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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26. 2020

다음은 다음일 뿐

#48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우리에게 다음은 어떤 의미일까..?!!



돌로미티 여행 끝까지 졸졸 따라다녔던 녀석들도 있었다. 건드리면 톡 터질 것 같은 주머니를 가진 특별한 녀석들.. 늘 뷰파인더를 유혹한 소박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야생화였다. 하니는 저만치 앞서 걷다가 가던 길을 멈추고 아이폰을 끄집어내어, 당신을 따라나선 예쁜 아이들을 카메라에 담곤 했다.



하산길에 접어들면서 우리 쉼터가 있는 빠쏘 가르데나(Passo gardena) 고갯길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우리는 저 길을 몇 번이나 오르내렸던가.. 그녀가 저만치 앞서 간 뒤로 풀꽃들이 씨앗을 맺고 있었다. 이들에게 돌로미티는 대략 3개월의 시한부 삶을 보장하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꽃들이 여행자 뒤에 오롯이 남겨진 것이다. 저만치 앞서 가는 님 뒤로..! 


지난 여정 저만치 앞서 가는 님 뒤로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나는 하산길을 따라나선 돌로미티의 야생화에 한눈이 팔려있었다. 그들과 작별의 시간이 점차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다음에 다시 또 이들을 볼 수 있을까..



다음은 다음일 뿐




   서기 2020년 12월 25일(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하루 종일 조용했다. 저녁이 되면서 도시는 간간이 들리는 자동차 소리를 제외하면 침묵에 쌓였다. 이곳 사람들은 성탄절을 기족과 함께 지나면서 특별한 볼 일이 없는 한 외출을 삼가는 것이다. 




여기에 한몫 더 거든 것은 코로나 19 때문이다. 사람들과 접촉을 피해야 했으므로 거리로 쏟아지는 사람들을 보기 힘든 것. 이탈리아 정부는 2020년 12월 18(금) 일자 성탄절과 연말연시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한 총리령을 발표하고, 12월 21일부터 2021년 1월 6일까지 각 주간 이동을 금지했다. 이탈리아 전 지역을 위험지역(Zona Rossa(Red Zone))으로 임시 지정한 것이다. 



당신이 살고 있는 주(regione)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05:00부터 22:00까지 지인 및 친척 방문을 허용하고 있다. 그것도 예외적으로 1일 1회에 국한되고 인원은 최대 2명으로 제한(14세 미만 아동, 장애인 제외)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모든 식음료업장(식당, 펍, 카페, 젤라테리아, 파스티체리아 등)의 영업 중지를 명하는 등 강력한 통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성탄절인 25일 현재 이탈리아의 코로나 성적표는 감염자 수 19,037명이며 사망자 수는 459명이다.(In Italia 19.037 contagi e 459 morti, Il tasso di positività sale ancora (12,5%) Allarme Veneto: 5mila casi in 24 ore). 코로나 청정지역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이 같은 소식을 모를 리 있을까.. 



한국은 12월 24일 현재 감염자 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1,237명을 기록했다. 겨울 들어 코로나의 확산세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유럽이나 영국 그리고 미국과 전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정부 보건당국과 국민들의 협조로 코로나 시대를 이겨나가고 있는 자랑스러운 모습이다. 





돌로미티 여행기에 코로나 19에 대한 정보를 길게 기록한 것은 다름 아니다. 우리가 '다음(포털 다음(DAUM)이 아니라..^^)을 말할 때 잠시 후의 미래는 아무도 모를 뿐만 아니라 확정된 사실이 아니란 점이다. 계획은 할 수 있을 망정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고사하고, 다음으로 미루어진 시간은 당신의 몫이 아니란 것이다. 



우리가 돌로미티 여행을 다녀온 이후로 다음에 꼭 다시 가 볼 것을 계획하고 있지만 코로나 19와 같은 복병이 우리를 막아서고 있는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2021년 6월 경에 돌로미티로 떠날 수 있겠지만, 그건 단지 우리만의 생각일 뿐인 것. 성탄절 저녁에 사진첩을 열어보니 그곳에 하니가 저만치 앞서 걷고 있었다. 



우리는 이 길을 따라 빠쏘 가르데나(Passo Gardena) 고갯길에서부터 리푸지오 삐쉬아두(Rifugio Pisciadu') 정상까지 하룻만에 왕복을 했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나절까지 하루를 소비한 것이다. 시간을 지내놓고 보니 꿈만 같다. 겨우 100일이 조금 더 지났을 뿐인데 시간 저편의 풍경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그럴 리가 없지만 이런 풍경을 코 앞에 두고 "다음에 가 보면 돼지..!"라고 결정을 했다면 그다음은 언제쯤일까.. 시간은 우리를 절대로 기다려주지 않는다. 내일은 오늘 최선을 다한 사람들의 몫이다. 우리네 삶도 별로 다르지 않아서 연습 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실패와 실수를 딛고 일어서야 보장되는 다음이자 미래인 것이다. 



얼마나 다행한 일이었는가..!



한겨울에 열어본 사진첩 속에 하니가 저만치 앞서 걷고 있고 돌로미티 풀꽃이 그녀를 배웅하고 있다. 이 기록들은 다음을 위해 촬영된 것으로 다음(DAUM) 카카오의 브런치에 기록되고 있다. 다음이 나의 곁으로 다가온 경우의 수 중에 하나이다.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은 계속된다.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dall'8 al 28 Agosto 2020
Scritto_il 25 Dicembr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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