 피렌체는 성탄축제로 마구 들떠있다. 두오모를 중심으로 사내의 주요 도로에는 알베로 디 나탈레(Albero di natale_성탄트리)가 하나둘씩 점등되면서 피렌체는 온통 축제의 도시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가 화장을 고치고 사람들 앞에 다시 나타나는 것이다. 이때부터 가뜩에 나 복잡했던 피렌체는 아수라장을 연상케 할 정도이다. 특히 두오모 앞의 알베로 디 나탈레의 점등식이 시작될 때 사람들의 표정은 천국에 머무는 듯하다. 너 나 할 것 없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축제에 총동원되는 것이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람들의 표정에 감염된 것처럼 흥분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 



그때 두오모 앞에서 카메라에 담은 풍경이 공개되고 있다. 그러나 2020년 12월 풍경은 매우 살벌하다. 그 내용을 나의 브런치 글_함께(Insieme) 기록해 두었다.


서기 2020년 12월 3일 자, 주 이탈리아 한국 대사관에서 날아온 메일에 의하면 주재국 '콘테' 총리의 신규 총리령을 발표했다. 코로니 19 때문에 이동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오는 12월 21일부터 내년 1월 6일까지 각 주(Regione) 간 이동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먼저 12월 25일부터 12월 26일 및 내년 1월 1일 도시(Comune) 간 이동을 금지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성탄절과 신년 축제가 시작되는 날에 도시 간 이동을 금하는 조치다. 아울러 이탈리아 전역 야간시간대(22:00~05:00)에 이동을 금지시키고,  12월 31일(목요일)은 야간 이동 금지 시간대를 연장(22:00~07:00) 조치한다고 발표했다.



해마다 12월이 오시면,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이들처럼 마냥 신나고 들떴던 일들이 2020년 한 해는 조금은 썰렁해진 느낌이 드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에 그림자가 드리운 것이다. 코로나 19 때문이다. 다행히도 이맘때 기록해둔 당시의 풍경이 위안을 준다. 진공상태로 변한 도시에서 집콕을 하다 보니 사람들이 어깨를 부딪치고 발등을 밞아대며 북적대던 그 도시가 슬며시 그리워진다.


Un'ombra sulla città più bella del mondo_FIRENZE
il 06 Dicembre 2020, La Memoria della citta' di Firenze
Foto e Scr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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