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16. 2020

꽃이 된 그녀와 깨시민

#27 돌로미티, 9월에 만난 첫눈

우리는 언제쯤 꽃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우리가 어느 날 돌로미티에서 만난 첫눈에도 당시의 습관이 고스란히 묻어있었다. 자동차 뒷 트렁크를 열어 등산화를 준비하고 배낭에 간단한 음료와 먹거리를 준비하는 동안 하니는 어느새 저만치 떠나고 있었다. 마무리가 끝나면 금방 따라올 게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한들.. 잠시 잠깐도 못 기다리고 출발한단 말인가..(웃겨요. 욱껴!!ㅋ)

그녀가 저만치 앞서간 뒤로 지난가을의 흔적과 우리들의 추억이 오롯이 고개를 내밀었다. 


-(아이들은 너무 좋아하면서)와 <~~ 아저씨다. 숙모는 금방 지나가쪄요.. 안녕하세요? ^^

-너무 반갑구나. 아이들아..! ^^

-그런데 아저씨.. 우리 다시 만나려면 겨울이 지나고 봄까지 더 지나야 해요. 흑흑  

-그렇구나.. 울지 마라 아가야. 그때 다시 만나면 돼지.. 뚝!


첫눈은 또 다른 별리를 잉태하고 있었다. 첫눈의 마법은 그렇게 우리 곁으로 왔다가 이번에는 서울로 돌아온 것이다. 하니와 첫눈의 설렘 속에 아름다운 기다림의 시간이 다가왔다.


지난 여정 서울 첫눈과 돌로미티 첫눈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첫눈의 설렘과 돌로미티에서 만난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대략 나흘 전(13일)의 일이다. 세상은 늘 행복하란 법도 없고 불행만 가득한 것도 아니었는지..



꽃이 된 그녀와 깨시민




이틀 전(15일 현지시간), 대한민국에서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현직 검찰총장이 법무부 징계위원회로부터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은 것이다. 깨시민(깨어있는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해임을 기대했던 그분들은 급 절망하는 모습이었다. 한국시간으로 밤새워 새벽 4시가 넘어서 발표된 징계 수위 때문에 나 또한 하루 종일 컴 앞에서 깨시민 들을 응원했다. 허탈했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잠이 오질 않았다. 분함 마음이 여전히 남아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다지 분할 이유도 없었다. 문재인 정부의 추미애 법무장관이 진두지휘한 결과물은 장차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게 분명했다. 겉으로는 너무 가벼워 보이는 정직 2개월의 의미는 컸다. 징계위원회가 구성되고 징계가 결정되는 시간은 대략 20일이 지났다. 



이 기간 동안 윤석열은 물론 정치검찰의 민낯이 낱낱이 세상에 공개됐다. 아울러 그동안 정치검찰과 국민의 힘당 및 수구 보수 언론(조중동 등)의 낯 뜨거운 카르텔이 발가벗긴 채 깨시민들에게 드러났다. 정직 2개월에 드러난 정치검찰의 모습은 법무부 외청의 일개 공무원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며, 제 식구 감싸기 및 검사동일체 운운하는 집단의 짜고 치기 식 수사와 기소가 가져다준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조국 전 법무장관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이 흘려준 정보를 언론이 퍼뜨리고 언론에 유출된 사건을 수사하는 검언유착의 모습 또한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아마도 이 같은 자산은 곧 공수처가 출범되면서 검찰개혁은 물론 언론개혁에 큰 힘을 실어줄 것이다. 그동안 얼굴을 감추고 숨어있던 적폐 세력들이 민낯을 드러낸 만큼, 최소한 지난 70년 동안 우리 민족을 괴롭혀왔던 이른바 기득권 세력을 일망타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랄까..



이런 기회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게 아니란 걸 다 안다. 깨시민들의 응원 덕분에 여기까지 와 있는 것이며, 곧 공수처가 출범되면 우리 민족을 괴롭혀 왔던 세력들은 물론 잘 못된 정부 시스템과 법 정비로 지구촌 최고의 선진국으로 도약하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뒤에 따라다니던 정치 후진국이라는 꼬리표를 떼 낼 때 비로소 초고도의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할 게 틀림없다. 그때 검찰개혁의 선봉에 섰던 추다르크와 깨시민 들은 대한민국의 꽃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그때를 생각하니 다시 가슴이 설렌다. 


