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21. 2020

하산길, 배웅 나온 아이들

#46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

무릉도원을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코로나 19는 그런 의미에서 돌로미티 여행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크나큰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지도를 펴 놓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충분히 하고 명소 주변을 머릿속에 담고 또 담으시라.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이란 각오로 여행에 임하면 돌로미티는 절대로..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가 하루빨리 사그라지기 바라는 마음이자 당시를 재연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지난 여정 코로나 물러서면 재연될 풍경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돌로미티 알타 바디아에 위치한 리푸지오 삐쉬아두 하산길에 잠시 우리의 여정을 둘러본 것이다. 그곳에는 우리가 이곳을 오르기 직전 쉼터의 모습을 담으며 돌로미티를 여행하고자 하시는 분들에게 경험 일부를 털어놨다. 아마도 적지 않은 분들이 코로나가 사그라들면 돌로미티로 떠나실 분들이 적지않은 것이다. 자주 떠날 수 없는 여행지이자 먼 길이므로, 준비를 철저히 하셔서 평생 아름다운 추억이 가슴에서 지워지지 말았으면 하는 노파심이 발동했다. 다시 하산길을 이어간다.



하산길, 배웅 나온 아이들




하니가 저만치 앞서 걷고 있다. 그녀는 지칠 대로 지친 몸으로 하산길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깎아지른 벼랑길에서 느낀 공포감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트라우마로 남을 게 분명했다. 누가 그럴 줄 일았던가..ㅜ 저 멀리 고불고불 용틀임 치고 있는 곳에 우리 쉼터가 있다. 


아직 산기슭을 돌아가려면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한다. 우리가 사서 하는 고생길.. 하산길에 다시 돌로미티 노랑꽃양귀비 서식지를 지나치고 있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꽃길이 이어지면서 돌로미티의 요정들이 배웅을 나섰다. 곳곳에서 풀꽃들이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네고 있는 게 아닌가.. 



-(왁자지껄) 안녕히 가세요, 숙모.. 삼촌..!! ^^

-그래, 고맙구나. 아가들아 잘 있거라! ^^

-(이구동성으로) 내년에 또 오실 거죠.. 삼촌..ㅋ

-그럼, 별일 없으면 꼭 다시 오마. 니들이 너무 보고 싶어..ㅜ 

-저희도요. ㅜ 

-너희들 때문에 금년 한 해는 너무 행복했단다.

-삼촌 아니었으면 누가 우리를 돌아보겠어요. 흑흑

-우지 마라. 아가들아. 그럼 나도 슬퍼져요. ㅜ 다시 보자꾸나. 안녕~ ^^

-숙모님도 삼촌도 건강하셔야 해요. 안녕히 가세요~ㅠ



우리는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쉬어가리로 했다. 하니가 내려놓은 작은 배낭 옆으로 아가들이 얼굴을 빼꼼히 내민다. 일부러 연출한 것도 아닌데 하산길은 꽃길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누가 이런 곳을 잊을 수가 있을까..



하니가 내려놓은 나무 작대기 옆에도 돌로미티 노랑꽃양귀비가 얼굴을 내밀고 인사를 건넨다. 



서기 2020년 12월 21일 돌로미티 여행기를 끼적거리면서 무릉도원이 갑자기 생각났다. 우리가 익히 잘 아는 무릉도원에 얽힌 이야기를 위키백과에서 잠시 모셔오기로 한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참 이상한 일도 다 있지."

어부는 이 복숭아나무 숲이 어디까지 계속되는지 보고 싶어서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한동안 가니까 복숭아나무 숲은 끊기고 계곡이 맞닿는 곳에 작은 산이 나타났다. 계곡 물이 솟아 나오는 수원 근처에 작은 동굴이 있었다. 안을 들여다보니 희미하게 빛이 보였다. 어부는 기슭에 배를 두고 뭍으로 올라와 동굴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동굴 안은 무척 좁아서 사람 하나가 간신히 지나갈 정도였다.

