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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Nov 17. 2020

세계 최장 터널 통째로 담다

#9 너무 길었던 별리 여행

난생처음 겪어본 희한한 경험..!!



서기 2020년 10월 26일 월요일 오후, 나는 스위스의 한 호수 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이탈리아로 향했다. 이날 나는 생전 처음 겪는 매우 특별한 경험을 했다. 비가 마구 쏟아지다가 다시 보슬비로 바뀌는 등 하루 종일 우중충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모험이었다. 


초행길의 먼 길.. 그곳도 왕복 3,000킬로미터를 질주했다. 그 시작은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였으며 목적지는 독일 프랑크 푸르트 공항이었다. 요즘 득세를 부리는 코로나 19를 피해 하니를 한국으로 피신시키기 위한 대작전이 감행되고 있었다고나 할까.. 당시 내 기분은 매우 우울한 상태였다. 그때 기분을 관련 브런치에 차창에 비친 스위스의 어느 호숫가라고 썼다.






그땐 혼자 집으로 돌아왔지만.. 코로나가 잦아들고 하니가 다시 돌아오면, 비에 젖어있던 스위스의 어느 호숫가를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 그땐 비도 그쳤을 것이며 우울했던 마음이 사라진 그곳에 새하얀 고니 한 쌍이 유유자적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 때문에 밤이 오시면 정적에 휩싸이는 죽음의 도시 바를레타에서 그날을 꿈꾼다.


우울이 극도에 달했던 날 나는 스위스의 어느 호숫가를 혼자 배회하다 고속도로로 진입한 것이다. 비에 젖은 풍경을 두른 만추의 고속도로는 아름다웠다. 가슴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풍경들이 질주하는 자동차 옆으로 따라다녔다. 하늘도 내 마음을 아셨던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위로의 손길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비가 오시면 더 아름다운 세상.. 비에 젖으면 슬프도록 아름다운 만추의 풍경이 끝없이 나를 따라다녔다. 그러한 잠시 질주하는 자동차 속에서 나는 차창 앞으로 무시로 다가오는 이정표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독일로 갈 때와 다른 길을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때부터 이정표에 목적지를 설정해 두었다. 그곳은 요즘 코로나 19가 극성을 부리는 롬바르디아 주의 주도 밀라노(Milano)였다. 



밀라노는 여러 차례 방문한 적 있고 최근에는 돌로미티 여행을 다녀오면서 친숙해진 도시였다. 물론 밀라노는 내가 별로 선호하지 않는 도시였다. 가까운 지역에 아름다운 호수들이 즐비하지만 이탈리아 어느 지역보다 공기와 물의 오염이 심한 곳이라 여겨지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쩌면 사람들이 들끓는 그곳에 코로나가 창궐할 수 있는 적소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탈리아로 돌아가는 초행길에서 만난 이정표에 새겨진 밀라노는 반가웠다. 



나는 이때부터 이정표만 따라가며 이제나 저제나 알삐(알프스)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는데 어느새 고속도로는 고도를 조금씩 높이며 깊은 계곡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그러한 순간 깊은 계곡 속에 한 마을을 발견하고 잠시 숨을 돌렸다. 



비 오시는 날.. 마을은 침묵이 흘렀고 성당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계곡 너머로 철길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으며 꽤 큰 기차역이 비를 맞고 납작 엎드려 있었다. 자동차가 주차된 곳은 터널 입구였으며 그곳에 화장실이 있었다. 어쩌면 이날 화장실을 이용한 사람은 나 혼자였을 것이다. 겉모습과 달리 내부는 정리되어있었으며 깨끗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잠시 후에 나타날 신비로운 경험을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다. 터널 속을 한 두 번 다닌 것도 아니지만 울적했던 기분은 한순간에 사라지고 있었다. 물안개와 가을비가 계곡을 적신 그곳에 세계 최장거리의 터널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영상을 열어보시면.. 당시 나의 느낌을 공감하게 될까..



세계 최장 터널 통째로 담다




영상 속에 대략 이렇게 기록해 두었다. 영상은 지난 10월 26일 오후 독일 프랑크 푸르트 공항을 다녀오는 길에 만난 터널이다. 스위스를 지나 알프스를 지날 때 만난 세계 최장 터널 갈레리아 스트라달레 델 산 고따르도(La galleria stradale del San Gottardo)로, 편의상 '고따르도 터널'로 부른다. 이 터널은 1970년부터 1980년에 건설된 것으로 길이는 17킬로미터(16,942km)에 육박한다. 



이후 2000년 11월에 건설된 노르웨이의 레르달(Lærdal) 터널에 기록을 넘겨주기 전까지 최장거리의 터널이었다. 레르달 터널은 24.51km였다. 터널 내의 모습을 담은 영상은 대략 14분 분량이었고 차량의 속도는 75~80km/h를 유지했다. 사정상 1분가량은 생략되었으나 편집 없이 터널을 빠져나갈 때까지 기록했다. 마치 블랙홀에 빠져드는 느낌이랄까.. 그 신비로운 느낌 속으로 빠져들어보시기 바란다. (아래는 자료 출처이다)


Galleria stradale del San Gottardo

La galleria stradale del San Gottardo è stata costruita tra il 1970 e il 1980, e collega i villaggi di Göschenen nel canton Uri con Airolo nel canton Ticino. Venne inaugurata il 5 settembre 1980, quando il consigliere federale Hans Hürlimann procedette al taglio del nastro. La galleria rappresenta l'opera principale dell'autostrada A2 tra Basilea e Chiasso. Al momento dell'inaugurazione, con i suoi 16,942 km, era la galleria stradale più lunga del mondo. Ora questo primato spetta al tunnel di Lærdal, della lunghezza di 24,51 km e aperto in Norvegia il 27 novembre 2000.



내가 고따르도 터널로 진입한 이유는 우연한 일이자 행운이 뒤따랐다. 이정표에 쓰인 램프를 보니 그 유명한 고따르도 고갯길(Passo del San Gottardo)이 나타난 것이다. 돌로미티를 두 번 다녀오는 동안 고갯길이 풍기는 묘한 맛도 느꼈지만, 한시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내 마음은 용틀임처럼 길게 이어지는 길이 싫었던 것이다. 나는 이정표에 적힌 밀라노만 보고 직진한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포스트에 실린 흐릿한 자료사진들은, 스위스의 어느 호숫가에서부터 고따르도 터널에 진입하여 다시 휴게소로 들어갈 때까지 담은 풍경이다. 기나긴 터널을 빠져나오는 동안 잠시 나를 괴롭히던 우울한 마음 대부분이 말끔히 지워졌다. 그저 당신에 대한 그리움만 남았을 뿐이었다. 참 희한한 경험이었다. 



터널을 통과하기 전과 후의 공간에 특별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나를 블랙홀(?)로 끌어들인 경우의 수 때문에 울적한 마음이 먼지 털 듯 사라진 것이다. 한 때 세계 최장의 명성을 날린 고따르도 터널을 통과할 때까지 걸린 시간 대략 14분 정도이지만, 이어서 자료사진을 편집해 놓았다. 마음이 울적할 때.. 혹은 그런 기분이 들 때 인내심을 가지고 영상을 열어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영상을 끝까지 시청해 주신 분들.. 복 받으실 게 틀림없다. ^^


Un viaggio di addio troppo lungo_verso alla Germania
il 16 Novem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U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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