코로나 19가 창궐하면서 국민적 우울이 극도에 달한 날, 우리는 다시 희망찬 미래를 보고 있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한 줌도 안 되는 세력이자 코로나바이러스만도 못한 인면수심의 세력들이 정치검찰 뒤에 숨어 우리 민족을 괴롭혀 온 것을 상기하면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역사적인 날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서기 2020년 12월 16일,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 아침이 밝아오고 있다. 사진첩을 열어 놓고 평상심을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간밤에는 악몽을 꾼 듯했지만 아침이 밝아오자 돌로미티의 신선한 기운이 전해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니와 내가 돌로미티의 빠쏘 디 지아우(Passo di Giau)의 한 능선에 도착했을 때는 간간히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백설기 떡고물을 흩뿌려 놓은 듯한 능선은 지난여름에 만났던 추억을 살포시 덮고 있었다. 이때가 가을이었으므로 새하얀 눈 속에 가을이 숨죽인 채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어쩌면 비단결에 싸인 것 같기도 한 그 모습을 보니 절로 기분이 좋아지며 행복해지는 것이다. 하니는 지난여름에 우리가 걸었던 곳을 향해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그땐 샤파란 초원으로 덮인 능선이었지만 지금은 첫눈이 오시면서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저만치 능선 위에 전령사 두 마리가 진눈깨비를 맞으며 고갯마루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들도 지난가을을 추억하고 있는 것일까..



저만치 앞서가던 하니가 최초 목적지에 먼저 도착한 이후 아이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저 능선 위에 서면 우리의 존재감은 대자연의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며,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리어 먼 길을 무작정 트래킹 한 일이 단박에 겹칠 것이다. 풀꽃들이 첫눈에 덮인 채 숨을 죽이고 있는 동안 능선에 서 있는 그녀가 꽃으로 보였다. 엄동설한을 이겨내고 꽃잎 하나를 피워낸 여자 사람..



그녀가 서 있는 자리에 다가서자 천 길 낭떠러지 위로 새 한 마리가 비행을 한다. 천지신명의 한 조각.. 그는 우리가 다시 이곳에 왔음을 돌로미티 신에게 고하러 급히 날아가는 것. 자료사진 왼쪽으로 우리가 넘었던 길이 오롯이 새겨져 있다. 그 장면을 좀 더 자세히 보면 이러하다.



천 길 낭떠러지 위에서 바라본 저 길 너머에 지난여름의 우리의 추억이 숨어있는 것이다. 



보고 또 보고 다시 봐도 아름다운 추억이 어느 날 꽃으로 다가오시는 것이다. 세상의 오묘한 조화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행불행은 늘 그런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었지..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꼼짝달싹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하늘의 별이 떨어지기를 기다려는 곤란할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던가.. 



무슨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 그저 된 게 아니다. 깨시민들의 노력이 없었으면 우리 사회는 보다 힘들 것이며, 어둠의 세력들에 의한 밥이 되고야 말 것이다. 하니를 깨시민들과 함께 꽃으로 비교해 본 것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신 앞에 놓인 숙제를 미루지 않았을 때 당신이 꿈꾸는 진정한 세계가 눈앞에 도래할 것이다. 



나는 능선 위에서 우리가 지나온 고갯길을 내려다보며 다시 고갯마루에 우뚝 서있는 거대한 봉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 먼 나라에서 바라본 내 조국 대한민국의 위상이 곧 이렇게 바뀔 것이라 생각하니 다시금 설레는 것이다. 



이 모두 깨시민들 덕분이자 추다르크의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이 빚어낸 결실이 아닌가 싶다. 참 잘하셨다. 깨시민 들이여 추다르크여..!!


La prima neve sulle Dolomiti in Septtembre_Passo Giau
il Nostro Viaggio Italia settentrionale con mia moglie
il 16 Dicem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서울 첫눈과 돌로미티 첫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