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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18. 2020

그녀가 아름다울 때

#44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사람이 꽃 보다 아름다울 수 있을까..?!!



사노라면 우리가 원했던 일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전혀 원치 않았던 일이 동시에 일어나기도 한다. 옛사람들은 그러한 일을 세상만사 새옹지마(世上萬事 塞翁之馬)라 불렀다. 오늘 잘 못된 것처럼 보인 일도 언제인가 다시 행운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란다.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해당되는 말이 아닐까.. 
대자연 속의 우리는 날마다 꿈을 꾼다. 그 꿈들은 사람마다 서로 다를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날 당신이 돌로미티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대자연의 오묘한 조화에 눈 뜨는 순간부터 세상을 향한 잣대가 달라질 게 분명하다. 


세상은 꿈꾸는 자의 몫이며, 이를 실천하는 자의 천국이다! 


지난 여정 세상만사 잊게 된다 코로나까지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정말 세상은 꿈꾸는 자의 몫일까.. 싶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눈여겨봐야 할 게 있다. 크던 작던 당신이 목표한 것을 실행에 옮겼는지 살펴보는 일이다. 아울러 그 꿈이 이웃에 민폐를 끼치지는 않았는지도 동시에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요즘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검찰개혁의 대상자들을 보면 아찔하다. 그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집단으로 그 어떤 짓을 저질러도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 대통령은 그저 법적인 지위 하나로 생각하는 것이자 국민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인면수심의 사람들. 그들의 머릿속에는 오직 법 밖에 없고 인성이란 찾아볼 수 없는 외눈박이들이며 깡패집단이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법부의 판사는 물론 법학자들까지 이들이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날 선 칼 때문에 눈치를 보는 세상이 됐다. 그들 상관인 법무장관을 함부로 털거나 대통령까지 벼랑 끝까지 몰아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데 그 누군들 무서울까. 고삐 풀린 망아지이자 제동장치 없는 기관차처럼 70년의 세월을 달려온 것이다. 


나는 이탈리아에 둥지를 틀면서부터 내 조국에 대한 시사문제를 접어두려고 했다. 이제 더는 내 삶을 더 소비할만한 여력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러하다 치더라도 나의 관심이 안으로 굽지 않고 늘 바깥으로 굽어있다면 누군가 불행해질 게 틀림없는 것이다. 그 귀한 시간을 깡패 패거리들과 싸우며 소비한다고 생각하면 서글프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시민들은 새날이 오기를 학수고대하며 조폭과 깡패집단으로 변한 이들 적폐 세력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이유 등으로 깨시민들에게 빚진 마음으로 성스럽기 짝이 없어야 할 우리네 삶의 기록에 대한민국의 현재 모습을 잠시 돌아보는 것이다. 


세상이 꿈꾸는 자의 몫이 되려면.. 꿈꾸는 자의 천국이 되려면.. 나의 주변부터 정리해야 비로소 첫발을 디딜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집 앞에 널브러진 쓰레기들을 누가 치워주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여러분들에게 돌로미티 여행기 등 나의 브런치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풍경들이 잠시나마 위안거리가 되었으면 싶다. 



그녀가 아름다울 때




이제 하산해야 할 때.. 하니와 나는 우리가 올라왔던 벼랑 끄트머리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까마득했다. 하니는 이때부터 겁을 먹었다. 정상으로 올라올 때 포기하려 했던 마음이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있었던 것이다. 나 또한 긴장되기는 매한가지였다.  



정신 바짝 차려야 했다. 만에 하나 실수라도 한다면 천하절경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산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익히 아는 사실이지만 하산할 때가 위험하다는 것을 안다. 이미 체력은 소진된 상태이자 다리에 실리는 하중까지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이때부터 카메라는 무용지물로 변했다. 



하산길의 표정은 이랬다. 깎아지른 절벽을 내가 먼저 이동한 다음 하니는 뒷걸음질로 내려오게 했다. 하니가 한 걸음을 아래로 옮길 때마다 당신이 디딘 발을 손으로 받쳐 미끄러지지 않게 했다. 하니의 발이 후들후들 떨리고 있었다. 



