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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20. 2020

이런 호박 보신 적 있으세요

-칠레, 산티아고의 아련한 추억 

호박 앞에서..?!!



   어느 날, 파타고니아 여행을 끝마치고 우리는 산티아고에 잠시 둥지를 틀게 됐다. 파타고니아가 너무 좋았던 나머지 아예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살고 싶었던 것이다. 그곳에서 파타고니아를 내 집 드나들 듯 가 보고 싶었던 것. 그래서 지인을 통해 현지 사정을 좀 더 파악한 직후 장기체류 과정의 수속을 밟고 산타아고에 조그만 방을 하나 구했다. 처음에는 지인이 소개해 준 민박집에서 잠시 머물렀지만, 장기체류를 결정한 이후부터는 보다 경제적이고 우리의 실정에 걸맞은 집을 구하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는 산티아고의 우리 교민들이 모여 살고 있는 빠뜨로나또(Patronato, Recoleta Regione etropolitana di Santiago Cile) 근처의 숙소에서 리오 마뽀쵸(Rio Mapocho) 강 건너 빠르게 부스타멘테(Parque Bustamante) 공원 근처의 한 아파트에 방을 구하게 됐다. 파타고니아 여행을 떠났던 두 사람은 어느새 산티아고 시민의 길을 가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금 생각해 봐도 놀라운 사건이자 안데스와 파타고니아의 요정들이 우리를 붙들고 '가지 말라'며 놓아주지 않았던 것이랄까. 



우리는 산티아고에 머무는 동안 집 근처에 위치한 산 크리스토발 공원(Cerro San Cristóbal)과 100년도 더 된 베가 시장(Mercado la Vega)을 거의 매일 오갔다. 산 크리스토발 공원은 아침 산책 때문에 매일 아침 들렀고, 베가 시장은 먹거리 때문에 자주 들렀는데 그곳에는 싱싱한 야채와 과일이 넘쳐났다. 요즘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산 니꼴라 재래시장(Mercato di San Nicola)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규모가 컸다. 서울의 가락시장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그곳에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시민들이 붐비는 곳이었다.


하니와 나는 베가 시장에 들르는 목적이 두 가지였다. 하나는 싸고 싱싱한 과일과 채소 때문이었고, 또 하나는 볼거리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과일과 채소와 닮은 것도 있지만 안데스에서 생산된 것들은 모양도 맛도 특출했다. 당도도 높았고 빛깔도 선명했다. 그중 몇 가지 품목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호박이 그 가운데 눈길을 끌었다. 참고로 본문에 등장하는 호박의 자료사진은 베가 시장에서 서로 다른 날에 촬영된 것으로 호박의 해체 과정은 물론 한 식물의 생애를 관찰하며 담은 것이다. 



호박의 종류와 효능 등에 대해서는 널리 알려진 사실로 남자 사람들보다 여자 사람들이 더 선호하는 식품이다. 어쩌면 여자 사람이 상대적으로 장수하는 데는 이런 이유도 포함되지 않았을까.. 호박은, 특히 늙은 호박은 심근경색의 위험을 낮추고 콜레스테롤의 수치 및 혈압을 안정시키는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암을 예방하고 다이어트에 좋으며 눈의 노화를 늦추는 등 검색만 하면 관련 내용들이 호박의 씨앗만큼 우르르 쏟아진다. 몸의 붓기도 빼주고 변비도 개선하고.. 만병 통치약처럼 이용되는 게 늙은 호박이다. 하니가 좋아하는 식품이자 나도 덩달아 한 입 가득 오물거리는 것이랄까.. 



여자 사람들이 좋아하는 식품 중에 내가 덩달아 좋아하는 식품군 중에 속하는 하나이다. 본문에 등장하는 늙은 호박은 당도도 뛰어날 뿐만 아니라 강도도 매우 뛰어났다. 톱으로 잘라야 가능한 것이며 산티아고 시민들은 시장에 들러 이 호박을 한 두 조각씩 사 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의 관심은 호박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아니라 늙은 호박이 품고 있는 씨앗들이었다. 호박의 새끼였다. 당신이 한 해동안 애지중지 길렀던 새끼들이었다. 우리는 식품으로 여기지만 처지를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기가 막힐 노릇 아닌가.. 누군가의 생명을 위해 희생된 한 운명의 모습이 산티아고 재래시장에서 발견되었으며, 나의 뷰파인더를 감동시킨다. 아니 시켰다..!


La Memoria al mercato della Vega central, Santiago del CILE
il 20 Novem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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