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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08. 2020

이탈리아 남부 성탄 트리 점등 현장

-갑자기 떠들썩한 우리 동네 바를레타

성탄절이 기다려지시나요..?!!


   

   서기 2020년 12월 7일 저녁 6시경,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알베로 디 나탈레(L'albero di Natale_성탄 트리)가 점등되어 장관을 이루었다. 코로나 시대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곧 다가올 성탄 분위기에 마냥 들떠있는 모습이다. 성탄 트리는 방역당국의 지침 등에 따라 저녁 10시만 되면 일제히 꺼지며 정적 속으로 빠져든다. 영상은 바를레타 시내 중심 서너 곳의 풍경이다. 그 현장을 사진과 영상에 담았다.



영상, 이탈리아 남부 성탄 트리 점등 현장





갑자기 떠들썩한 우리 동네 바를레타


내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에 속한 곳이고, 이탈리아 반도를 장화에 비교했을 때 뒤꿈치 바로 아래 위치해 있다. 바를레타의 이름을 사용한 것은 1503년부터이며, 그해 2월 13일 아침 13명의 이탈리아 기사들과 스페인 기사들 사이에 충돌이 일어났다. 이 싸움은 이탈리아인들의 승리로 끝났다. 그때부터 이 도시는 라 디스퓌다 디 바를레타(La Disfida di Barletta)로 불리게 되었다. 스페인 기사들의 조롱으로 시작된 싸움이 마침내 새로운 도시를 탄생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러한 관련 내용 등은 나의 브런치에 짬짬이 기록해 두었다. 성탄 트리 점등에 앞서 바를레타의 정체성을 잠시 살펴본 건 아드리아해에 면한 이 도시를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함이다. 바를레타는 한 때 번성한 항구도시였는데 당시 이곳 사람들은 무역 등을 통해 부를 누리고 있었다. 그 흔적이 구도시 전역에 묻어나는 것이다. 



바를레타는 세 개의 현(provincia di Barletta-Andria-Trani in Puglia)이 하나로 묶여 있는데 각각의 도시 인구는 대략 10만 명이며 세 개 현의 인구는 30만 명 이상에 달한다. 이 도시는 인근의 안드리아의 대리석 광산(지하)에서 채굴된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있다. 



아마도 이탈리아 전체를 통틀어도 이 같은 도시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구도시는 보다 구체적으로 두 부류로 나뉘어 있는데 부자들이 살고 있었던 거리는 검은 대리석으로 포장되어 있다. 나머지는 일반 대리석으로 포장됐고, 구도시 대부분의 집들 또한 대리석으로 지어졌다. 내가 이 도시를 '아드리아해의 보석'으로 부르는 이유이다. 



이 도시의 상징은 에라끌리오(Eraclio)로 부르는 꼴로쏘 디 바를레타(Colosso di Barletta)이다. 그는 본문에 등장하는 자료사진에 십자가를 들고 있는 동상이다. 이곳 시민들과 17세기 예수회의 기록에 따르면 그는 1204년 콘스탄티노플의 자루( il sacco di Costantinopoli)에서 베네치아 인들이 이 폴립보스에 의해 만들어진 꼴로세오를 제거하기를 원했다. 종교적인 문제로 보인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탈리아 남부는 신앙심 깊은 기독교인들로 이루어진 반면 중북부는 기독교가 전파되지 못했거나 미미한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랄까.. 그는 배에 실려 바를레타로 향해 항해하던 중 폭풍을 만나 버려지게 되었는데 누구인가 그를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때 충격으로 두 다리를 잃었는데 두 다리는 고증에 따라 복원된 것이라 한다. 



현재 그가 서 있는 장소는 바를레타 중심의 꼬르소 쥬셉뻬 가리발디(Corso Giuseppe Garibaldi) 거리 바로 옆의 바실리까 델 산토 세뽈끄로(Basilica del Santo Sepolcro) 성당 앞에 십자가를 들고 서 있다. 이들의 전설에 따르면 복원된 그의 다리를 만지면 행운이 온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습관처럼 그의 발등을 만지거나 입을 맞춘다. 행운을 염원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두 발등과 다리는 늘 반들거린다.



이날 성찬 트리가 점등되는 현장에는 모처럼 사람들의 활기가 느껴졌다. 사람들이 떠들썩 왁자지껄 모처럼 사람 사는 세상의 분위기가 이어진 것이다. 그런데 여느 때와 달리 사람들의 얼굴은 모두 마스크에 가려져있었다. 코로나 19가 만든 새로운 풍속도가 성탄을 앞둔 도시에 묻어나는 것이다. 



참 아쉬운 부분이었지만 사람들의 떠들썩한 분위기 만으로 시민들의 행복한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나 또한 다를 수 없었다. 바를레타 중심을 한 바퀴 도는 시간은 대략 1시간이면 족하다. 그동안 코로나 19를 잠시 잊고 덩달아 행복해하는 것이다. 



아마도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밥보 나탈레(Babbo Natale_산타 할아버지)를 기리는 것 이상으로, 코로나가 하루빨리 사라져 주길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코로나 시대 어느 날 갑자기 도시가 떠들썩해진 이유가 아닐까.. 성탄 트리 점등 축제는 저녁이 되면서 다시 정적 속으로 사라졌고, 도시를 화려하게 빛나게 하던 불빛도 동시에 꺼졌다. 하지만 당분간 환하게 켜진 불빛 아래는 여전히 사람들이 붐빌 것이다. 그런 반면에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슬며시 고개를 쳐든 하루였다. 이탈리아에서는 '메리 크리스마스' 혹은 '성탄 축하'를 부온 나딸레라 부른다. BUON NATALE..!! ^^


L'albero di Natale è stato acceso oggi_BUON NATALE
il 08 Dicem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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