그렇게 한 발자국씩 아래로 옮기는 시간은 꽤나 길었다. 두 사람이 지나다닐 수 없는 좁은 통로였으므로.. 그동안 벼랑길을 오르내리던 사람들은 기다려주었다. 그리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도움의 손길까지 내밀었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내미는 손.. 사람이 꽃 보다 아름다울 수 있다면 이런 경우의 수가 아닐까.. 


하니의 뒤편 오른쪽으로 돌로미티의 만년설이 놀라운 표정을 짓고 있다. (대단해요..! ^^)


그런가 하면 당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사람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니는 마침내 역경을 견디고 통과하며 벼랑길 탈출에 성공했다. 정말 마음 졸인 여정이었으며 위험천만한 코스였다. 저만치 앞서 걷는 하니는 도중에 긴바지를 벗고 반바지로 갈아입었다. 얼마나 긴장했는지 온 몸이 땀에 젖은 것이다. 



그녀의 손에는 여전히 나무 작대기 두 개가 들려있고, 내 손에 들려있던 나무 작대기 하나는 벼랑길에서 하니를 떠받치는 동안 거추장스러워서 버리고 왔다. 하니를 지탱해주는 것은 여전히 나무 작대기였다. 



그렇지만 그 보다 그녀를 지탱해 온 것은 당신과의 약속을 천금처럼 여기는 한 사람이었다. 당신 입으로 내뱉은 말은 어떤 일이 있어도 지키고야 마는 것이다. 많이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는 그런 그녀의 속 사람이 너무 아름다운 것이다. (물론 청춘 때는 한 미모 했지 ㅋ) 아마도 사람이 꽃 보다 아름다우려면 이런 모습 때문이 아닐까.. 



그동안 돌로미티 여행기를 응원해 주신 분들은 알 것이다. 우리는 어느새 돌로미티 노랑꽃양귀비가 자생하는 지역까지 하산하고 있는 것이다. 정상을 향해 올라갈 때 잘 몰랐던 피곤이 금세 엄습하여 가끔씩 쉬기도 하고 계곡 틈 사이로 졸졸 흐르는 물을 받아마시며 물통에 담기도 했다. 정말 꿀맛 같은 물이었다. 



돌로미티 여행기를 끼적거리면서 꼭 언급하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글을 쓰는 현재 하니는 코로나 19를 피해 한국에 가 있다. 이탈리아의 코로나 성적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기 직전에 한국으로 도피한 것이다. 오늘자(17일, 현지시각) 이탈리아의 감염자 수는 18,236 명이고 사망자 수는 683명이다. 한국은 비교 조차 할 수 없다. 



같은 시각 한국의 코로나 성적표는 현재까지 총 감염자 수가 46,453명이고 사망자 수는 634명이다. 이탈리아 총 감염자 수 324,940명과 사망자 수 8,475명이므로 이탈리아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나쁜 사람들이 있다. 절대 현혹되지 마시기 바란다. 이탈리아도 현재 적색경보가 해제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두기를 잘하고 있는 모습이다. 처음에는 불편해하던 게 어느덧 습관이 된 것이랄까.. 



한국에 머무는 하니는 여전히 돌로미티를 그리워하고 있다. 그중 당신이 마신 물과 공기를 차마 잊지 못하는 것이다. 이곳 돌로미티의 리푸지오 삐쉬아두는 물론 19박 20일 동안 싸돌아 다녀도 피곤을 느끼지 못한 일등공신이 물과 공기로 여기는 것이다. 참 희한한 경험이었다.



벼랑길을 내려올 때 후덜덜 공포에 떨던 하니가 어디서 힘이 솟았는지 저만치 앞서 걷고 있다. 



돌로미티 알타 바디아(Alta badia)의 리푸지오 삐쉬아두(Rifugio Pisciadu')로 가는 2번 루트 표시 아래 앙증맞은 풀꽃들이 얼굴을 내밀고 손을 흔든다. 정상으로 오를 때 만나지 못한 녀석들이 하산 길에 나타난 것이다. 



-(고사리 손을 흔들며) ㅋ 삼촌 안녕히 가세요. 그리고 숙모두요..! ^^

-그래, 고맙구나 아가들아.. 너희들도 늘 건강해야 해..!! ^^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dall'8 al 28 Agosto 2020
Scritto_il 17 Dicembr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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