동굴 안으로 계속 들어가자 갑자기 시야가 밝아지더니 눈앞에 대지가 나타났다. 넓은 대지는 평탄했고 손질이 잘 되어 있는 논밭과 아름다운 연못, 뽕나무와 대나무 숲도 있었다. 잘 닦인 길과 커다란 집들이 있었고 그 집들의 뜰 안에서는 개나 닭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들도 세상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나 머리를 땋은 아이들도 한가롭고 즐거운 모습이었다. 

그러고 있는 사이에 어부의 모습을 발견한 마을 사람이 깜짝 놀라면서 도대체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어부가 겪은 그대로 이야기하자 마을 사람은 자기 집으로 어부를 데리고 가서 술과 닭고기 요리를 대접해주었다. 어부에 대한 소문을 들은 마을 사람들이 그 집으로 몰려왔다. 마을 사람들은 아래 세상에 대해서 이것저것 어부에게 캐물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우리의 조상들이 진(秦) 나라 때 전란을 피해서 가족과 친지들을 이끌고 이 산속으로 피난을 왔다. 그 후로는 마을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세상과는 인연이 끊긴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어느 시대인가?"


무릉도원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링크를 참조 바란다. 인용한 글 끄트머리에 이렇게 쓰여있다.


"... 그런데 지금은 어느 시대인가?"



무릉도원(桃源鄕)은 4세기 무렵 중국에서 전해오는 이야기이자 유토피아의 한 모습이다. 후난 성(湖南省)의 무릉(武陵)이라는 지역에 민물고기를 잡으며 사는 어부가 어느 날 겪은 이야기며 당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꿈꾸었던 세상이랄까.. 동양학을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곳곳에서 인용되는 무릉도원의 이야기는 마치 단편소설 같기도 하다. 기막힌 개연성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 글을 소환한 건 다름 아니다. 무릉도원에 얽힌 이야기가 단지 이상향에 얽힌 이야기가 아니라 사실일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지구촌의 한 촌놈이 어느 날 돌로미티의 한 모습을 구경하고 난 다음부터 생각이 달라진 것이다. 



"... 그런데 지금은 어느 시대인가?"



지금은 지구촌 사람들이 통째로 생몸살을 앓고 있는 코로나 19 시대이자, 부처님 손바닥이 현실로 나타난 4G 모바일 세상이다. 무엇이든 버튼 하나만 누르면 세상의 모든 일들이 와르르 쏟아지는 꿈같은 세상이다. 또 컴 앞에 앉으면 세상의 소식들이 실시간으로 화면에 등장한다. 이런 세상이 올 때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2천 년이다. 2천 년으로 가정하자. 



2천 년은 인간이 계수할 때 오래 전의 과거 같지만 실상은 찰나에 불과한 시간이나 다름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나이는 대략 45억 년이나 되었고, 우리 행성의 역사 끄트머리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무릉도원이 등장한 시대는 4세기 무렵이므로.. 문자는 있을 망정 요즘처럼 종이신문도 없었고, 라디오도 없었으며,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이 있을 리 만무한 세상이다. 교통수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전란과 극심한 정치적 혼란이 되풀이되는 시대에 살았던 사람이 어느 날 도피처를 택한 곳이 하필이면 이탈리아의 돌로미티였다면 어떠했을까.. 그가 본 비경은 무릉도원을 쏙 빼닮았는데 기록 수단이 전무한 것이다. 그런 시대에 살았다면.. 누구에게 당신이 본 사실을 입으로 입으로 전달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 19가 득세하지 못했던 때이므로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는 없지.. ㅋ 



"(어쩌고 저쩌고 미주알고주알).. 그런 곳이야!! "

"에이 뭐, 그런 데가 다 있을라고.. 뻥이지..ㅜ"


그나마 여기까지는 용서될 것이다. 그런데 그곳에 가면 상상밖의 일이 현실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갸우뚱) 흠.. 그게 뭔데..?

-응.. 그곳에 가면 꽃을 닮은 아이들이 마중을 나오고 배웅도 한다는 거 있지..!! ^^


아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하니가 저만치 앞서 걷고 있다. 기록, 돌로미티(Dolomiti) 19박 20일은 계속된다. 


Documento di 19 notti nelle Dolomiti_dall'8 al 28 Agosto 2020
Scritto_il 20 Dicembr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