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의 고도 피렌체 뒷이야기 코로나 저리 가라
장미를 취하려면 가시까지 사랑해야겠지..?!!
죽기 전에 단 한 번만이라도 살아보고 싶었던 르네상스의 고도 피렌체.. 하니와 나는 이 도시에 살아보고 싶어서 꽤 많은 시간과 비용과 노력을 들였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이탈리아어를 배우게 된 동기도 그러했다. 피렌체는 우리에게 꿈의 도시였다. 세상 수많은 나라의 도시 가운데 피렌체가 우리를 유혹한 이유를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지금은 코로나 19 때문에 인적이 뚝 끊겼지만, 해마다 수백만 인파가 전 세계로부터 몰려드는 지구촌의 명소.. 이곳에 발을 디디면, 그 어디든지 손만 대는 즉시 이야기가 와르르 쏟아지는 곳이다. 도시의 구석구석은 여전히 르네상스 시대의 이야기가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는 것. 사람들이 피렌체를 방문하면 약속이나 한 듯 맨 먼저 방문하는 곳이 미켈란젤로 광장(Piazzale Michelangelo)이다.
그곳에 가면 천년고도 피렌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것은 물론 일몰이 장관이다. 이때, 오래된 도시 가운데로 흐르는 아르노 강(Fiumex Arno)은 황금빛으로 변하고, 수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뽄떼 베끼오(il Ponte Vecchio) 다리는 다시 사람들을 유혹한다. 그곳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히틀러가 유일하게 폭격을 금한 장소이기도 하다.
우리는 두 해 전 겨울, 피렌체 시내 중심에서 천천히 미켈란젤로 광장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이날도 피렌체의 일몰을 보러 갈 겸 산책 겸 집을 나섰다. 우리가 살고 있던 집은 매디치가의 무덤으로 불리는 까뻴레 메디치(Cappelle Medicee) 바로 코 앞에 있었으므로, 동선은 시내를 가로질러 뽄떼 베끼오 다리를 지나 다시 장미 정원(Giardino delle Rose)까지 가야 했다.
그런 다음 그곳에서 조금만 발품을 더 팔면 미켈란젤로 광장에 도달하는 것이다. 해 질 녘 그곳은 북새통을 이룬다. 피렌체를 찾은 사람들이 광장 한쪽에 마련된 계단에 앉아 일몰에 비친 고도와 황홀한 일몰을 구경하기 위해 모여든 것이다. 아마도.. 피렌체를 찾은 관광객들 다수는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리 또한 그랬으니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그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냥 지나치는 관광객이 아니라 이곳에서 살고 있었다는 점이다. 대체로 피렌체를 방문한 사람들은 짧게는 1박 2일, 조금 길어봤자 사흘 아니면 일주일이 전부였다. 그들의 일정표에 그렇게 적힌 것이랄까.. 이렇게 피렌체의 겉모습만 보고 가신 분들은 커뮤니티에 등장하는 피렌체의 한 단면 혹은 예찬론에 합세하게 된다. 거기에는 인문학자들까지 가세한다.
르네상스의 고도 피렌체에 열광하며 삶의 지표처럼 광고를 하고 나서는 것이다. 인문학이 '다 잘 먹고 잘 살자'는 취지의 학문일 텐데.. 그들의 표정을 살펴보면 매우 중요한 한 부분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를 테면 장미를 사랑하면서 가시는 취하지 않는 듯한 풍경인 것이다. 이 도시의 긍정적인 부문만 취하고 떠들어대면서 정작 알아야 할 역사적 진실 혹은 실체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무는 것이다.
매사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역사를 외면하면 장차 당신이 쌓은 업적 등은 사상루각에 그치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이 포스트는 장미를 취할 때 반드시 함께 가져가야 할 가시를 보여드리고 싶은 것이다. 내게 피렌체는 그런 도시였다. 인류문화사를 돌아볼 때 이 같은 도시도 없었거니와 인류가 지닌 최고의 가치가 이곳에서 발현되었던 것이다.
나는 불세출의 예술가 미켈란젤로를 사랑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당신을 키워준 것은 메디치 가문이었다. 이 도시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사전 지식에 따라 이 가문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것. 그러나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메디치의 뒷이야기에 대해서 말을 아끼거나 모른 체 하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메디치 가문은 1400년대 피렌체 공국을 지배한 자들로 은행업으로 유명한 가문이었는데.. 권력과 예술에 집착했다고 전한다. 역사학자들도 인문학자들처럼 포장술에 능했던지 두루뭉술 얼렁뚱땅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하는 것이다. 은행업으로 유명한 가문을 한 발짝 더 들어가면 오늘날 케피털(capital))의 전신이었다. 요걸 한 발짝 더 들어가면 이자놀이를 하는 사채업자라는 말이다.
어떤 은행이 그저 돈을 빌려주겠는가.. 또 어떻게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겠는가. 다시 한 발짝 더 들어가 볼까.. 우리가 잘 아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이라는 책에서 재미있는 듯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줄거리를 대략 살펴보면..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는 친구 바사니오로부터 벨몬트에 사는 포샤에게 구혼을 하기 위한 여비를 마련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리고 가지고 있던 배를 담보로 유대인 고리대금 업자 샤일록으로부터 돈을 빌리게 된다. 이때 돈을 갚지 못하면 당신의 살 1파운드를 제공한다는 증서를 써 준다. (아무튼..) 돈을 갚지 못할 형편에 처한 상인은 베니스 법정에 서게 되고 남장을 한 포샤가 이 법정의 재판관이 되어 판결을 내린다. 이때 판결 "살 1파운드를 떼내어 가는 대신 피를 한 방울이라도 흘려서는 안 된다"라는 걸 아는 사람은 다 안다.
피렌체를 지배한 메디치 가문은 샤일록의 후예들이었을까.. 피렌체를 방문한 사람들이 미켈란젤로 광장 한 모퉁이 계단에 앉아 일몰을 즐기고 있을 때, 그들의 유물과 무덤이 있는 까뻴레 매디치에는 인적이 드물 뿐만 아니라, 이 도시를 찾는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메시아를 그들 스스로 죽인 유대인들은 장차 종족 대부분이 몰살당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나치의 히틀러가 손도 안 대고 코를 푸는 고리대금 업자를 증오했기 때문이며 이때 남겨진 기록이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 - La lista di Schindler)였다.
서기 2020년 12월 현재, 사람들은 코로나 19 때문에 몸서리치지만 피렌체에 드리워진 뒷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코로나는 시쳇말로 쨉도 안 되는 '저리 가라' 수준이다. 사정이 대략 이러한데 피렌체를 향해 인문학 운운하면 고리대금업을 따라 배우라는 말인가. 아니면 르네상스만 취하란 말인가. (나도 헷갈려..!ㅜ) 그래서 장미를 취하려면 가시까지 사랑해야겠지..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피렌체는 텅 비었다고 한다. 설령 몇몇 관광객들이 방문한다고 해도 당분간은 예전의 명성을 찾지 못할 것이다. 하루빨리 그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한다.
La storia scuro della citta di Firenze_La famiglia Medici
il 12 Dicem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