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21. 2020

저만치 앞서 가는 님 뒤로

#47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풀꽃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전란과 극심한 정치적 혼란이 되풀이되는 시대에 살았던 사람이 어느 날 도피처를 택한 곳이 하필이면 이탈리아의 돌로미티였다면 어떠했을까.. 그가 본 비경은 무릉도원을 쏙 빼닮았는데 기록 수단이 전무한 것이다. 그런 시대에 살았다면.. 누구에게 당신이 본 사실을 입으로 입으로 전달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 19가 득세하지 못했던 때이므로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는 없지.. ㅋ 


"(어쩌고 저쩌고 미주알고주알).. 그런 곳이야!! "

"에이 뭐, 그런 데가 다 있을라고.. 뻥이지..ㅜ"


그나마 여기까지는 용서될 것이다. 그런데 그곳에 가면 상상밖의 일이 현실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갸우뚱) 흠.. 그게 뭔데..?

-응.. 그곳에 가면 꽃을 닮은 아이들이 마중을 나오고 배웅도 한다는 거 있지..!! ^^


아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하니가 저만치 앞서 걷고 있다. 


지난 여정 하산길, 배웅 나온 아이들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세상은 마음먹기에 달렸고 생각하기에 달렸다고 한다. 우리가 평소에 늘 학습한 내용들이 전부라면 예술이 발 부칠 자리는 있을까.. 리푸지오 삐쉬아두 하산길에는 풀꽃들이 따라나섰으며 우리를 향해 배웅을 하고 있는 것이다. 풀꽃들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서기 2020년 12월 21일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컴을 켜고 사진첩을 열어보니 맨 먼저 나를 반겨주는 풍경은 두 가지였다. 하니와 야생화.. 그리고 국내 소식을 열어보니 그곳에는 코로나 19에 관한 얼토당토 하지 않는 보도가 있었다. 먼저 야당과 수구 보수언론이 정부 보건당국을 흠집 내려는 질 나쁜 시도를 언급하고자 한다. 코로나 백신 문제 문제였으며 정부가 서두르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관련 자료를 검색한 즉시 대한민국의 방역(K방역)이 최소한 OECD 45개 국가 중에서 2위로 나타났다. 1위는 뉴질랜드였다. 주지하다시피 뉴질랜드는 5대양 6대주에서 동떨어진 지역이자 인구밀도는 한국과 비교 조차 안 되는 나라이다. 참고로 한국의 인구밀도는 505.1명 / ㎢ (세계 12위)이며, 뉴질랜드는 15명 / ㎢이다. 국민의 알 권리와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언론이 야당과 한편이 되어 있는 나쁜 풍경이다. 



가짜 뉴스를 생산하기 전에 기본적으로 이런 정도는 알아야 했다. K방역은 단연코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 청정국가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오늘자(현지시각) 유럽의 코로나 사망자 수는 169만 명(+13,289)에 달하고 이틀 전에 비해 1만 3천 여명이 늘어났다. 미국은 31.8만 명을 기록 중이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유명 제약회사들은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가 보다 심각한 미국에서는 조기 접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백신의 부작용까지 나타났다. 


그런데 이 같은 사실 등에 대해 입을 다문채 백신 타령을 늘어놓는다. 두 말할 것도 없다. 정부 보건당국은 그들에게 맨 먼저 백신 주사 혜택을 부여하시기 바란다. 참고로 오늘자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의 총 사망자 수는 68,447명이다. 한국 코로나 사망자 수는 현재 674명이다. 야당과 수구 보수언론 등은 국민들을 바보로 여기며 선동하는 짓을 즉각 멈추어야 한다. 



저만치 앞서 걷는 님 뒤로




하니는 저만치 앞서 걷고 있는데 그녀가 다녀간 길 옆으로 풀꽃들이 자지러진다. 산행의 하산길은 녹초가 된다는 것을 산을 다녀본 사람은 안다. 산을 오를 때는 몰랐던 피곤이 하산길에 갑자기 몰려드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산을 찾게 되고 또 가게 되고.. 참 희한한 일이다. 세상의 힘든 일을 아무 말없이 산이 보듬어 주지 않는다면 산에는 왜 갈까..



돌로미티는 그저 산을 내주는 것도 모자라 어디를 가도 야생화를 내놓고 당신을 찾은 여행자를 반겨주는 것이다. 그녀가 저만치 멀어졌을 때 그림자처럼 그녀 뒤를 따라가는 야생화와 남자 1인.. 내가 좋아하는 가수 노사연 씨의 노랫말이 이를 부추겨 준다. 



저만치 앞서가는 님 뒤로

그림자 길게 드린 밤

님의 그림자 밟으려 하니

서러움이 가슴에 이네

님은 나의 마음 헤아릴까

별만 해듯거린 밤

휘훵한 달빛 아래 님 뒤로

긴 그림자 밟을 날 없네



달밤도 아닌 벌건 대낮 오후에 어울리지 않을 듯 어울리는 노래 가사는 코로나 시대와 많이 닮아있다.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 깃든 죽음의 그림자를 누군들 피할 수 있으리오. 지난여름으로 시간을 거꾸로 돌려보니 우리의 자취가 그림자처럼 돌로미티의 어는 산자락에 오롯이 묻어나고 있는 것. 



너무 흔했던지 얼렁뚱땅 돌로미티의 야생화로 덮어버린 풀꽃들 중에서 앙증맞게 모여 하얀 꽃잎을 낸 꽃(Sassifraga di burser)도 있었다. 이들은 돌로미티의 작은 꽃(Fiori delle Piccole Dolomiti)이란 이름표를 동시에 달고 있었다. 



그들은 어느덧 가을 문턱에 서서 곧 다가올 겨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하산길 곳곳에서 다시 만난 발그레한 녀석들도 돌로미티를 빛내는 야생화였다.



돌로미티 여행 끝까지 졸졸 따라다녔던 녀석들도 있었다. 건드리면 톡 터질 것 같은 주머니를 가진 특별한 녀석들.. 늘 뷰파인더를 유혹한 소박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야생화였다. 하니는 저만치 앞서 걷다가 가던 길을 멈추고 아이폰을 끄집어내어, 당신을 따라나선 예쁜 아이들을 카메라에 담곤 했다.(영상 참조)



하산길에 접어들면서 우리 쉼터가 있는 빠쏘 가르네나(Passo gardena) 고갯길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우리는 저 길을 몇 번이나 오르내렸던가.. 그녀가 저만치 앞서 간 뒤로 풀꽃들이 씨앗을 맺고 있었다. 이들에게 돌로미티는 대략 3개월의 시한부 삶을 보장하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꽃들이 여행자 뒤에 오롯이 남겨진 것이다. 저만치 앞서 가는 님 뒤로..!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은 계속된다.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dall'8 al 28 Agosto 2020
Scritto_il 21 Dicembr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하산길, 배웅 나온 아이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