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돌로미티, 9월에 만난 첫눈
그때 그 아이가 보고 싶다..!
아마도 이들 유가족들은 살아도 산 느낌이 들지 않을 것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흐릿해 보일 것이다. 조금 전까지 대화를 나누던 사람이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니.. 차마 믿기지 않을 것이지만, 그것은 현실이며 우리네 삶의 한 모습이다. 어느 날 컴을 열어 지난날을 그리워하며 추억하는 것도 이와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느 날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거나 늘 보던 사람이 보이지 않게 되면 누군가 동면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리고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오시면 그땐 부활의 노래를 부를까.. 그때가 언제인지는 모르겠다만, 그곳에 다시 서고 싶다..!!
지난 여정 그곳에 다시 서고 싶다 편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잠시 우리네 삶을 돌아봤다. 우리들의 운명은 하늘의 몫이므로 그저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뿐이다. 우리에게 내일이 있다면 오늘 주어진 삶을 지혜롭게 잘 살아야 주어지는 것이랄까.. 그때 주어지는 하늘의 선물이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이자 추억이 아닐까..
하니는 빠쏘 지아우 고갯마루의 능선을 천천히 오가며 능선 꼭대기로 이동하고 있었다. 차라리 함박눈이 내렸으면 좋았을 텐데.. 진눈깨비가 흩날리고 있었다. 하니가 이동하고 있는 곳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그들은 방송사에서 첫눈을 취재 나온 카메라 기자들이자 전문 포토그래퍼들이었다. 첫눈이 내려 하얗게 변한 고갯마루의 풍경을 담기 위해 이제나저제나 인내하며 함박눈이 내릴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첫눈의 마법이 그들을 돌로미티 산중까지 불러들인 것이다. 쉽게 만날 수 없는 가을의 절경을 카메라에 담아 여러분들과 공유하며 기분 좋은 시간을 나누게 될 것이다. 어떤 사람은 방송을 통해 또 어떤 사람은 작품 활동을 통해서 행복을 만끽하고 있는 것.
서기 2020년 12월 21일, 오늘은 이탈리아에서 맞이한 애기 동짓날(음력 11월 7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동짓날이 되면 동지팥죽을 쑤어먹는 풍습이 있다. 이때 팥죽 속에는 새알심을 넣는다. (나는 새알심이 너무 맛없어서 다른 그릇에 덜어내다가 어머니께 혼나기도 했다.ㅜ)
붉은팥 죽은 옛날부터 액운을 막는 절기 음식으로, 지방에 따라서는 초상 때나 이사를 하였을 때 액운을 막기 위해 팥죽을 쑤어 집 안팎에 뿌리고 이웃끼리 나누어 먹는 풍습이 있었다. 그러나 애기 동지(애동지)는 조금 달랐다. 애동지에는 팥죽 대신 팥시루떡이나 시루 팥떡을 해 먹는 것. 이탈리아에서 이런 거 꿈꿀 수나 있나.. 설령 혼자 만들어 먹는다고 해도 무슨 맛 짜가리가 있을까..
그 대신 코로나 19 시대에 감사하고 있는 것이다. 가뜩에 나 길고 긴 집콕에 동짓날까지 겹쳤으니 뒤를 돌아볼 시간적 여유가 너무 많은 것이다. 그래서 사진첩을 열어놓고 첫눈이 오실 때 담은 풍경을 돌아보고 있노라니.. 그곳에 그때 그 아이가 떠오르는 게 아닌가. 녀석은 유치원에서 돌아오던 길에 나를 만났다. 누구를 닮았는지 잘 생긴 이마에 구슬땀이 송골송골 맺혀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 덜 자란 갈색 머리카락이 이마 한쪽에 풀잎처럼 돋아나 있는 것.
"ㅋ 에구 이뻐라. 이게 누구 딸내민고..?!!(쓰담쓰담) ^^ "
그 아이는 어느덧 어떤 남자 사람을 만나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었다. 그렇지만 내 기억 속에서 그 아이는 여전히 솜털이 뽀송뽀송한 예쁜 여자 아이로 남아있는 것이다. 다 큰 어른이 말고 그때 그 아이..!! ^^
La prima neve sulle Dolomiti in Septtembre_Passo di Giau
il 21 Dicem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